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어방동 대웅회명가] 김해에 알린 부산식 '숙성 회·물회'

입력 : 2018-07-18 19:16:11 수정 : 2018-07-18 22: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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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한 명란을 발라 두 차례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든 숙성 회.

'대웅회명가' 김종복 대표는 원래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이름을 날리던 일식 요리사였다. 그는 지난해 김해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김 대표는 부산 남구 대연동 동명초밥에서 처음 일했다. 범일동 향미초밥에서 기술을 더 배운 그는 구포동 곰초밥에서 주방장 등으로 근무했다. 그의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한 곰초밥 대표는 가게를 그에게 물려줬다. 그것이 구포동 맛집으로 유명했던 '대웅초밥'이었다. 김 대표는 여기에서 2002년부터 15년간 한 우물을 팠다.

구포동서 15년간 초밥집 운영
지난해 10월 김해서 새로운 도전
초밥 대신 숙성 회 주메뉴로 내놔

명란 분란 숙성 뒤 회에 바르고
볶은 현미 깔고 다시마 올려 숙성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급성장하는 도시인 김해 어방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근에 유명한 횟집은 물론 고깃집이 많아 김해 지역 기업인이나 유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김해 외식업의 최고 경쟁지에서 실력을 한 번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구포에서 했던 가게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대웅회명가'로 정했다.

대웅회명가의 핵심 메뉴는 구포에서 했던 초밥이 아니다. 그는 지역 현실에 맞춰 회를 새로운 '메인'으로 정했다. 김해 사람들은 자주 먹어본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은 숙성 회였다. 처음 몇 달 동안은 고전을 면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객지에서 건너온 낯선 음식점을 섣불리 찾아줄 손님은 없었다. 8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에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골도 하나둘 생기고, 자신의 음식을 이해해 주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감칠맛 나는 육수가 일품인 물회.
김 대표가 숙성 회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독특하다. 먼저 명란을 숙성한다. 명란 알갱이인 '분란' 2㎏을 골라 염도 5%의 물 1L와 섞어 씻는다. 여기에 설탕, 소금 등을 넣어 48시간 동안 1차 숙성한다. 숙성 도중에 알을 수시로 뒤집어 준다. 명란에 간이 골고루 배도록 하기 위해서다. 1차 숙성을 마친 명란은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다. 이어 육수를 넣은 혼합 양념에 절여 48시간 동안 2차 숙성한다. 다시 명란을 소쿠리에 담아 물을 빼고 칼집을 낸 뒤 헝겊 망에 싸서 갈아낸다. 김 대표는 "명란 껍질이 질겨 회와 함께 먹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두 번 숙성한 명란을 생선에 골고루 바른다. 생선을 넣을 나무통 바닥에 헝겊 포를 깔고 대나무 잎을 얹는다. 볶은 현미를 다시 깔고 명란을 바른 생선을 얹는다. 그 위에 볶은 현미를 바르고 다시마를 올린다. 고기 종류에 따라 3~4시간 숙성하면 최고의 숙성 회가 된다. 그는 "숙성 시간에 따라 회 맛은 매우 다르다. 대개 오전 10~11시에 숙성을 시작하면 오후 2~3시 무렵 가장 맛있는 회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대웅회명가의 숙성 회는 부산에서 먹던 것과는 맛이 제법 다르다. 간이 상당히 깊이 배어 있어 간장, 초장을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간간한 맛이 제법 기분을 좋게하는 느낌이다. 현미가 수분을 빨아낸 덕에 회는 '축축'하지 않고 '촉촉'하다. 게다가 현미 맛이 더해져 고소함이 좋다. 다시마를 넣어 짭짤한 맛과 향도 일품이다. 
숙성 회와 물회가 차려진 식탁
김 대표가 숙성 회와 함께 김해에 소개한 음식은 물회다. 부산에서는 일식집에서 물회를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김해 특성을 고려해 메뉴에 넣었다. 물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수다. 냄비에 천일염과 엄나무를 깔고 그 위에 감초, 당귀, 대파, 마늘, 생강을 넣은 닭을 얹는다. 닭 위에 대파의 파란 잎 부분을 얹어 5분간 찐다. 대파의 단맛이 닭의 잡내를 잡아준다. 엄나무에서는 노란 물이 나와 닭기름이 빠지도록 해준다. 여기에 배, 양파, 대파 뿌리, 무말랭이와 볶은 콩을 넣어 다시 끓인다. 마지막으로 고추장, 양념을 넣으면 육수가 완성된다. 물회를 맛봤다. 육수가 상당히 고소하다.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횟감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보조하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

대웅회명가에서는 코스 요리를 주로 판매한다. 가격이 가장 비싼 A코스의 경우 참치, 광어 등 다섯 가지 생선회를 내놓는다. 여기에 해산물, 초밥, 튀김도 곁들인다. 또 두부, 마 등을 넣고 만든 찜 요리와 새우구이, 전복 버터구이, 도미조림도 추가된다.
숙성 중인 회.
김 대표는 "부산에서 30년 이상 쌓은 요리 실력에 안주하지 않았다. 새롭게 도전하는 시장인 만큼 새로운 맛을 만들기 위해 수 개월 동안 많은 준비와 연구를 했다. 김해 시민들이 부산에서 건너온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대웅회명가/경남 김해시 김해대로 2529번길 64(어방동). 055-314-1446. 사시미 코스 4만~6만 원, 모듬 사시미 12만~15만 원, 스시 한 접시 5만 원. 점심 특선·스시(점심) 2만 5000원, 회 정식(점심) 3만 원, 물회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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