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 '마산게낙찜'] 찰진 살도 드셔 보시게!

입력 : 2018-04-18 19:05:12 수정 : 2018-04-19 13: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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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게낙찜'의 게낙찜 꽃게에는 속살이 꽉 차 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마산게낙찜(대표 이경훈).' 눈에 익은 상호였다. 어디서 봤을까? 식당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들어온다. 중국 사람들이었다. 그 이후에 들어온 고객 상당수도 중국인이거나 일본인이었다. 특이한 장면이었다.

'마산게낙찜'은 원래 부산 해운대구 중동 그랜드호텔과 오션타워 사이에 있었다. 이 대표는 "2016년 현재 위치인 마린시티로 이전했다. 주차장 시설이 좋은 데다 바다 전망까지 빼어나 미래를 내다봤다"고 말했다.

해운대 그랜드호텔 인근서 30여 년 전 시작
2016년 바다 품은 마린시티로 이전

충북 서산·경기 연평도서 직접 꽃게 공수
급랭해 감천 냉동창고 보관 신선도 유지

칼칼한 게낙찜에 달짝한 간장게장 인기
일본 언론 소개에 외국 관광객 방문 많아


이 대표는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부산에 내려와 처음에는 회사에서 일했다. 서울, 충북 속리산 등을 돌아다니며 근무했다.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부인에게 식당을 하나 차리게 했다. 서울에서 아귀찜 식당을 하는 사촌 누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가게 이름은 누나 식당과 똑같이 '마산게낙찜'으로 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음식점이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게낙찜 요리만 내놓았다. 그는 한가지만으로는 고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어머니가 잘 만들었던 간장게장 생각이 났다. 그는 어머니 도움을 받아 간장게장을 만들었다.

간장게장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부산 사람들에게 낯선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는 숙성해 놓은 간장게장을 버리는 대신 고객들에게 시식하게 했다.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처음에는 하루 5마리 팔리다 며칠 뒤에는 판매량이 10마리로 늘었다. 그게 조금씩 증가하더니 나중에는 하루 평균 3~4상자를 팔았다. 10㎏짜리 상자당 30여 마리가 들어 있으니 100마리 가까이 판 셈이다.

매년 4~5월 꽃게 철에 매입한 꽃게로 만든 게낙찜.
간장게장 맛이 지금처럼 자리 잡기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사람마다 맛에 대한 평가가 달랐다. 매일 간장, 물 배합을 놓고 고민했다. 한 숟가락 차이로 맛의 편차는 극심하다.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대부분 고객의 평가가 일치하는 맛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충북 서산과 경기도 인천 연평도까지 가서 꽃게를 사 온다. 해마다 4~5월 꽃게 철에 직접 올라가 인천수협, 옹진수협 등에서 경매로 게를 대량 구매한다. 1년에 사들이는 게의 양은 약 10t 정도다. 매입한 게는 부산 감천항 냉동창고에 바로 집어넣어 보관하다 매일 조금씩 꺼내 숙성한다. 이 대표는 "살아 있는 게를 얼음에 집어넣으면 바로 기절한다. 그때 급랭해 바로 냉동창고에 집어넣는다. 당연히 신선할 수밖에 없다. 우리 식당처럼 전문적으로 꽃게를 대량 구매하는 식당은 부산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간장게장은 사흘간 숙성한다. 숙성시간을 제대로 못 맞추면 단맛과 짠맛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흐물흐물해지고 물이 생겨 맛이 떨어진다. 
꽃게 속살과 알이 가득 차 흘러넘치는 간장게장.
'마산게낙찜'은 국내 손님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외국인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식당에서 기다릴 때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식당은 일본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외국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간장게장, 게낙찜을 먹으러 자주 찾는다. 일본 여행사들이 보수동 족발 골목, 해운대 금수복국 등을 묶어 '부산 맛집 투어'를 기획한 적이 있는데, '마산게낙찜'도 거기에 포함됐다고 한다.

'마산게낙찜'의 간장게장은 택배로도 많이 팔려나간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 배달되는 양도 만만치 않다. 택배로 보낼 때는 하루만 숙성한다고 한다. 가는 사이에 숙성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택배 이야기를 하던 이 대표가 간장게장을 먹고 남은 간장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 몇 가지를 소개했다. 연두부에 간장을 넣거나 밥에 달걀노른자와 간장을 넣으면 맛있는 아침 식사가 된다고 한다. 멸치조림에 간장을 넣으면 맛이 색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간장게장의 간장과 게낙찜의 양념은 이 대표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간장, 양념 투입량 등 조리 매뉴얼도 그가 직접 개발했다. 그는 주방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의 입맛 대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라. 그래야 손님들에게 팔 수 있는 음식이 나온다'고 요구했다. 식당 주인이 먹어서 맛없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게 됐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한 가지 음식으로 30년 가까이 영업한 식당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맛을 유지하고 손님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긍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마산게낙찜/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1로 91 두산위브 101동 상가 201호. 051-747-7773. 간장게장 3만 2000~3만 9000원, 양념게장·알게장비빔밥 3만 4000~4만 원, 꽃게찜 6만~8만 원, 게낙찜·갈낙찜 4만 5000~6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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