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륜동 월천곰장어] 곰장어·독도새우… '바다 품은 맛'

입력 : 2018-07-18 19: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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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장어 양념구이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일을 시작할 때 다들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를 지키면서 '초지일관'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부산 동래구 명륜1번지 월천곰장어 권병현 대표는 '초심파'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가게를 처음 열 때 손님들에게 약속했던 맛을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에도 계속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권 대표가 음식에 손을 댄 건 1988년이었다. 부인 송지순 씨가 동래구 명륜동 중앙여고 인근에 자리가 났으니 분식점을 해보자고 했다. 당시 야간자율학습이 있던 때였다. 여고생들이 저녁에 밥을 먹으러 몰려들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전 저녁 한 시간 동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튀김, 김밥 등을 많이 팔았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양념장에도
부드럽고 산뜻한 맛의 곰장어볶음
10년 전과 같은 맛에 단골 많아

일찌감치 부산에 독도새우 소개
회 뜨고 남은 머리 튀김도 별미


부부는 10년 전 분식점 건물이 팔리는 바람에 현재 월천곰장어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 식당을 이전하면서 업종을 곰장어로 바꿨다. 가게를 열기 전에 부부는 부산 시내 여러 곰장어 식당을 둘러보면서 공부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곰장어볶음과 붕장어구이에 사용할 양념의 비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실 비법이라고도 할 게 없다. 정말 평범하기 때문이다.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는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매실 엑기스, 생강, 마늘, 소주, 물엿 등이 전부다. 화학조미료는 절대 넣지 않는다. 곰장어와 붕장어는 광안리 도매점에서 받아온다. 새우 등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다. 

담백한 양념 맛이 좋은 붕장어구이.
곰장어 양념구이는 깔끔한 맛이었다. 조금 매콤했을 뿐 가볍고 부드럽고 산뜻했다. 먹을 때나 먹은 후에 입안에 거부감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붕장어구이도 마찬가지였다. 양념이 맛있으니 고기는 저절로 맛있었다. 장어 양념 맛이 이렇게 담백할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월천곰장어 고객은 20~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초저녁에는 어르신들이 먼저 와서 음식을 즐긴다. 이어 오후 8~9시께부터 젊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곰장어 양념구이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들이 많다. 월천곰장어 인근에서 맥줏집을 오랫동안 해 온 변창현 씨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맛이 똑같다. 그러니 그때나 지금이나 손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살이 꽉 찬 랍스터
권 대표 부부는 부산에서는 아주 일찍 '독도새우'를 취급했다. 장어를 공급하는 업체 사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독도새우를 수조에 처음 가져다 놓던 날 가게 앞에는 난리가 났다. 생전 보지 못했던 예쁜 새우라며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댔기 때문이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 맛을 칭찬한 뒤부터 독도새우는 뜨기 시작했다.

독도새우는 독도 인근 수심 300~400m 정도의 깊은 바다에서 사는 새우다. 종류로는 닭새우, 꽃새우 등이 있다. 꽃새우는 색깔이 빨갛고 예쁘다. 닭새우는 닭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닭새우는 집게발이 있어 수조에 많이 넣으면 서로 찔려 죽고 죽인다. 그래서 닭새우는 수조에 그물을 달아 보관한다.

꽃새우 회는 포동포동하다. 육질이 부드럽고 미끈하다. 닭새우도 외관은 비슷하지만, 맛은 꽃새우와 천양지차다. 어느 게 더 맛있는지 따질 수 없이 둘 다 독특하다.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오도리와는 맛이 전혀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꽃새우, 닭새우가 조금 더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다.
독도새우.
독도새우는 심해에서 사는 특성 때문에 관리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철저하게 신경을 써도 10% 정도는 죽는다. 이런 새우는 라면에 넣어 판매한다. 이 라면 맛이 별미여서 인기가 대단하다. ㎏당 10만 원 가까이 하는 독도새우 두세 마리가 들어간 라면을 5000원에 파니 인기가 없을 리 없다.

권 대표는 "독도새우는 온도와 염도에 민감하다. 수조에는 냉각기를 달아 온도를 2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전기료가 월 100만 원가량 나온다. 수조에 소금을 풀어 염도를 3% 수준으로 지켜야 한다. 이렇게 해도 새우 중 10%는 죽는다"고 말했다.

꽃새우, 닭새우를 회로 만들고 남는 머리 부분은 튀겨 내놓는다. 먹을 때 입안을 찔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머리 튀김 맛이 또 일품이다. 권 사장은 닭새우 다리를 먹게 하더니 "고소한 새우깡과 맛이 비슷하다"며 껄껄 웃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월천곰장어/부산 동래구 명륜로 139번길 43. 051-557-6334. 곰장어(1인분) 1만 5000원, 붕장어(1인분) 2만 원, 랍스터(한 마리) 3만 5000원, 독도새우 당일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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