['매우 우수' 해운대 젠스시 가보니] 맛·분위기·서비스·가격… 그래도 제일은 '위생'이라

입력 : 2017-11-01 19:19:05 수정 : 2017-11-01 22: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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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필 젠스시 대표가 가게 입구에 붙은 위생등급 '매우 우수' 현판을 가리키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 45분. 부산을 대표하는 초밥집 중 하나인 젠스시는 조회를 한다. 그러잖아도 조리장(주방) 분위기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집인데, 지난 10월 16일 이후 조회가 더 까다로워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음식점 위생 등급 평가에서 최고인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뒤 매일 점검해야 할 분야가 늘었다. 점검 항목이 60여 가지에 달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직원 14명과 가게 전체를 순회하며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둘러본 뒤 12시부터 점심 식사 손님을 받는다.

백선필 대표 "위생, 음식점의 기본"
60여 항목, 조회 때 꼼꼼히 점검
주 1회 빠짐없이 직원 위생교육
칼·도마는 용도별로, 소독도 철저


젠스시는 해운대구 좌동 신도중학교 앞에서 정통 초밥집으로 자리를 굳힌 뒤 2013년 말 현재 위치에 건물을 신축해 입주했다.

백선필 대표는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조리장 위생을 염두에 뒀다. "위생은 음식점의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바에 앉은 손님이 칼질하는 조리사의 도마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고, 나무 도마판 위에 위생 도마를 하나 더 얹어 매일 소독해가며 썼다. 생선, 채소, 과일 등 용도에 따라 칼과 도마를 따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다.

초밥에 사용하려고 냉장고에서 꺼내 둔 생선에 '해동 중'이라는 표시판을 얹어 놨다.
지난 5월 음식점 위생등급제가 시행되자 백 대표는 등급 지정 신청을 준비했다. 워낙 꼼꼼하게 지은 건물이라 시설에 부족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직원들이 숙지해 실천하는 위생 관리 수칙을 표지판으로 만들어 조리장 벽에 붙이고, 냉장고에 보관되는 식자재 목록도 날짜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붙은 식재료 보관 기록서에는 재료별 입고일과 유통 기한을 써뒀다.
젠스시는 매일 조회뿐 아니라 매주 한 번씩은 자체 위생 교육도 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라고 해서 점검과 교육이 흐트러지는 법은 없다. 비브리오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도 활동이 많고, 겨울에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적외선 온도계로 냉장고 안 온도를 재고, 튀김 기름을 너무 오래 사용해 산패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테스트도 철저히 한다.
생선과 채소 등 재료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실리콘 위생 도마와 칼.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아 좋은 일이 무엇일까 백 대표에게 물었다. 등급을 받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에 비해 인센티브가 취약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특별한 혜택보다는 손님들께 더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등급을 신청했습니다. 여름철 음식점을 괴롭히는 비브리오패혈증은 물에 서식하기 때문에 조리도구와 식자재를 깨끗이 씻기만 해도 되는데, 잠깐 방심했다가 균이 번지거든요. 위생과 안전이 보장되도록 철저하게 매뉴얼화 하려고 합니다."
백 대표가 적외선 온도계로 냉장고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매우 우수' 등급이 당장 매출 증대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여 안전하고 맛있게 만드는 노력을 눈 밝은 소비자가 알아볼 때까지 묵묵히 다할 뿐이다. 글·사진=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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