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탕· 찜 전문점 '윤서방'] 生生하게 뽑아낸 천연의 맛 '맑은 해물탕'

입력 : 2017-12-13 19:04:53 수정 : 2017-12-13 22: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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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좌동에 있는 '윤서방'의 대표 메뉴인 활문어해물탕. 생해산물을 사용하고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진하고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음식 맛은 재료에서 나옵니다.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의 비법입니다. 좋은 재료에는 양념을 더할 필요가 없습니다. 천연의 맛을 뽑아내면 됩니다. 여기에 손맛이 더해지면 최고입니다." 해운대에 특이한 해산물 식당이 문을 열었다. 활문어 해물탕·찜 전문점인 '윤서방'(대표 전안나)이다. 지난해 해운대구 반여동에 처음 문을 열었고 올해 좌동에 분점을 개장했다.

전 대표가 식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그는 평소 '음식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TV에서 일부 식당이 부정직하게 음식을 판매하는 현장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부산의 대표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인 코렘어학원을 운영하기도 한 그는 "교육과 음식은 삶의 기본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의 말에서 최소한 사흘은 고아낸 듯한 짙은 곰탕 국물 맛이 난다고 하면 너무 이상한 표현일까?

'정직한 식당' 위해 전국 발품
재료는 모두 살아있는 해산물
고춧가루·마늘 등 '국산' 사용

땡초 넣은 활문어해물탕
맑고 하얀 '지리탕' 입소문
곡물가루로 만든 생아귀찜

지난해 반여동, 올해 좌동 오픈
"밥 한 그릇에도 철학 있어야"

전안나 대표가 해물탕에 조개를 넣고 있다.
전 대표는 원래부터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향의 영향이 컸다. 그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 득량만 인근 마을에서 태어났고,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했다. 전남은 음식 솜씨 좋기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역이다. 그의 어머니도 당연히 손맛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는 동아대학교에 진학하는 바람에 고향을 떠났다.

전 대표는 2015년 반여동에 갖고 있던 땅 40평을 활용할 방안을 찾던 중 적성을 고려해 식당을 개업하기로 했다.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놓고 고민하다 육식을 하지 않는 자신의 취향을 생각해 해물탕, 아귀찜을 선택했다.
경북 예천 고추 농가에서 사진을 찍는 전 대표.
전 대표는 식당 개업에 앞서 1년 정도 준비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했다. 좋은 음식 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소금을 구하러 전남 신안에 여러 번 다녀왔다. 국산 고추를 확보하기 위해 경북 예천과 안동도 수차례 오갔다. 생강을 구하려고 경북 영주에 가기도 했다. 어떤 게 맛있는 아귀찜인지를 배우기 위해 부산과 마산의 유명 아귀찜 식당을 수도 없이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음식상 차리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안동의 여러 식당에 가 보니 상차림에 격식이 있었다. 반찬 하나라도 놓은 게 달랐다. 잡채를 만들 때도 고급스러움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윤서방'의 대표 메뉴는 활문어해물탕과 생아귀찜이다. 이곳의 해물탕은 특이하다. 새빨간 탕이 아니라 마치 일본 나가사키의 명물 음식인 '나가사키 짬뽕'처럼 맑고 하얀 탕이다. 이른바 '지리탕'이다. 해물 육수에 빨간 고춧가루 대신 땡고추를 넣어 끓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낯선 모습의 음식을 보고 당황한다. 그러다 깊은 국물 맛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전 대표는 "빨간 고춧가루를 넣으면 해물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 '윤서방'의 해물탕은 '요리를 했다'기보다는 해물에서 '천연의 맛을 뽑아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유명 맛집 블로거인 '울이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어설픈 다대기 없이도 맛이 잘 난다.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는지 국물이 좋다. 양념이 좋으니 감자 사리도 입에 착착 감긴다"고 평가했다.

'윤서방'은 냉동해물 대신 생해산물을 사용해서 해물탕과 아귀찜을 만든다. 문어, 전복, 피조개, 가리비, 모시조개, 대합이 모두 '살아 있는 해산물'이다. 전 대표가 민락동 수산물직판장에서 매일 아침 재료를 직접 골라 온다. 아귀찜에 사용하는 생아귀는 다대포에서 가져온다.

생해산물이다 보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생해산물 가격은 계절, 날씨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고 한다. 가격이 비쌀 때는 재료를 많이 구매하기 어려워 일찌감치 판매를 마감할 때도 있다. 전 대표는 "지난여름에 문어 파동이 있었다. 파도가 높아 문어가 안 잡혔다. 가격이 평소의 1.5배 이상 뛰기도 했다. 재료 확보에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윤서방'에서는 국산 고춧가루를 쓴다. 국산과 중국산 고춧가루는 맛이 다르다고 한다. 전 대표는 "일부 식당에서는 아귀찜과 해물탕 등에 색깔을 예쁘게 만드는 '색깔 고춧가루'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늘도 국산과 중국산의 맛이 다르다. 국산 마늘은 '매운' 맛을 내지만 중국산 마늘은 부정적인 의미의 '마늘' 맛을 낸다고 한다. 전 대표는 '양심'을 걸고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아귀찜 식당에서는 아귀찜 요리에 녹말가루를 넣는다. '윤서방'에서는 찹쌀, 보릿가루, 콩 등 곡물가루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훨씬 고소하다고 한다. 전 대표는 "곡물가루는 비싸다. 녹말가루보다 가격이 3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윤서방'에서 일했던 주방장에게서 이 비법을 배웠다.

해물탕, 아귀찜을 먹고 난 뒤 나오는 밥이 또 별미다. 예천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우렁이쌀인 '유색미'다. 이 쌀로 밥을 지을 경우 다른 쌀보다 훨씬 찰지고 쫄깃하다. 전 대표는 SNS에서 같이 활동하는 농부에게서 쌀을 받아온다. 그는 "유기농 유색미 20㎏ 한 포대 가격은 6만 5000원이다. 다른 쌀과 비교하면 밥 한 공기 가격 차이는 50~100원 정도다. 이 돈을 더 벌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쌀을 쓸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메주.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간장과 된장은 전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집에서 담근다. 지금도 친정집 안방에는 발효 중인 된장이 널려 있다고 한다. 간장을 숟가락으로 떠먹어 보니 맛이 '별천지'였다. 집에서 담근 간장에 해산물 육수를 섞었다고 한다.

디저트로 제공하는 매실차는 보성에서 만든다. 밭에서 딴 매실을 그 자리에서 바로 담근다. 해마다 3000㎏씩, 올해로 3년째 매실차를 담그고 있다. 매실에 라임, 자몽 등 다양한 과일을 넣어 특유의 진하고 단맛을 중화해 상에 올린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맑은 해물탕은 시간이 갈수록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한 번은 인천에 사는 40대가 부모 생일을 맞아 사용하려고 해물탕 대형 두 세트를 택배로 주문하기도 했다. 취재하러 간 날에는 70대 어르신들과 주부 등 3개 팀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수족관에 들어 있는 생조개.
생해물을 사용하다 보니 이윤이 적을 수밖에 없다. 전 대표는 그래도 좋은 재료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밥 한 그릇에도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돈만 벌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 장사에서는 정성이 중요하다. 일을 재미있게 시작했고, 지금도 재미있다. 시간이 걸려도 본래의 마음을, 양심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웃었다.

▶윤서방/반여점-해운대구 선수촌로 78번길 24-4(반여동), 051-532-7222. 신도시점-해운대구 대천로 106번길 16. 051-703-7222. 활문어해물탕 4만 5000~8만 원, 해물아구찜 4만 5000~6만 원, 활문어해물찜 4만 5000~6만 5000원, 활문어갈비찜 6만 5000~8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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