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생선이 가장 맛난 계절… 해운대 '일식의 향연'

입력 : 2017-11-22 19:28:00 수정 : 2017-11-22 22: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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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도쿄120'에서 만드는 음식을 일부만 차렸는데도 이렇게 풍성하다. 이 식당에서는 일본 현지 셰프를 초청해 일본의 전통을 우리 입맛에 맞게 조화시키는 연구가 계속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겨울나기에 대비한다. 살이 오르고 기름이 찬다.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1년 중 생선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 시작됐다. 이맘때 갖가지 생선을 회, 탕, 초밥, 구이,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내놓는 일식집은 훌륭한 선택이다. 전국 최대 관광지 해운대에 타깃 층을 달리하는 일식집이 문을 열어 찾아가 봤다. 영화의전당 식당120을 리뉴얼한 '도쿄120'이 대중적인 백화점이라면, 마린시티 더샵아델리스 상가에 있는 '만셴'은 복고적인 맞춤 가게 느낌이다.

3년 전 부산에선 다소 생소한 한식 뷔페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킨 풍원장의 '식당120'이 일식 뷔페 '도쿄120'으로 돌아왔다. 약 석 달간 내부 공사와 메뉴 준비를 거쳐 '시월의 마지막' 날 문을 열었으니 이제 4주 차에 접어들었다.

도쿄120

후지산 피자·야시장 꼬치…
도쿄를 맛보는 11개 코너
가성비 '갑' 자랑 일식 뷔페


부산이 일본과 가깝기도 하고 전국적인 수산 도시이기에 일식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만, 유일한 장벽이 있다면 가격이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가 말했듯이 가장 맛있는 초밥은 가장 비싼 초밥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1인당 3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일식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쿄120은 신선한 충격이다.

가성비 '갑'으로 불리던 식당120의 전통은 도쿄120을 통해 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도쿄120'에서 인기가 높은 스시 코너.
초밥 코너인 '스시 혼', 도쿄제면소에서 뽑은 생면을 맛볼 수 있는 '면식기행', 야시장 꼬치류를 선보이는 '120야타이', 신선한 샐러드 코너인 '모쿠모쿠 농장', 제대로 지은 밥 코너인 '가마메시' 등 전통적으로 일식집에서 내놓는 메뉴 코너를 비롯해 도쿄에서 현재 유행하는 음식을 바로 선보이는 '도쿄 플레이트', 활화산의 열기를 담은 '후지산 화덕피자', 매일 다섯 차례 갓구운 빵을 내놓는 '도쿄 베이커리'와 직접 떡을 찌는 '도쿄 모찌' 등 무려 11개 코너가 다양한 입맛을 채운다.

문 닫았던 리뉴얼 기간을 애써 참았던 탓일까, 점심시간임에도 3층 대기 공간이 북적이던 어느 평일 도쿄120을 찾아가 봤다. 공간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삼권 도쿄120 총괄본부장은 "주방 공간이 예전보다 넓어졌다"고 했다.

뷔페에 가서 모든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다. 먹고 나서는 대체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몇 가지 음식을 골라 자리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조리사들이 계속 만들어 내놓는 초밥은 신선했고, 꼬치구이도 불맛을 간직했다. 주문 직후 조리하는 우동과 라면도 일본 여행 가서 먹던 맛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슈플레 오믈렛.
특히 관심을 끄는 코너는 도쿄플레이트였다. 오믈렛 속에 크림이 들어있는 '슈플레 오믈렛'은 그 뽀송뽀송하고 달콤한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달걀노른자 아래 잠들어 있는 크림은 입안에 들어가는 즉시 살짝 단맛만 남기고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김 본부장은 "풍원장이 한식으로 유명하지만, 입사하는 조리사들 전공은 대부분 양식과 일식"이라며 "도쿄120을 준비하면서 소토오 겐이치로, 오가타 츠토무 등 일본 현지 셰프를 초청해 함께 일하며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대인(중학생 이상) 2만 6500원, 취학(초등학생) 1만 4000원, 미취학(36개월~7세) 9000원. 주말(금요일 저녁·주말·공휴일) 대인·취학 3000원 추가, 미취학 2000원 추가.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4~6시('주말'은 없음).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120(우동) 영화의전당 더블콘 4층. 051-747-5900.

만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새로 문을 연 '만셴' 사시미 오마카세 메뉴의 시작을 알리는 전채 요리. 일본에서 가져온 그릇 하나에도 정성이 묻어난다.
"부산에 일식집은 많지만, 일본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갈 만한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해운대 앞바다를 바로 앞에 둔 마린시티 방파제 앞 상가는 멋들어진 광안대교 경치 때문에 외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여기서 지난 4월 일본 나고야식 장어 덮밥 가게 '코가네'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영주 대표는 지난 20일 바로 옆에 고품격 일식집 '만셴'(滿船)을 열었다. 이 대표 말대로 만셴은 일본인 손님에게도 자랑할 만한 일식당을 지향한다.

고급스럽지만 편안하게…
일본인 손님도 놀랄 만한
마린시티 고품격 일식집

'만셴'의 주방을 지휘하는 현은성 셰프.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간장을 따로 갖고 다니며 회를 드시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며, 함께 맛있는 회를 먹고 자란 이 대표이기에 까닭 있는 개업일 수도 있겠다.

광안대교 불빛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찬바람 불던 날 저녁 이 집을 찾아갔다. 고급스럽지만 편안하고 복고적인 느낌이었다.

전채 요리부터 초밥, 생선구이·탕, 튀김 등이 코스로 나오는 '사시미 오마카세'를 먹어봤는데,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해서 체열을 좀 올리셔야 할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하며 정성껏 다듬은 인삼 한 뿌리를 내놓는 사람은 현은성 셰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8년, 일본 현지에서 4년 동안 일하며 한국인의 입맛과 일본의 전통을 조화시키는 방향의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한 그가 만셴 주방을 이끈다.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학꽁치 스시
현 셰프가 지휘하는 조리사 팀은 생대구 곤이, 학꽁치, 붕장어 등으로 만든 7종의 스시에다 아귀와 대구로 시원한 국물을 낸 맑은 탕을 쉴 새 없이 내놓았다. 눈볼대와 메로구이, 굴튀김, 성게 알밥 등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현 셰프는 요리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간장이 두 종지에 나눠 나오기에 물어보니 회와 초밥을 각각 다른 간장에 찍어 먹도록 가게에서 직접 만든 간장을 내놓는다고 그는 말했다.
눈볼대와 메로 구이.
자리에서 일어설 무렵 배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선장 아버지를 둔 이 대표가 가게 이름을 만선으로 지은 것은 오마주일 텐데, 문득 맛도 있고 푸짐하기도 한 이 집 음식은 손님 배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는 "부산 연안 낚시를 다니는 삼촌이 좋은 생선을 잡거나, 손님들이 신선한 해산물을 가져오면 단골손님들께 연락드려 함께 맛있게 나눠 먹는 편안한 분위기의 일식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손님 배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보고 싶다는 뜻 아닐까.

점심 특선 스시정식 3만 5000원(10개)·4만 3000원(14개), 회정식 4만 3000원, 김초밥(후토마키) 1만 5000원, 소고기 덮밥(돈부리) 1만 8000원, 튀김우동정식·메밀면(소바)정식 각 2만 원, 모임 맞춤식 코스 5만 원. 셰프 스페셜 사시미 오마카세 9만 원(점심)·12만 원(저녁), 스시 오마카세 8만 원(점심)·10만 원(저녁). 영업시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51(우동) 더샵아델리스 상가 103호. 051-743-3467.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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