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찾아서] 부산 초량전통시장 '빵의나라'

입력 : 2018-01-03 19: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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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빵 베어 물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

김택영 대표가 '빵의나라' 인기 메뉴인 까망브레드를 소개하고 있다.

부산에는 정직한 재료와 빼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맛을 앞세워 고객들을 끌어당기는 '동네 빵집'들이 적지 않다. 동네 성격에 맞게 특성 있는 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부산의 '윈도 베이커리'를 만나본다.

부산역 길 건너편에 초량전통시장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시장이다. 정확한 첫 개장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100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유서 깊은 시장이다. 이곳에 유명한 맛집이 있다. 1986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개업한 지 30년을 넘는 '빵의나라'다. 부산시가 2013년 맛, 품질, 청결도, 위생 등을 조사한 뒤 '명품 빵집'으로 선정한 곳이다.

'빵의나라' 김택영 대표는 강원도 홍천 출신이다. 그는 서울로 올라가 여러 제과점에서 빵 기술을 배운 뒤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것이 34년 전의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부산에서 가장 유명했던 해운대 '황태자제과점', 서면 '고려당' 등에서 일했다. 그러다 '빵의나라'로 직장을 옮겼다. 그때 가게 주인의 여동생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 지금 부인인 조정순 씨다.

김 대표는 수영에서 '감미당'이라는 이름으로 빵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됐지만, 가게 앞을 지나가는 지하철 공사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할 수 없이 가게 문을 닫은 그는 다른 업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천직은 '빵'이었다. 김 대표는 처형인 '빵의나라' 주인의 제안을 받아 15년 전 가게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빵의나라'는 전통시장 침체 때문에 영업에 애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한 번 실패를 맛봤던 그는 각고의 노력으로 하마터면 문을 닫을 뻔했던 제과점을 초량전통시장 명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빵의나라'는 수십 가지 빵을 매일 만든다. 김 대표는 "모든 빵이 다 맛있다고 자부한다"면서도 특히 인절미빵, 까망브레드, 에그또띠야 등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인절미빵
인절미빵은 모양과 식감이 인절미를 닮아 이름을 붙였다. 기다란 인절미빵 표면에는 콩가루가 묻혀 있다. 눈으로 대충 보면 아직 자르지 않은 인절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빵을 베어 물면 인절미처럼 쫄깃하다. 빵인지 떡인지 구분하기 힘들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밀가루를 살짝 익혀서 하루 숙성한 뒤 다음 날 반죽하면 인절미 식감이 난다"고 말했다.

에그또띠야는 일종의 샌드위치다. 가게에서 밀가루, 찹쌀을 섞어 직접 만든 또띠야 속에 베이컨, 햄, 계란, 양상추 등을 넣어 만들었다. 까망브레드는 글자 그대로 까만 빵이다. 밀가루 반죽에 오징어먹물을 넣었기 때문이다. 속에는 크림치즈와 호두 등이 들어 있어 고소한 맛이 난다.

'빵의나라'를 찾는 주요 고객들은 동네 주민들 외에 보험회사 등 인근 사무실의 젊은 직원들이다. 주로 오후나 퇴근 시간에 빵을 사 간다고 한다. 블로그 등을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

가게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단골도 많다. 김 대표는 "과거 '빵의나라'에서 기술자로 일할 때부터 찾아온 피아노 강사가 있다. 지금도 매일 빵집에 온다. 그게 인연이 돼 제 결혼식에서 피아노를 쳐 주기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역 인근 등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많은데도 '빵의나라'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재료다. 김 대표는 "다른 빵집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 빵을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빵의나라'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재료만 사용해 빵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맛을 알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크러핀.
'빵의나라' 제빵실은 가게 2층에 있다. 올라가 보니 직원 5명이 분주하게 빵을 만들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큰 오븐이 놓여 있었다. 다른 오븐보다 가격이 배 이상 비싼 돌가마 오븐이다. 여기에서 빵을 구우면 색깔이 예쁘게 나오고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김 대표는 "동네 빵집의 장점은 갓 구워 신선하고 따끈한 빵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는 점이다. '빵의나라'에서도 오전 8시에 첫 빵을 내놓는다. 앞으로 지역 주민들이 거주지 인근의 동네 빵집을 더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빵의나라/부산 동구 중앙대로221번길 24(초량전통시장 입구). 051-468-7608.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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