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 '셰프홍 돈가스'] '그냥 돈가스' 와는 체급이 다른 요 녀석

입력 : 2018-06-27 19:10:36 수정 : 2018-06-27 22: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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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홍 돈까스' 대표 메뉴인 홍세프 돈가스.

제대로 된 돈가스 소스를 만드는 데 사흘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소스를 그렇게 만들어 영업하는 식당은 얼마나 될까. 그 소스를 뿌린 돈가스 맛은 과연 어떨까.

부산 1세대 양식 대부를 사사
하얏트 호텔 근무 등 '명인' 셰프
이름 걸고 돈가스 전문점 내

사골 고아 넣은 데미그라스 소스
차분하고 편안한 부담없는 맛
잡내 없이 고소한 고기도 일품

■규모는 작지만, 지역 맛집

부산 해운대구 양운로 98 좌동 신시가지 대하프라자 1층에 자리 잡은 '셰프홍 돈까스(대표 홍순국)'가 바로 그런 곳이다. 식당 규모가 작고 건물 안쪽에 있어 찾기 쉽지 않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맛을 알고 찾아가는 해운대 맛집이다.

홍 대표는 하얏트호텔에서 10년간 주방장으로 근무한 정통 요리사다. 그는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 부산으로 건너왔다. 고향에는 일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배 권유로 들어간 첫 직장은 중구 남포동 피닉스호텔이었다. 그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타는 '커피사'로 일했다. 요즘 말로 하면 바리스타였던 셈이다.

홍 대표는 호텔 3층에 있는 양식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구경하게 됐다. 그는 "커피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요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메밀국수.
당시 레스토랑에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맹업 씨가 있었다. 당시 60대로 지역 요리업계 원로였다. 부산 양식 1세대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홍 대표는 그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한마디로 스승이었던 셈이다. 안심 스테이크, 햄버거스테이크, 포크커틀릿, 비프커틀릿과 생선 요리를 배웠다.

홍 대표는 스승을 따라 동구 범일동 목화호텔로 직장을 옮겼다. 1990년대 초에는 하얏트호텔에 들어가 주방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나중에는 남구 용호동 '오륙도 가원'에 들어가 총괄팀장으로 일했다.

2009년에는 부산조리사협회에서 1년에 한 명에게는 주는 '명인' 칭호를 받기도 했다. 요리 실력만큼은 동료 조리사들로부터도 인정받은 셈이다.

■공들여 만드는 소스 깊은 맛
홍순국 대표
홍 대표는 지난해 6월 오륙도 가원에서 나와 좌동에 식당을 차렸다. 돈가스 전문점이었다. 그는 "돈가스는 대중들이 식사하기에 가장 좋은 최고의 양식 메뉴"라고 가게를 차린 이유를 밝혔다.

홍 대표가 만드는 돈가스에는 어지간한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데미그라스 소스를 만들려면 먼저 소 사골을 오랫동안 고아야 한다. 여기에 볶은 밀가루와 버섯을 넣어 다시 끓인다. 또 토마토 페이스트, 굴 소스를 넣어 졸인다. 정통적인 방법으로 데미그라스 소스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일주일이다. 그는 나름대로 시간을 줄여 사흘 동안에 걸쳐 소스를 만든다. 
왕새우 돈가스
홍 대표는 "정통 소스를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인내도 필요하다. 재료비도 많이 든다"면서 "요즘 속성으로 만드는 돈가스 소스와 비교하면 맛의 깊이에 차이가 있다. 다른 돈가스 소스는 양념 맛만 난다"고 말했다.

돈가스에 사용하는 고기는 국내산 돼지고기 등심을 사용한다. 특히 '요토'라고 불리는 어린 돼지를 사용한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고기가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돈가스인 만큼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 메뉴인 '홍셰프 돈가스'가 테이블에 놓였다. 숟가락으로 소스를 떠먹었다. 자극적이거나 짜릿한 맛, 진한 양념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만이 입으로 전해졌다.

돈가스 두께는 2㎝ 정도였다. 고기에서 잡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소스를 바른 고기를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고기와 적당히 잘 튀겨 고소한 껍데기, 그리고 안정된 소스 맛이 제대로 어우러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스파게티 돈가스의 토마토소스는 국제학교에서 받아쓴다. 하얏트호텔 총주방장 출신인 김기희 씨가 그곳에서 급식용으로 토마토소스를 대량 생산한다.

눈꽃 치즈 돈가스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얹었다. 카레 돈가스 소스는 태국산 카레로 만든다. 코코넛 밀크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홍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손님들이 끊임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부터 60대로 보이는 어르신, 직장인들까지 다양했다. 느긋하게 앉아서 사진을 찍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맛을 보면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해 시간을 보내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홍 대표는 밀려드는 고객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돈가스를 하나하나, 늦지 않게 만들어 내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그 많던 손님 중 누구도 오래 기다린다고,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가볍게 눈인사를 한 뒤 조용하게 가게를 나왔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셰프홍 돈까스/부산 해운대구 양운로 98, 102(좌동 대하프라자 1층). 051-702-2008. 홍셰프 돈가스 6000원, 태국식 카레·스파게티 돈가스 7000원, 모차렐라 치즈 돈가스 8000원, 눈꽃 치즈·왕새우 돈가스 9000원, 메밀국수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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