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맛집] 동물복지 1호 '부경축산물공판장' 이용 고깃집

입력 : 2017-11-29 19:03:25 수정 : 2017-11-29 23: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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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뒷고기 말고 소고기도 싸고 맛나요

부산 인근 도시 김해에는 뚜렷한 먹을거리가 있다. 소고기와 장어, 오리고기다. 특히 소고기는 부산에 비해 싼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북구, 사상구 등의 지역주민들이 자동차를 몰고 찾기도 한다. 김해의 소고기가 싼 것은 축산업이 경남에서 가장 성행하기 때문이다. 김해의 소 사육 두수는 무려 3만 3000두에 이른다. 김해에는 또 도축시설인 부경축산물공판장이 있다. 이곳은 운송, 하차, 계류, 기절, 도축 등 모든 공정에서 가축의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동물복지 1호 도축장'이다. 도축할 때 가축의 스트레스를 줄이면 골절 사고, 근육 출혈, 고기 수분 과다 함유 현상 등을 막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고기의 품질이 향상된다고 한다. 김해 소고기가 싸면서도 맛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우본가

공판장 바로 앞 대표 식당
필요할 때마다 즉시 공급

천엽·간은 매일 구매 '싱싱'
"부산보다 나은 품질" 자부

부경축산물공판장 도매시장 앞에는 한우 식당들이 여럿 있다. 한우본가, 충무생(生)고기, 금호숯불생고기, 여유정, 암소만마리 등이다. 이 중에서 어지간한 김해 토박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한우본가'를 찾아갔다. 이 집 주인은 고 김오랑 중령 추모사업에 헌신해 온 김지관(51) 씨다.

한우본가에서는 안거미·안창·살치살과 등심·갈비살을 주로 판다. 여기에 육회, 곱창전골, 한우불고기 등도 판매한다. 안창살 주문을 받은 김 씨는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성큼성큼 썰었다. "우리 집 고기는 바로 옆 도매시장에서 가져옵니다. 특정 가게에서 받아쓰지 않고 제가 직접 가서 고기를 보고 사용할 양만 골라 옵니다." 
고기를 받아오면 바로 손질해서 진공포장한 뒤 냉장고에 보관해 숙성과정을 거친다. 숙성기간은 약 보름 정도다. 그 정도 시간을 거쳐야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어진다고 한다.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가 진공포장돼 보관돼 있었다.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고기를 오래 묵히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 씨가 고기를 준비하는 동안 백김치, 단호박, 무절임, 명이나물절임 등 밑반찬이 상에 올랐다. 백김치는 많이 익어 약간 삭은 것처럼 보였지만, 먹어보니 아삭한 게 적당했다. 명이나물절임도 간이 제대로 배어 있어 소금을 안 친 고기랑 같이 먹기에 좋았다. 밑반찬과 함께 주는 고기 부산물이 눈에 띄었다. 천엽, 간 등이었다. 매우 신선했다. 김 씨는 "고기 부산물은 매일 부경축산공판장에서 가져 온다. 부산에서 먹는 것과는 품질에서 차이가 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우본가는 도축장에서 바로 나온 신선한 고기와 부산물로 정성껏 차린 상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안창살 모듬 한 접시가 나왔다. 마블링이 골고루 잘 섞여 있는 선홍색 고기는 첫눈에도 신선해 보였다. 한우본가에서는 진주에서 직접 사 온 참숯을 쓴다고 했다. 김 씨는 "합성 숯을 쓰면 불꽃이 파랗다. 참숯은 불꽃이 빨갛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한우 육회가 나왔다. 잘 다진 고기에 하얀 깨와 검은 깨를 뿌렸고, 그 위에 계란 노른자가 하나 얹혀 있었다. 고기가 신선해서인지 육회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육회 밑에 깔린 배 몇 조각과 함께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 강해졌다. 한우를 구워먹은 뒤에 먹은 육회는 입 안을 상큼하게 만들어주었다. 김 씨는 "옛날 한우들에는 '마블링'이란 게 없었다. 그래서 구이로는 적당하지 않아 삶아서 수육을 많이 해먹었다. 요즘에는 소를 가둬 키운 탓에 마블링이 많다. 어떻게 보면 마블링이라는 건 인간의 욕심이나 소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본가 앞에는 작은 간판이 하나 붙어 있다. '김해관광 추천음식점 100선'이다. 김해시에서 김해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선정한 100대 음식점 중 하나라는 뜻이다.

▶한우본가/경남 김해 주촌면 서부로 1403번 길 23-66. 055-322-1473. 안거미·안창살·살치살(100g) 2만 3000원, 갈빗살·등심(100g) 1만 7000원, 육회·곱창전골·한우불고기 2만~3만 원.

고기예찬
'고기예찬' 양수현(33) 대표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수 년간 반도체회사에서 일하다 3년 전부터 고기예찬을 인수해 식당 일에 뛰어들었다. 오래 전부터 '옛 고기예찬'에서 일했던 어머니 선미례 씨와 자영업을 하다 그만둔 아버지 양재근 씨가 일손을 돕고 있다.

그는 "당초 광고홍보에 관심이 많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공대에 진학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덕에 대기업 연구실에서 일했다. 수 년간 기숙사와 연구실만 오갔다. 원래 좋아하지 않았던 일인데다 재미도 없고 힘만 들어 그만두려던 차에 식당 인수 제안을 받고 바로 승낙했다"고 말했다.

기업 연구원 출신 30대 대표
가게서 직접 한우 손질 정성

갈비·등심 착한 가격 인기
고기 맛 더하는 참숯 사용

양 대표는 부경축산물공판장 도매시장에서 고기를 갖고 온다. 옛 고기예찬 때부터 거래한 도매점에서 소 한 마리를 도축한 뒤 가게에 가져와 직접 손질한다. 고기는 진공포장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 20일 정도 숙성한 뒤 판매한다.

30~35㎏ 정도 나가는 갈비 부위 한 채를 가르면 6가지 종류의 고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 가운데 지방 10~15㎏을 버리면 나머지가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고기가 된다.

양 대표는 "이 중에서 안창살 등 특수부위가 700g이고 나머지가 이른바 '갈빗살'이다. 또다른 특수부위인 안거미(토시살)는 소 한 마리를 다 잡아도 겨우 800g 정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창살과 안거미는 갈빗살, 등심보다 비싸다. 100g에 2만 3000원이다.

고기예찬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고기는 갈빗살과 등심이다. 가격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해시로부터 '착한 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 1등급 갈빗살은 100g에 1만 3000원, 등심은 1만 2000원이다. 두 명이 저녁에 갈빗살 3인분에 소주 두 병을 마셔도 4만~5만 원이면 충분하다. 
양수현 대표의 부친 양재근 씨가 고기를 다듬는 고기예찬은 싼 가격을 자랑하는 '착한' 가게다.
고기예찬이 이렇게 싼 가격에 고기를 팔 수 있는 비결은 두 가지다. 온 가족이 식당 일을 하는데다 모든 밑반찬을 가게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덜 든다.

양 대표는 "다른 식당에 가면 명이나물을 많이 준다. 우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명이나물을 직접 만들거나 업체로부터 받으면 고깃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 한 마리를 잡아 가져오면 버리는 게 없다고 한다. 뼈는 곰탕으로 끓이고, 나머지 고기 부위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는다. 그래서 고기예찬 된장찌개는 맛있기로 널리 소문이 나 있다. 
숯은 참숯을 사용한다. 화학숯은 효율성이 높지만 고기 맛을 떨어뜨린다. 반면 참숯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손이 많이 가지만 고기 맛을 살려준다.

▶고기예찬/경남 김해 삼계중앙로13번길 87(삼계초등 뒷편). 055-313-6662. 안창살·안거미(100g) 2만 3000원, 살치살(100g) 2만 1000원, 업진·늑간살(100g) 2만 원, 갈빗살(100g) 1만 3000원, 등심(100g) 1만 2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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