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찾아서] 부산 반송동 몽쉐리제과점

입력 : 2018-06-27 19: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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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밀어낸 뚝심… 대대로 찾는 '이유 있는' 빵집

에그타르트와 호두파이.

프랜차이즈 빵집과 1 대 1 맞대결을 벌여 1년 반 만에 'KO승'을 거둔 동네빵집이 있다. 매출이 조금 더 많은 게 아니라 아예 빵집 문을 닫게 했으니 완승에 그치지 않고 'KO승'인 셈이다. 게다가 대기업에 적지 않은 양의 빵을 납품한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벌써 30년째다. 이쯤 되면 '동네 빵집'이 아니라 '대표 빵집'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지 않을까.

■40년 가까이 된 동네 빵집

부산 해운대구 아랫반송로에 있는 몽쉐리제과점(대표 양칠석·김영화) 이야기다. 이 빵집은 1982년 문을 열었다. 올해 개업한 지 36년째를 맞은 '원로 빵집'이다.

양 대표는 원래 경남 거창 출신이다. 그는 친구 결혼식장에서 함양 출신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행운이 따라주는 것이었던지 결혼하기 일주일 전에 부산에 있던 기업에 취직했다.

양 대표는 부인을 데리고 부산으로 건너왔다. 김 씨는 현재 위치에 있던 지인의 빵집에서 일을 거들게 됐다. 그곳에서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하다 뜻하지 않게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 양 대표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에 매달리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빵을 전혀 만들 줄 몰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술자'를 들여 가게를 이어 나갔다. 양 대표는 그들로부터 빵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하나씩 익혔다. 그 세월이 4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이제는 부산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원로 제빵사'가 됐다.

부부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5년 전 몽쉐리제과점 바로 앞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연 것이다. 두 사람은 바짝 긴장했다. 단골손님들은 '어느 제과점이 더 오래 버티나 보자'며 자기들끼리 내기를 할 정도였다. 김 씨는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정말 부지런히 일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1년 반만에 누를 수 있었다.

■선행이 대기업 납품으로 연결

블루베리 파이.
몽쉐리제과점은 반송에 있는 한 대기업에 빵을 납품한다. 기회는 우연한 선행에서 찾아왔다. 양 씨 부부가 살던 집 1층에 신혼부부가 세를 얻어 들어왔다. 1988년 추석을 앞두고 김 씨는 신혼부부에게 케이크를 선물로 줬다. 고향인 충청도에 가면 어머니에게 드리라고 했다.

추석이 지나고 며칠 뒤 대기업 총무과에서 연락이 왔다. 빵을 납품받아도 되는지 테스트를 해 볼 테니 제품을 몇 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부부는 빵을 한두 개가 아니라 한 상자를 가지고 갔다. 총무과 모든 직원에게 맛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테스트는 손쉽게 통과했다. 그렇게 해서 몽쉐리제과점은 대기업에 빵을 납품하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층 신혼부부가 그 대기업 직원이었다. 그는 양 씨 부부의 선물이 정말 고마웠던데다 빵까지 맛있어 총무과의 친한 직원에게 소개했던 것이었다.

양 대표가 가장 맛있다고 추천하는 빵은 엉뚱하게도 샌드위치였다. 빵집 매장을 살펴보니 샌드위치는 여러 종류였다. 샌드위치는 몽쉐리제과점에서 생산하는 우유 식빵으로 만든다. 속에는 으깬 감자, 계란, 오이 피클, 맛살, 햄, 치즈, 마요네즈 등을 넣는다. 점심 무렵이어서 양 대표가 건네준 샌드위치를 하나 먹었다. 빵은 부드럽고,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속은 간단히 설명해서 '맛있었다'.

몽쉐리제과점에서는 바게트도 잘 팔린다. 인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바게트를 사 간 뒤 속을 파내고 고기 등을 넣어 먹는다고 한다. 고향에서 먹던 방식과 비슷하게 만들어 먹는 셈이다.

양 씨는 "동네 빵집에서는 그 지역 주민의 특성에 맞는 빵이 팔린다. 우리 집에선 지역에 어르신들이 많아 도넛, 식빵, 찹쌀 꽈배기 등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몽쉐리제과점'의 양칠석(왼쪽) 대표와 부인 김영화 씨.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뀔 동안 한 곳만 지켰으니 당연히 단골도 많을 수밖에 없다. 1980년대 몽쉐리제과점에서 선을 봐서 결혼한 여성이 있었다. 그의 딸이 다시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 어머니와 함께 빵집에 온다고 한다. 원래는 아랫반송에 살다 지금은 윗반송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이전만큼 자주 찾지는 못한다고 부부는 아쉬워했다.

부부는 40년 가까이 빵집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양 씨는 "이 직업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몽쉐리제과점/부산 해운대구 아랫반송로21번길 79. 051-544-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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