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살살 '숙성' 스시, 입에서 팔딱 활어 회

입력 : 2018-05-30 19:11:05 수정 : 2018-05-30 2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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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난'의 대표 메뉴인 오마카세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아예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초밥에 푹 빠졌고, 10년 이상 일식전문점에서 실력을 쌓은 뒤 식당을 열었다.

아직 채 오십을 넘기지 않아 '젊은(?)' 요리사들이다. 그들의 초밥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스시난

초밥용 밥과 생선에
양념 거의 안 해
재료 본연의 맛 생생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담임교사에게 "요리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졸업한 뒤에는 일찌감치 요리를 배우러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 세월이 30년 가까이 돼 간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제니스 스퀘어'에 있는 초밥전문점 '스시난' 노남식 대표의 요리 인생 이야기다. 

노남식 '스시난' 대표
노 대표는 경북 고령 출신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대구상고에 입학한 뒤 요리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한 제자의 선언을 담임교사와 학교는 존중했다. 부모도 아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묵묵히 지원해줬다.

노 대표는 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갔다. 일식전문점 '성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청소, 가게 정리 등을 하다 서서히 칼을 잡았다.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특히 초밥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회보다 초밥이 더 맛있었다. 회만 먹기보다는 밥, 와사비(냉이고추)를 섞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조화를 이뤄 더 오묘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제대한 뒤 부산에 내려와 온천동 '해도초밥'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며 실력을 다졌다. 경력을 차분하게 쌓은 뒤 마린시티에 아파트가 막 들어서던 2012년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광어다시마숙성회
노 대표는 초밥을 만들 때 숙성한 회를 사용한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활어 회 초밥을 좋아한다. 반면 일본인들이나 외국인들은 숙성 선어를 더 즐긴다. 우리 가게는 일본 방식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활어 회로 초밥을 만들면 질긴 회 탓에 밥만 넘어가고 생선은 입안에 남게 된다. 반면 부드러운 숙성 선어를 사용하면 회와 밥이 함께 넘어가 더 맛있다"고 덧붙였다.

'스시난'은 마산, 포항 등에서 생선을 받아온다. 산지에서 재료를 버스에 실어 보내면 매일 아침 일찍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가져온다.

노 대표가 오마카세 요리를 하나씩 내왔다. 먼저 참복 회가 상에 올랐다. 다양한 부위를 얇게 썬 게 신선한 맛을 냈다. 보리 된장을 얹은 광어 다시마 숙성 회가 나왔다. 광어는 소금을 뿌려 다시마로 싸서 5~6시간 숙성해 사용한다. 보리 된장의 구수한 느낌에 다시마의 바다 향이 더해진 이색적인 맛이었다. 
새우초밥
초밥이 이어졌다. 피조개 초밥과 독도새우 초밥이었다. 전혀 양념하지 않은 회와 밥으로 만든 초밥이었다. 맛은 신선하고 상큼했다.

'스시난'의 초밥에 사용하는 밥에는 양념을 거의 안 한다. 초밥에 쓰는 생선에도 양념하지 않는다. 재료의 제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양념 맛을 원하는 고객은 간장에 찍어 먹도록 한다. 노 대표는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은 맛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미노산 성분이 소화,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 대표가 다시 장어구이를 가져왔다. 반나절 동안 민물장어 뼈를 곤 육수에 간장, 물엿 등과 민물장어를 넣어 숙성한 뒤 굽고 찌고 굽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김초밥
'스시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시'는 김초밥이다. 계란을 부드럽게 구워 크게 자른다. 여기에 표고버섯 볶음, 오이, 말린 흰살생선 가루를 넣는다. 미세하게 달면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오마카세 요리에 나오는 전복술찜에 사용하는 전복은 청주에 2시간 절인다. 참치 초밥은 간장에 절인 '붉은 살'로 만든다. 생강 등 다른 반찬은 직접 만든다.

노 대표는 "초밥은 좋은 쌀로 만든 밥에 좋은 생선으로 만든 회를 올리면 최고의 맛을 낸다. 생선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

▶스시난/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2로 33 제니스스퀘어 104동 124호. 051-742-5880. 오마카세 8만 원, 회·초밥 6만 원, 참치 회 8만 원, 모듬·참치 초밥 3만 원, 김초밥 1만 5000원, 생선구이·조림 3만 원.

중구 남포동 갓포신
'갓포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시 오마카세
'갓포신' 조은일 대표는 부산 영도 출신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요리를 인생의 길로 삼게 됐다.

조 대표는 재수하고 있을 때 친구 소개로 부산 중구 남포동 '미성초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용돈 벌이로 생각한 게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곳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자갈치시장서 조달하는
신선도 최고 회와
고소한 계란구이 인기

조은일 '갓포신' 대표
처음에는 아르바이트가 다 그렇듯이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선배들을 보조하거나 잔심부름을 하게 됐다. 모든 직원과 친해진 이후부터는 칼을 손에 잡을 수 있게 됐다. 초반에는 채소를 다듬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선배들로부터 요리를 하나씩 배우게 됐다. 뜻밖에 요리는 재미있었다. 그는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가 요리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부모는 흔쾌히 아들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조 대표는 이후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대가초밥',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동경초밥' 등에서 일했다. 그 세월이 16년이나 됐다. 그 사이 부산에서 일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이 모여 결성한 '일본요리연구회'에 가입해 9년 정도 활동하면서 일식 요리계 선배들로부터 여러 음식을 배우기도 했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는 지난해 독립해 부산 중구 남포동 BIFF 거리에 자신의 첫 가게를 열었다. 그는 "남포동에는 초밥집이 드물다. 인근에 자갈치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제법 손님이 많다. 젊은 사람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고객층은 다양하다. 단골도 어느 정도 생겼다"며 웃었다.
모듬 회
'갓포신'은 초밥뿐만 아니라 회도 판매한다. '스시 오마카세'를 주문하면 활어 회, 초밥, 튀김, 디저트가 나온다. '사시미 오마카세'에는 구이와 조림이 추가된다. 점심시간에는 '스시세트'도 있다. 샐러드, 계란찜 등 전채 요리는 물론 활어초밥에 참치·연어·한치·새우초밥 등을 제공한다.

스시 오마카세에 사용하는 초밥 생선은 광어, 도미, 농어, 참치, 연어, 새우, 전복, 성게 알 등이다.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구이는 메로를, 조림은 전복을 사용한다. 전복은 술, 다시마 등에 3시간을 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게 특징이다.
 
전복조림
활어 회에 쓰는 생선은 자갈치시장에서 가져온다. 매일 경매에 나온 생선이어서 신선도는 최고다. 연어 회는 가볍게 염장한 뒤 다시마에 싸서 2~3시간 숙성한다. 감칠맛이 특징이다.

'갓포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초밥은 고등어·장어·꽃새우 초밥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계란구이도 있다.
계란구이
고등어 초밥은 소금, 식초에 절여 숙성한 고등어로 만든다. 꽃새우 초밥에 쓰는 꽃새우는 포항에서 택배로 배달받는 생새우를 쓴다. 조 대표가 일본간장에 몇 가지 재료를 더 넣어 만든 '수제 간장'을 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내기도 한다.

장어 초밥에 사용하는 장어는 간장, 물엿 등으로 7~8시간 졸인 양념을 발라 구워낸다. 계란구이는 계란에 새우, 마를 갈아 넣은 뒤 약한 불에 4~5시간 구워 만든다. 조 대표는 "센 불에 구우면 부드럽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계란구이는 다른 계란 프라이나 계란찜과 맛이 확연하게 달랐다.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게 매우 이색적이다. 계란구이는 손님들에게 인기 좋은 음식이다. 조 대표는 "초밥과 회를 좋아한다. 게다가 제일 잘 하는 일이 초밥, 회 만들기다. 손님들이 만족하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음식을 꾸준히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갓포신/부산 중구 남포동 3가 14-5 2층. 051-256-2731. 점심 특선/스시세트 1만 5000원, 미니 모듬회 1만 8000원, 스시 오마카세 2만 5000원, 사시미 오마카세 3만 5000원. 스시/모듬스시 1만 8000원, 스시 오마카세 3만 5000원, 사시미 오마카세 5만 원, 스페셜 오마카세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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