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꽃의 내부' 해운대 나루공원에 다시 설치된다

입력 : 2018-02-11 19:39:01 수정 : 2018-02-11 22:59:5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백선기(오른쪽) 해운대구청장과 데니스 오펜하임의 부인 에이미 오펜하임이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해운대구청 제공

속보=해운대구청의 어처구니 없는 철거로 부산 시민은 물론 국내외 문화계에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남겼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본보 지난달 17일 자 1면 보도 등)가 다시 설치된다. 재설치 장소는 유족의 뜻에 따라 기존 해운대해수욕장이 아닌 APEC 나루공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백선기 부산 해운대구청장은 10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 사무실에서 에이미 오펜하임과 만났다. 에이미 오펜하임은 고 데니스 오펜하임의 아내이자 데니스 오펜하임 재단의 책임자다.

백선기 구청장, 뉴욕 방문
오펜하임 부인 만나 '사과'

부인 "부산에 재설치 희망"
장소는 나루공원 잠정 합의
시기·공사 방식 추후 논의
완료 후엔 부산 방문키로


백 구청장은 에이미 오펜하임과 만나 "'꽃의 내부'를 철거한 데 데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며 "유족과 재단의 뜻을 최대한 수용해 재설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 측은 에이미 오펜하임과 재단 관계자들에게 태풍 '차바' 당시에 폭우와 강풍을 겪은 '꽃의 내부'의 당시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고, 작품 철거에 앞서 유족과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이에 대해 에이미 오펜하임은 "'꽃의 내부'가 철거된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시 부산에 '꽃의 내부'가 설치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에이미 오펜하임과 재단 측이 '꽃의 내부'의 재설치를 해운대구청에 공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운대구청은 유족의 재설치 요구에 따라 해운대구 내 재설치 가능 후보지 서너 곳을 제안했고. 에이미 오펜하임과 재단 측은 "APEC 나루공원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APEC 나루공원은 데니스 오펜하임의 또 다른 작품인 '초콜릿(Kisses)'을 비롯해 다수의 조각 미술품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에이미 오펜하임은 "초콜릿과 조금 떨어진 곳에 통로를 마련해 시민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재설치되는 작품의 이름을 '해운대를 위한 꽃의 내부'(Chamber for Haeundae)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백 구청장과 에이미 오펜하임은 '꽃의 내부' 재설치 완료 시점과 공사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에이미 오펜하임은 '꽃의 내부의 재설치가 완료되면 부산으로 초청하겠다'는 백 구청장의 제안에 "꼭 가겠다"고 답했다.

'꽃의 내부'의 재설치가 결정되면서 이를 위한 절차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청은 2010년 '꽃의 내부' 설치 당시 사용된 시방서를 보유하고 있어 재설치가 가능한 상황이다. 백 구청장은 "유족들이 재설치 요구를 해 온 만큼 설치 시기와 비용 등을 점검해 '꽃의 내부'가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