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단골이었습니다. 최근 결혼해서 입덧이 심하네요. 어릴 때 즐겨 먹던 빵을 먹으면 나아질 것 같아요. 택배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부산 동래구 안락동 강변뜨란채아파트 맞은편 안남로 주택가에서 '솔로몬과자점'을 운영하는 이호근 대표는 결혼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한 여성 단골이 최근 보낸 편지를 잊지 못한다. 입덧을 완화하려고 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성껏 포장한 빵을 단골에게 택배로 보내줬다. 예쁜 아기를 낳기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였다.
한 장소에서 22년 동안 빵집을 이어왔다면 일단 실력을 인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대표가 그렇다. 그는 안락동에서 솔로몬과자점을 벌써 2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북 경산 출신이다. 2남 1녀 중 장남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왔다. 가정 형편을 고려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동래구 온천장에 있는 신발공장에서 일했다. 직원이 40명 정도인 가내수공업 형태의 회사였다. 서너 달 일하면서 기술을 배워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회사 선배가 조언했다. 신발은 사양산업이어서 장래성이 없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연제구 연산동에서 '동원제과'라는 빵집을 운영하던 밀양 출신 외사촌 형을 찾아갔다. 그 집에서 처음으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이어 남포동 '부산제과', 서면 '스위스제과' 등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없어진 빵집들이다. 그는 "처음에 정말 힘들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시간 없이 일했다.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고향 친구 다섯 명은 모두 포기하고 귀향했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1995년 같이 제과기술을 배운 선배가 운영하던 '솔로몬과자점'에서 일했다. 2년 뒤 선배가 돈을 벌어 다른 곳으로 빵집을 옮기자 부인 조윤경 씨와 함께 가게를 인수했다. 그것이 벌써 22년 전의 일이다. 이후 그는 다른 일이나 다른 지역에 한눈팔지 않고 꾸준하게 안락동을 지키며 한 우물을 팠다.
부부가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40대 중년이었던 고객들은 이제 60~70대 어르신들이 됐다. 갓 결혼한 부부 뱃속에 있던 태아는 어느새 대학생이 돼 파트 타임 일자리를 구하러 솔로몬제과 문을 열기도 했다. 15년 전만 해도 솔로몬과자점 인근에는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제과점이 15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500여m 떨어진 아파트단지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 말고는 이 가게가 유일하다.
이 대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빵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가게가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손님은 하나둘씩 계속 문을 열었다. 오후 4시 무렵 가게를 찾은 한 할머니는 마치 집처럼 매우 익숙한 듯 주저하지 않고 혼자서 식빵을 찾아 하나 들더니 다시 한쪽 구석에서 다른 빵을 챙겨 계산대로 갔다.
솔로몬제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또띠야 |
두부스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