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릴리키친] SNS에 올리고 싶은 눈이 즐거운 케이크

입력 : 2018-05-09 19:21:30 수정 : 2018-05-09 2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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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맞은편 골목길.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차들도 그다지 많이 오가지 않는다. 이곳에 매우 독특한 '주문 제작 케이크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릴리키친(대표 김나리)'이다.

'릴리키친' 매장은 조그마하다. 3~4평이나 될까? 케이크 진열대도 작고, 게다가 진열된 케이크는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매장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을 상대하기보다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제품 사진을 올린 뒤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크림·크림치즈크림·버터플라워
다양한 재료 원하는 문구 넣어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문형 케이크

이탈리아 요리학교 수료·호텔 근무
다재다능한 대표가 만든 '인생작'


김 대표는 중학교 때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애초에는 바이올린 공부를 위해 로마에 있는 '로마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그런데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핏줄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곳에서 요리에 빠졌다. 어릴 때부터 식당을 하던 아버지를 곁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문득 요리가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딸의 변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부모를 설득해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바로 '아 타볼라 콘 로 셰프'라는 조리학교에 들어가 1년 반 동안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다. 그곳에서 초급, 상급 피차욜로(피자) 과정을 수료했다. 

8년간의 이탈리아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부산여대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갔다. 아버지 권유로 2008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요리 부문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신라호텔에 입사해 5년간 근무했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했고, 육류작업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경기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제과학교인 '나카무라 아카데미' 서울분교에 들어가 제과를 배우기도 했다. 빵을 제외한 디저트, 케이크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는 거기서 초급, 상급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그즈음 김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10년 이상 이어진 객지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신라호텔을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왔다. 이탈리아 요리와 케이크를 놓고 고민하다 케이크 공방을 차리기로 했다.

'릴리키친'에서는 생크림케이크, 크림치즈크림케이크, 버터크림플라워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생크림케이크는 다른 제과점에서 파는 제품과 비슷하지만, 주문 고객이 원하는 대로 색을 지정하고 글자를 새길 수 있다. 크림치즈크림케이크는 '크림치즈'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이다. 크림치즈에서 찬 기운을 뺀 뒤 부재료를 넣고 저어 부드럽게 만든 뒤 색을 넣고 성형하면 된다. 버터크림플라워케이크는 여러 가지 버터를 부드럽게 한 뒤 이탈리아 머랭을 넣어 성형한다. 여기에 튜브로 크림을 짜서 꽃잎 모양을 만들어 장식한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로 2~3일 전에 주문하면 원하는 날 제품을 받아갈 수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만든 케이크에는 다양한 문구가 새겨졌다. '너와 나의 오늘을 기억해', '예쁜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해요', '꽃보다 연옥', '유 아 마이 유니버스(You are my universe)', '내 똥강아지 생일 축하해,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의 팔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등이다.
김 대표는 비바람이 불던 날 멀리 하단에서 왔던 여자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머니 생일 케이크를 주문한 손님이었다. 그는 하단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다. 김 대표는 크고 무거운 케이크를 제대로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손님은 나중에 "잘 도착했다"면서 케이크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그는 "정말 고마웠고, 앞으로 더 열심히 제대로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릴리키친/부산 해운대구 중동 145-25. 인스타그램 아이디/_lilykitchen_. 생크림·크림치즈크림·버터크림플라워 케이크 3만~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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