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동 동광참치] "참치, 너는 내 운명"

입력 : 2018-06-06 19:11:21 수정 : 2018-06-06 22: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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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참치'의 주메뉴인 참다랑어 모둠회 한 접시.

평생 참치를 사고파는 일에만 매달린 사람이 있다. 당연히 참치라면 A부터 Z까지 다 알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칼을 손에 잡았다. 참치 회를 직접 자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가게로 달려가 보았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동광참치' 김일동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부산 중구 동광동 출신이다. 동광초 토성중(현재 경남중) 대동고를 나온 그는 1989년 지인이 운영하는 참치유통회사에 들어갔다.

참치 유통회사 첫 취직이 계기
생선 공부하다 참치 전문점까지

태평양서 잡은 '동쪽 고기'가 별미
생참치 오해받을 정도 신선도 자랑


그곳에서 잔심부름하면서 일을 익혔다. 이어 중학교 선배가 차린 '정우물산'이라는 회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고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그곳에서 맨 처음 맡은 일은 '어선에서 고기 지키기'였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원양어선 하역부두가 없었다. 원양에서 고기를 잡아 온 배들은 대개 한국해양대 인근에서 이틀 정도 지내다가 일본 시미즈로 가는 게 정해진 코스였다.

그때 배에 도둑들이 들어가 고기를 훔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을 막는 게 그의 일이었다.

'정우물산'은 원양어선으로부터 '잡어'를 사들여 판매하는 사업으로 재미를 봤다. 참치를 잡을 때 끌려오는 상어와 '알고기'라고 불리는 '비가이(빅아이) 옐로핀(눈다랑어)' 등이었다. 김 대표는 고기를 지키면서, 또는 잡어를 사들이는 일을 도우면서 참치 등 생선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했다. 그것이 현재 참치식당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던 그는 2015년 대신동에 참치가게를 열었다. 장사에서 제법 재미를 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2016년 8월 중앙동 현재 위치로 가게를 옮겼다.

'동광참치'에서 사용하는 참치는 뱃살이다. 눈다랑어 뱃살은 동원산업에서 가져오고, 황새치(메카)와 참다랑어(혼마구로) 뱃살은 일본에서 수입해 쓴다. 그는 "참치 초보자는 황새치를 맛있다고 한다. 나중에 맛을 알게 되면 눈다랑어와 참다랑어를 더 좋아하게 된다. 더 깔끔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치는 인도양보다는 태평양에서 잡은 것을 더 높게 쳐 준다. 같은 태평양이라도 하와이 동쪽부터 멕시코까지 해역에서 잡은 참치를 최고로 여긴다.

김 대표는 "참치를 아는 사람들은 '동쪽 고기'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동쪽 고기'만 먹는다. 우리 가게도 '동쪽 고기'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참치가 맛있고 좋은 것이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빙긋이 웃더니 "잘라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는 "톱으로 나무를 자르면 톱밥이 나오듯 참치를 자를 때에도 '톱밥'이 나온다. 톱밥 모양과 끈적이는 정도를 보면 맛을 알 수 있다. 톱밥이 끈적하면 기름이 많아 맛있는 고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참치가게 주인들이 참치를 사러 갈 때 칼을 들고 다닌다. 꼬리를 2~3cm 잘라 물에 담가 해동한 뒤 손으로 만져 선도와 기름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좋은 참치를 내놓으려면 해동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금물에 담가 해동한다고 했다. 소금물 농도가 '비법'이라고 한다. 그는 "참치를 해동해 냉장실에 넣어뒀다 손님들이 오면 판다. 손님들이 '생참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며 웃었다.
다양한 초밥.
'동광참치'에서는 점심 특선으로 참치회 정식과 제철 생선조림을 판매한다. 참치회 정식은 눈다랑어와 황새치 뱃살, 회 초밥, 튀김, 장국, 알밥으로 구성돼 있다. 참치 식당인데 고구마튀김 맛이 탁월했다. 그는 웃으며 "좋은 고구마를 쓴다"고 말했다.

제철 생선조림은 주로 생병어를 사용한다. 산 가자미로 조리할 때도 있다. 다시마, 채소, 멸치 디포리로 끓인 육수를 넣고 간장을 넣은 뒤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을 넣어 다시 끓인다. 생선조림을 먹으러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맛을 보니 '자원방래(自遠訪來)'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 뱃살 한 접시에는 눈다랑어, 황새치, 참다랑어 뱃살을 골고루 내놓는다. 김 대표는 "가장 좋은 SA급 참치 뱃살이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래서 다른 가게들처럼 '리필'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동광참치/부산 중구 중앙대로 122. 010-6327-3308. 참치회 정식 2만 원, 제철 생선조림(1인분) 1만 2000원, 참치 뱃살 한 접시 3만 9000~6만 원, 혼마 뱃살 한 접시 10만 원. 참치 코스요리 3만~8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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