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동 '오륙도 수산·대게'] 대게 달인 신선도 엄지 '척'

입력 : 2018-07-04 19:14:03 수정 : 2018-07-05 1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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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수산·대게의 랍스터 버터구이. 꼬리 부분은 회로 사용한다.

20년 이상을 대게, 킹크랩만 다루며 산 사람이 있다. 대게, 킹크랩을 수입해 판매하다 나중에는 배를 사서 바다에 나가 직접 잡기까지 했다. 그는 최근 고향 부산에 내려와 대게, 킹크랩 식당을 열었다. 부산 남구 백운포 '오륙도 수산·대게(대표 양태석·오주일)'다.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

큼지막한 대게 집게발.
백운포는 남구 용호동 끝자락에 있다. 용호로를 따라 끝까지 간 뒤 늘빛장로교회 앞 회전형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백운포로, 좌회전하면 오륙도로 갈라지게 된다. 백운포에는 오랜만에 갔다. 입사 초창기에 부서 야유회를 간 이후로는 처음이니 25년 만에 처음인 셈이다.

'오륙도 수산·대게'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닷가 입구 바로 앞에 있다. 길 건너편은 백운포체육공원이다. 양 대표는 부산 남구 우암동 출신이다. 그는 원래 트럭 한 대를 몰고 다니며 대게를 운반하는 일을 했다. 나중에는 대게 수입, 판매에도 손을 댔다. 그 세월이 11년이었다.
 
적지 않은 돈을 번 양 대표는 배를 사서 직접 대게, 킹크랩을 잡으러 다녔다. 러시아 선원을 고용해 조업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한 척, 두 척이던 배가 나중에는 7척까지 늘어났다. 배 한 척당 가격은 5억 원 정도였다. 여기에 수리비 3억~4억 원과 인건비 등을 합치면 한 척당 비용은 15억 원 정도 들어갔다. 하지만 배 사업은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다. 그는 큰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랍스터 회
양 대표는 돈을 버는 일에 싫증이 났다. 게다가 객지 생활을 너무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허황한 꿈을 접고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고향에 돌아와 고향 친구인 오주일 씨와 함께 대게 식당을 차렸다. 수입, 판매업을 할 때 알고 지냈던 강원도 동해항의 수입상들에게서 대게, 킹크랩, 랍스터를 받아온다. 대게 수입, 판매에 대해서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오륙도 수산·대게는 다른 대게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당 4만~5만 원이니 1만 원 정도 싸다.

양 대표는 "대게는 크기, 품질 등을 고려해 A~C 등급으로 나뉜다. 판매상들은 다른 식당에는 A~C등급을 섞어 공급한다. 하지만 우리 가게에는 A등급만 준다. 그래서 대게, 킹크랩, 랍스터가 크고 싱싱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듯 다른 맛
수족관에 들어 있는 대게
대게는 대부분 러시아 사할린과 연해주 1000m 이하 심해에서 잡는다. 킹크랩은 캄차카반도에서 포획한다. 모두 통발로 잡는다. 랍스터는 캐나다에서 잡은 것을 수입한다.

대게, 킹크랩과 랍스터는 찌는 시간이 조금 다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살이 질겨지거나 쪼그라든다. 대게, 킹크랩은 크기에 따라 15~20분 정도를 찐다. 랍스터는 25분 정도다. 대게를 찔 때는 송곳 등으로 배를 찔러 기절시킨다. 그러지 않으면 점점 뜨거워지는 온도에 흥분한 대게가 스스로 다리 등을 잘라 버린다고 한다. 양 대표는 "찐 뒤에 다리를 잘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하지만 대게가 스스로 다리를 잘라버릴 경우에는 먹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랍스터는 2~3kg짜리를 사용한다. 조리할 때는 몸통과 꼬리로 나눈다. 꼬리는 회로 내놓는다. 회는 부드럽고 잡스러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다른 생선회가 '거친' 맛이라면 랍스터 회는 '세련된' 맛이라고 볼 수 있다. 몸통은 쪄서 치즈와 버터를 발라낸다. 버터는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고소한 맛을 살려주기도 한다.
고급스러운 맛의 킹크랩.
대게와 킹크랩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맛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 대게는 단맛, 짠맛이 많이 난다. 깊은 맛이라기보다는 혀끝에서 감도는 가벼운 맛이다. 킹크랩은 대게보다 싱겁다. 대신 입안 깊숙한 곳까지 느껴지는 묵직하고 진한 맛이다. 어떻게 보면 랍스터와 비슷하다.

내장 맛도 다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킹크랩 내장은 먹기가 조금 불편하다. 쓴맛이 나는 데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강해서다. 대게 내장은 살처럼 달콤하면서도 짭짤해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딱 맞다.

대게는 탕과 물회로도 만든다. 대게탕은 활대게에 된장을 풀어 끓인 음식이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대게로 만들기 때문에 된장의 구수한 맛과 대게의 시원한 맛이 어울리는 게 특징이다. 쪄 먹는 대게와는 맛이 전혀 다르다. 물회는 생선회와 멍게, 전복 등에 대게 살을 섞어 내놓는다.

양 대표는 "과거 대게 수입, 판매업 외에 선주 노릇을 할 때 엄청난 돈을 벌었다가 곧바로 날렸다. 일종의 로또 같았다.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은 손님들에게 맛있는 대게를 싸게 대접하는 게 재미있다. 대게, 킹크랩은 따뜻할 때 먹으면 가장 맛있다. 앞으로도 손님들이 따뜻한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계속 느꼈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오륙도 수산·대게/부산 남구 백운포로 47. 051-622-7888. 대게 ㎏당 4만 5000원, 랍스터 ㎏당 5만 원, 킹크랩 ㎏당 9만 원(당일 시세 따라 변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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