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찾아서] 부산 안락동 솔로몬과자점

입력 : 2018-03-07 19:11:25 수정 : 2018-03-08 1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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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부터 어르신이 고루 찾는 맛, 가족이 먹어도 안심할 빵

이호근(오른쪽) 대표와 부인 조윤경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학생 때 단골이었습니다. 최근 결혼해서 입덧이 심하네요. 어릴 때 즐겨 먹던 빵을 먹으면 나아질 것 같아요. 택배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부산 동래구 안락동 강변뜨란채아파트 맞은편 안남로 주택가에서 '솔로몬과자점'을 운영하는 이호근 대표는 결혼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한 여성 단골이 최근 보낸 편지를 잊지 못한다. 입덧을 완화하려고 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성껏 포장한 빵을 단골에게 택배로 보내줬다. 예쁜 아기를 낳기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였다.

한 장소에서 22년 동안 빵집을 이어왔다면 일단 실력을 인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대표가 그렇다. 그는 안락동에서 솔로몬과자점을 벌써 2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북 경산 출신이다. 2남 1녀 중 장남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왔다. 가정 형편을 고려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동래구 온천장에 있는 신발공장에서 일했다. 직원이 40명 정도인 가내수공업 형태의 회사였다. 서너 달 일하면서 기술을 배워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회사 선배가 조언했다. 신발은 사양산업이어서 장래성이 없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연제구 연산동에서 '동원제과'라는 빵집을 운영하던 밀양 출신 외사촌 형을 찾아갔다. 그 집에서 처음으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이어 남포동 '부산제과', 서면 '스위스제과' 등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없어진 빵집들이다. 그는 "처음에 정말 힘들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시간 없이 일했다.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고향 친구 다섯 명은 모두 포기하고 귀향했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1995년 같이 제과기술을 배운 선배가 운영하던 '솔로몬과자점'에서 일했다. 2년 뒤 선배가 돈을 벌어 다른 곳으로 빵집을 옮기자 부인 조윤경 씨와 함께 가게를 인수했다. 그것이 벌써 22년 전의 일이다. 이후 그는 다른 일이나 다른 지역에 한눈팔지 않고 꾸준하게 안락동을 지키며 한 우물을 팠다.

부부가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40대 중년이었던 고객들은 이제 60~70대 어르신들이 됐다. 갓 결혼한 부부 뱃속에 있던 태아는 어느새 대학생이 돼 파트 타임 일자리를 구하러 솔로몬제과 문을 열기도 했다. 15년 전만 해도 솔로몬과자점 인근에는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제과점이 15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500여m 떨어진 아파트단지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 말고는 이 가게가 유일하다.

이 대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빵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가게가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손님은 하나둘씩 계속 문을 열었다. 오후 4시 무렵 가게를 찾은 한 할머니는 마치 집처럼 매우 익숙한 듯 주저하지 않고 혼자서 식빵을 찾아 하나 들더니 다시 한쪽 구석에서 다른 빵을 챙겨 계산대로 갔다.

솔로몬제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또띠야
솔로몬과자점의 인기상품은 두부스낵, 어니언크림치즈, 블루베리빵, 갈릭모짜렐라빵, 또띠야 등이다. 두부스낵은 두부와 밀가루를 1 대 1 비율로 섞어 얇게 민 뒤 튀겨낸 과자다. 고소해서 어린이나 어르신이 좋아한다고 한다. 
두부스낵.
어니언크림치즈는 생양파를 얹은 빵이다. 양파를 얇게 썰어 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 뒤 사용한다고 한다. 양파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물었더니 조 씨는 "생각보다 맛이 좋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블루베리빵 소스는 이 대표가 직접 만든다. 블루베리에 설탕을 넣어 딸기잼처럼 오래 졸여 만든다.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또띠야는 돈가스, 불고기에 채소를 넣어 둘둘 만 빵이다. 학생들이 식사 대용으로 많이 찾는다.

어르신들은 단호박 가루를 넣어 반죽한 뒤 찹쌀, 호박, 건포도 등으로 속을 채운 단호박찹쌀빵과 늙은 호박을 잘라 손으로 섞어 만든 호박브레드를 좋아한다.

조 씨는 "우리 집 빵에는 화려한 모양이나 빼어난 맛은 없다. 대신 친숙한 맛을 준다. 가족이 먹듯이 편안하고 건강한 빵을 만든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솔로몬과자점/부산시 동래구 안남로 82 성안빌딩 1층. 051-529-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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