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수제맥줏집 스콜] 퇴근 후 입 속 스콜 같은 맥주, 스콜!

입력 : 2017-12-27 19:11:37 수정 : 2018-03-28 1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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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에 특이한 건물 하나가 생겼다. 영광도서에서 사미헌을 지나 유원골든타워 맞은편에 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유럽풍의 적벽돌 건물이다. 길을 가던 행인들도 이색적인 건물을 보고 눈길을 한 번씩 준다.

이 건물은 중국에서 수입해 온 고성 적벽돌 20만 개를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적벽돌만 그냥 쌓아 올린 게 아니다. 건물 모양도 매우 특이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땅값이 비싼 서면에 '공간 활용'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4층짜리 건물을 세워도 되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정도다.

중국 고성 적벽돌로 쌓은
서면 노른자 땅 이색 건물
영국 런던서 직장 생활하다
'펍 문화'에 매료돼 문 열어

IPA 등 4종류 50종 선봬
"욜로족 찾는 미식가 식당"

■부산 최대 규모 수제 맥주 전문점


이 건물은 서면의 유명한 고깃집인 '사미헌(대표 홍성복·최영숙)'에서 지었다. 건물 이름은 없다. 아직 만들지 않았다. 1~2층은 사미헌에서 직영하는 고깃집 '갈비곳간'이다. 사미헌을 찾는 고객들보다 다소 젊은 30~40대를 겨냥해 사미헌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제공한다.

이 건물을 붉은 적벽돌로 낮게 지은 것은 '갈비곳간' 때문이 아니다. 3~4층에 있는 '스콜(SKOLL)'의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서다. 홍성복, 최영숙 대표의 딸인 홍누리 실장이 운영하는 수제 맥주 전문점이다. 스콜은 스웨덴어로 '건배'라는 뜻이다.

홍성복, 최영숙 대표는 애초 새 건물 3~4층에 사미헌에서 판매하는 '포장 갈비탕' 제조시설을 설치하려고 했다. 그러다 딸의 설명을 듣고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수제 맥줏집을 시작하기로 했다.

홍 실장은 스콜 개념을 '개스트로 비어 펍(gastro beer pub)'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미국 등에는 '개스트로 펍'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미식가들의 식당'이다. 홍 실장은 이 용어에 '맥주'를 뜻하는 '비어'를 덧붙였다. '맥주를 즐기는 미식가들의 주점'이라는 뜻이다.

홍 실장은 미국, 영국 등에서 유학했다. 런던에서 학위를 딴 뒤 현지 기업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국 직장인들의 퇴근 후 회식 문화에 주목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인주의와 개성에 몰두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단 한 번 사는 인생)' 문화가 점차 확산하는 우리나라에도 도입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두 여성 손님이 '스콜'의 바에서 수제 맥주를 즐기고 있다.
홍 실장은 "영국 직장인들도 우리나라처럼 퇴근 후에 술집에 자주 간다. 다만 우리처럼 단체 회식은 아니다. 동료들끼리, 또는 친구들끼리 개성 있는 단골 펍에 들러 간단한 식사를 겸해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고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 건물과 스콜의 기본 가치는 '도시의 오아시스(urban oasis)'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내추럴'하게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핫 플레이스'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서면은 물론 부산의 직장인들이 혼자서, 또는 동료나 친구들끼리 들러 안주로 식사도 하면서 술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스콜을 개업하기 위해 맥주 공부를 많이 했다. 유럽의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영국, 스페인, 독일은 물론 미국, 캐나다를 두루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어머니 최 대표와 함께 맥주학교에서 6주간 교육을 받기도 했다. 홍 대표는 딸의 스콜 개점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맥주를 공부해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스콜은 3, 4층에 좌석 300여 개를 갖추고 있다. 각 층에는 10여 명씩 들어갈 수 있는 룸 6개씩을 마련했다. 3층에는 메인 바를 설치했다. 규모로만 보면 부산지역 수제 맥줏집 중에서 가장 크다. 전국적으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맥주별로 어울리는 독특한 메뉴

스콜은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에도 신경을 썼다. 맥주는 종류에 따라 보관 온도가 달라야 제맛을 낸다. 스콜은 이에 따라 맥주 냉장고도 여러 대를 마련했다.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워크 인'은 3, 4층에 한 대씩 뒀다. 3층 한가운데에 있는 메인 바는 그 자체가 '워크 인' 냉장고다. 냉장고 문을 열자 다양한 종류의 케그(맥주 저장장치)가 온도계를 단 채 놓여 있었다. 3층과 4층에는 또 케그 4통씩을 넣을 수 있는 케그레이트 냉장고를 설치했다. 브랜드 전용 냉장고도 3대나 있다. 
4가지 맥주로 구성된 스콜 비어 샘플러.
홍 실장은 "라거는 3~4도일 때 가장 맛있다. 페일 에일은 종류에 따라 5~6도, 7~9도, 10~12도로 나눠 보관해야 한다. 온도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점검해야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맥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콜은 크게 나눠 라거, 바이젠, IPA, 스타우트 등 4가지 종류의 맥주를 제공한다. 종류마다 제조회사, 브랜드가 다르다. 이렇게 해서 스콜이 판매하는 맥주는 수제, 병 모두 포함해 50종 가까이 된다.

스콜이 내놓은 메뉴판은 독특하다. 단순히 맥주 종류만 적어놓은 게 아니라 맥주의 맛과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종류를 소개한다. 여기에 맥주별 알코올 도수(ABV)와 쓴맛의 정도(IBU)를 표기했다. ABV는 4.5~11.6%, IBU는 8~80으로 다양하다.

메뉴판의 맥주 종류 앞에는 노란색, 주황색,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띠가 있다. 이른바 '바디감'을 표시한 색이다. 라이트 바디(가벼운 맥주)는 노란색, 미디엄 바디(무게감 있는 맥주)는 주황색, 풀 바디(깊고 묵직한 맥주)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으로 구분했다.

홍 실장은 "라거는 청량감이 빼어나다. 에일은 다양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바이젠은 부드럽고 바나나 향이 난다. IPA는 홉을 많이 넣어 다소 쓰다. 영국이 과거 인도를 지배할 때 영국에서 만든 맥주를 인도로 가져가면서 상하지 않게 하려고 홉을 많이 넣은 데서 유래했다. 고객들은 취향에 따라 맥주를 다양하게 골라 마시면 된다"고 말했다.

스콜은 '식사할 수 있는 수제 맥줏집'인 만큼 다양한 먹거리도 갖추고 있다. 점심때에는 오리지널 치즈버거, 슈림프 리소토, 수비드 치킨, 미니 바비큐 세트 등을 판다. 각 메뉴에는 어울리는 추천 맥주도 같이 표기돼 있다. 저녁에는 버거 외에 샐러드, 피자, 바비큐, 치킨 등 식사로 대용할 수 있는 음식은 물론 소시지 플래터, 라글렛 치즈, 치즈 플래터, 스윗 포테이토 등 간식류도 판매한다.
양지를 훈연한 바베큐 브리스킷.
아직 개점 초기이지만, 뜻밖에 스콜에는 외국인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홍 실장이 의아하게 여겨 외국인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외국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럽 분위기가 나는 맥줏집이라는 소문이 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홍 실장에게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을 위한 메뉴도 추가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홍 실장은 "우리나라 회식 문화는 1차 고기·회를 곁들인 식사, 2차 노래방, 3차 '가벼운 맥주 한 잔'이다. 이런 회식 문화 대신 젊은 '넥타이부대'가 편하게 찾아와 식사에 맥주 한 잔을 곁들여 하루 피로를 가볍게 푸는 새로운 음주 풍속도를 만들고 싶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즐겁게 서로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열린 공간으로 스콜을 안착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스콜/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32. 051-715-7115. 스콜비어 샘플러 1만 2000원, 페어링 샘플러 1만 8000원, 스콜 맥주 5500~6000원, 라이트 바디 7000~9500원, 미디엄 바디 8000~1만 2000원, 풀 바디 8500~1만 9000원, 병맥주(수도원맥주) 1만 8000~5만 3000원. 피자 프리타 1만 4000원, 치즈 플래터 2만 3000원, 치킨 플라워 1만 8000원, 뿔뽀 2만 1000원, 피자 1만 8000원, 바비큐 2만 9000~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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