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산물 식당 2곳] 좌동 대희네아구찜

입력 : 2018-03-14 1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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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 아귀와 시원한 국물

신선한 아귀와 생선으로 만든 생선찜, 아귀수육, 아귀찜, 아귀탕.(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소녀는 어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커서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지, 했다. 10대가 된 소녀는 우연히 맛본 찜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환상적인 맛이 있나, 싶었다. 그것이 인생의 좌표를 결정짓고 말았다.

부산 민락동 민락수변로에서 '대희네'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대희 대표의 이야기다. 이곳은 횟집이 즐비한 주변 상권 특징을 고려할 때 매우 이색적인 식당이다.

찜 요리에 반한 대표의 야심작
살아 있는 아귀가 신선한 맛 비결

코스 요리도 있지만, 흑산도 홍어삼합, 생아귀 수육, 생아귀찜을 판다. 깊은 맛을 갖춘 음식에 반한 단골이 한둘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해운대구 좌동에 새로운 식당을 하나 열었다. 이번에도 아귀다. 생아귀전문점인 '대희네아구찜'이다.

이 대표는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북한 신의주 사람이고, 어머니는 전남 목포 출신이다. '전라도 여자답게' 음식을 잘했던 어머니는 민간요법에 해박했다. 음식이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생각해 늘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몸이 약했던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닌 덕에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학생 시절에 우연히 서구 충무동에서 미더덕찜을 처음 경험했다. 세상에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찜에 흠뻑 빠졌다.

이 대표는 24년 전이던 1994년 수영로터리에 '화이트타운'이라는 이름의 팝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돈가스, 햄버그스테이크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단골손님들에게는 가끔 아귀찜을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수영구 민락동으로 옮겨 '몽돌집'이라는 아귀찜 가게를 시작했다. 4년 정도 영업했다. 손님은 많고 제법 유명해졌지만, 좋은 재료를 쓰다 보니 원가가 많이 들어 남는 게 없었다. 그러다 3년 전 '대희네'로 업종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꼭 아귀찜 식당을 다시 하고 싶어 지난해 10월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 인근에 '대희네아구찜'을 열게 됐다.

'대희네아구찜'에서는 아귀찜, 아귀탕, 아귀 수육과 생선찜을 판매한다. 아귀는 살아 있는 것들을 사용한다. 오전에 배달받으면 바로 손질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손님들이 나오면 요리해 내놓는다. 이 대표는 "살아 있는 아귀를 수족관에 보관하면 맛이 떨어진다. 바로 잡아서 칼집을 내 피를 빼고 냉장 보관해야 맛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활아귀를 쓴 덕분에 아귀찜·수육의 고기는 야들야들하다고 할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찜은 맵거나 짜지 않다. 자극적인 맛도 없다. 편안한 맛이다. 당연히 아귀탕 국물에도 깊이가 있고 깔끔하고 시원하다.

생선찜에 쓰는 생선은 전남 목포나 부산 자갈치시장 등에서 선어를 배달받는다. 생선찜 국물은 진하고 깔끔하다. 생선 살도 부드럽다. 밑반찬은 제철에 나오는 재료로 만든다. 겨울에는 해초 생물로 반찬을 만든다.

이 대표는 "값비싼 재료를 많이 쓰다 보니 남는 게 적다. 좋은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다 보면 고객이 하나둘씩 늘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대희네아구찜/부산 해운대구 좌동 909(2층). 051-901-9022. 생아귀찜·생선찜 3만~5만 원, 생아귀탕 3만~4만 원, 생아귀 수육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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