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가 빚는 옛날식 쿠키 일품, 母의 수제 햄버거도 인기
용덕제과점 박영식(왼쪽) 대표와 박성욱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 동래구 낙민동 동래고등학교 정문을 등지고 바로 아래 골목길을 쭉 걸어가면 작은 동네빵집 하나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빵사 옷을 입은 중년 남성과 청년이 반갑게 인사한다. 용덕제과점 박영식 대표와 그의 아들 박성욱 씨다. 이 빵집은 부자가 운영하는 낙민동 '맛집'이다.
박 대표는 경남 진주 출신이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그는 부산으로 건너왔다.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안 해본 고생이 없었다. 고향 친구가 그에게 제과점에서 일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대신동 '양지제과'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3년간 그릇만 닦았다. 이후 2년 정도 기술을 배운 뒤 범일동 '비둘기제과', 광복동 '부산뉴욕제과', 남포동 '광명당제과' 등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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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과자와 빵이 진열된 용덕제과점. |
박 대표는 1984년 장전동 금정초등학교 인근에 '잉꼬제과'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가게를 시작했다. 장사는 꽤 잘됐지만, 건물에서 쫓겨나야 했다. 건물주가 집세를 올려주든지 아니면 아들에게 가게를 넘겨주겠다면서 압박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는 온천동에서 '빵의 궁전'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다 2005년 매형이 차린 '용덕제과점'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의 아들 박 씨는 대학생이었다. 군을 제대한 그는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돈만 낭비하는 셈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진로를 생각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빵 만드는 일을 돕곤 했던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빵을 구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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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깃졸깃한 맛이 특징인 나이테 케이크 |
박 대표는 나태해질 우려가 있다며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다른 빵집에 보내 배우게 했다. 지인이 안락동에서 운영하는 '솔로몬과자점'이었다. 술을 곧잘 마셨던 박 씨는 그곳에서 술을 끊었다. 그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빵을 만들다 식빵에 소금 넣기를 까먹었다. 나중에 손님들이 '빵 맛이 이상하다'며 항의했다. 아버지 지인에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친구들을 더는 만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술도 끊었다"며 웃었다.
박 씨는 지금 제과제빵 기능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필기시험에는 합격했고, 올해 5~6월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장전동 '하얀 풍차', 광복동 'BNC' 등에서도 근무하다 그만뒀다. 기능장 시험을 준비하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업체에 폐를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빵, 과자, 케이크 등 40여 개 제품을 판매하는 용덕제과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해바라기 쿠키, 아몬드 쿠키와 햄버거, 나이테 케이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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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 쿠키. |
해바라기 쿠키는 슈거 파운드와 설탕에 계란 흰자, 버터를 넣어 만든다. 아몬드 쿠키에는 계란 흰자 대신 계란을 다 넣는 게 다르다. 팽창제인 베이킹파우더를 넣지 않아 바삭바삭한 맛이 특징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날식 과자다.
햄버거는 박 대표의 부인 이옥순 씨가 만든다. 빵은 가게에서 직접 굽는다. 패티는 돼지고기다. 여기에 채소 등을 넣는다. 한꺼번에 많이 만들지 않고 고객들이 찾을 때마다 바로 만든다고 한다. 박 씨는 "차를 길가에 잠시 세워두고 달려와 '햄버거 만들어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제법 있다"며 웃었다.
나이테 케이크는 롤케이크를 자른 것이다. 대부분 케이크는 부드러운 게 특징이지만, 나이테 케이크는 졸깃졸깃하다.
부산제과협회 동래지부장을 맡은 박영식 대표는 빵을 활용한 봉사 활동을 많이 한다. 해마다 빵 6000~7000개 정도를 독거노인, 사회복지시설 등에 선물한다. 이런 활동 덕분에 동래구로부터 '나눔과 섬김 실천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성욱 씨는 "기능장 자격증을 딴 뒤 내 이름을 단 새로운 가게를 열어 독립하는 게 목표다. 젊은 사람과 시대에 맞는 제품과 아버지의 레시피 중에서 장점을 모아 운영할 생각이다. 그때쯤이면 아버지는 은퇴해서 저를 도와주실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
▶용덕제과점/부산 동래구 명륜로 98번길 99(낙민동). 051-553-2395, 55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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