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삼겹' 행복

입력 : 2018-01-17 19:45:33 수정 : 2018-01-17 22: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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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무궁화장학회 이사장과 '통마루'

'통마루'의 메인 메뉴는 김해 내동의 도매점에서 가져 온 돼지고기다. 암퇘지만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부드럽다.

부산 광복로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여행 코스로 꼭 들르는 음식점이 있다. 일본에서 나온 한국여행 책에 '부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식당'이라고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옛 미화당백화점, 현재 ABC마트 건물 5층에 있는 고기전문점 '통마루'(대표 박정회)가 바로 그곳이다. 2000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개업한 지 18년된 곳이다. 재단법인 무궁화장학회 박태우(신정도시개발 대표) 이사장이 추천한 '나의 맛집'은 통마루였다.

"보수동 모임 때 자주 찾는 곳
김해에서 직접 공수하는 고기
씹는 맛 깨끗하고 부드러워

대표 친정 어머니가 만드는
장아찌·갓김치 등 밑반찬
짜지 않고 깔끔해서 좋아"

박 이사장의 부모 고향은 경남 양산이다. 부모가 부산으로 이사오는 바람에 그는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태어났다. 원래 보수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학생 수가 많아 분할되는 바람에 동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이후 부산동중, 동인고, 동아대를 졸업한 후 건축자재와 건설중기 일을 하다 'IMF 사태' 때 위기를 넘긴 뒤 신정도시개발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궁화장학회 박태우 이사장.
박 이사장은 2004년 지인의 권유로 무궁화장학회에 가입했다. 부이사장과 수석부이사장을 거쳐 2015년 이사장이 됐다. 부산중앙로터리클럽을 직접 만들어 2014~2017년 회장 자리를 맡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야구에도 관심이 많다. 매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는 건 기본이다. 부산에서 야구를 할 때면 대부분 거르는 일이 없다. 10년 전에는 '롯데 자이언츠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박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박 대표가 직접 고기를 들고 왔다. 그는 경남 진해 출신이다.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기도 했고, 전업주부로 가정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통마루는 지금까지 광복로에서 두 번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광복로 입구에 있는 'ESS어학원' 옆에서 개업했다. 이어 '서울깍두기' 맞은편 건물에서 영업하다 지난해 현재 위치로 다시 옮겼다.

박 대표가 건넨 명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글 명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본어 명함이었다.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만들었다고 한다. 기자가 이름을 '박정희'라고 잘못 적자 그는 "제 이름은 '박정희'가 아니고 박정회"라고 웃으며 "통마루에는 일본인 등을 포함해 외국인 고객이 많이 찾아온다. 내국인의 경우 단체 회식 손님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통마루의 메인 메뉴는 돼지고기다. 생삼겹살과 와인삼겹 외에 돼지갈비, 가브리살, 항정살을 판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꽃등심도 내놓는다. 모든 메뉴를 모아놓은 통마루 모듬도 있다.

돼지고기는 박 대표가 김해 내동의 도매점에 직접 가서 가져온다. 김해의 돼지 가축농가가 직접 합법적으로 잡은 고기라고 한다. 박 대표는 "돼지고기는 암퇘지만 사용한다.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거기에 맞는 고기만 가져온다. 소고기는 김해 주촌도축장에서 잡은 고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와인삼겹은 삼겹살에 와인과 월계수잎 등을 넣어 24시간 숙성시킨 고기다. 호일에 싸서 보관하다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내놓는다. 와인은 스페인, 칠레 등에서 수입한 화이트와인을 사용한다. 돼지갈비는 식당에서 직접 제조한 양념에 재어 만든다. 그는 "일본 관광객들은 생삼겹살과 돼지갈비를 매우 좋아한다. 내국인들은 모든 고기를 골고루 찾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다양한 고기 맛을 보여주겠다며 통마루 모듬을 갖고 왔다. 모듬은 생삼겹살, 가브리살(또는 와인삼겹), 등심으로 이뤄져 있다. 생삼겹살은 깨끗하고 부드러웠다. 와인삼겹은 여기에 달콤함이 더한 맛이었다. '생삼겹살은 느끼하다'면서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이 먹기에 적당했다. 꽃등심은 '김해산답게' 촉촉하고 고소했다. 
명이나물 장아찌
갓김치.
밑반찬 중에서 하얀 쌈무는 통나무에서 직접 만들고, 부추·가지·명이나물 장아찌는 경남 진해에 사는 박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보내준다. 쌈무와 장아찌는 잡스러운 맛이 느껴지지 않고 깔끔했다. 그다지 짜지도 않았다. 
고기 먹은 뒤 나오는 해물된장찌개.
누룽지.
고기를 다 먹은 뒤 식사로는 해물된장찌개, 김치칼국수, 누룽지가 있다. 식사류는 점심 때에는 따로 메뉴로 내놓는다. 시원한 해물된장찌개는 입에서 돼지고기 느낌을 깨끗하게 씻어내기에 적당했다. 약간 매콤한 김치칼국수에는 김치가 많이 들어 있어 개운했다. 오래 끓인 듯한 누룽지는 구수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갓김치는 박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박 이사장은 "보수동에서 친구 등과 모임을 할 때는 늘 통마루에 온다. 위치가 좋은데다 고기 맛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장학회는 물론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에 더 힘을 쏟겠다. 내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장학회 회원을 더 늘려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에는 사직야구장에서 함께 롯데 야구를 보면서 '치맥'이나 즐기자고 말한 뒤 환하게 웃으며 통마루를 떠났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통마루/부산 중구 광복중앙로2 ABC마트빌딩 5층. 051-245-8503, 0600. 생삼겹살·와인삼겹(이상 130g)·돼지갈비(200g)·가브리살·항정살(이상 100g)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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