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찾아서] 부산 영도 '메종드콘'

입력 : 2018-07-25 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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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붙인 '한이섭 팥빵'에 자부심

브레드 슈

앞길이 창창해 보이는 고교 축구선수가 있었다. 다들 프로선수로 성공하고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고 발목을 잡고 말았다. 무릎을 다쳐 그라운드에 설 수 없게 됐다. 그는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부산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유명한 제빵사가 된 것이다.

부산 영도구 영도대교를 건너 대교삼거리에서 바로 우회전하면 큰 병원 건물이 하나 나온다. 바로 삼세메디컬센터다. 이곳 1층에 영도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 있다. 바로 '메종드콘(대표 한이섭)'이다. 

한이섭 '메종드콘' 대표.
한 대표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1학년 때 무릎을 다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한 대표의 새 인생은 '애인 따라 강남 간 길'에 열렸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지금의 부인인 여자친구를 따라갔다가 제과제빵 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그곳에서 3년간 제과제빵을 배운 뒤 동래의 '빠리장'에 취업했다. 당시 빵집에는 일본, 독일의 제과제빵 전문가가 컨설팅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많은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토곡에 있던 '델리카트'에서는 '책임자'로 일했다. 
밀푀유
나름대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한 한 대표는 2006년 서구 대신동 동아대 인근에 자신의 빵집 '해비치'를 열었다. 그가 들어가기 이전에 그곳에서는 제과점 서너 군데가 망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지역 주민들은 "젊은 사람이 여기서 빵집을 해서 밥이나 먹고 살겠느냐"며 걱정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해비치는 1년 만에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빵집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 대표는 2016년 삼세메디컬센터 1층에 다시 빵집을 열었다. 이름은 '메종드콘'으로 정했다. 대신동 빵집도 메종드콘으로 바꿨다. 한 대표는 경력이 화려하다. 대한민국 프로제빵왕 자리에도 올랐다. 제3회 베이커리 페어 케이크 부문 금상, 대한제과협회 경연대회 금상 등을 받았다.

한 대표는 "하루에 빵 10개 이상을 먹는다. 직접 먹어봐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해서 새 빵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유산균 크림치즈
메종드콘의 인기빵은 한이섭 팥빵, 부산마늘바게트, 초코초코해, 나가사키 카스텔라 등이다. 한 대표는 "팥빵, 바게트, 식빵 같은 기본적인 빵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를 보면 빵집 실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집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기농 밀가루와 100% 버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13년째 가게에서 건포도, 유산균을 숙성해 직접 배양한 천연 효모인 '르방'을 쓴다.

한이섭 팥빵은 제품에 한 대표의 이름을 넣을 만큼 정성을 갖고 만들었고, 그 정도로 애착을 가진 빵이다.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한 뒤 밤, 호두, 해바라기씨, 호박씨를 넣어 만든다. 빵 반죽은 24시간 저온 숙성한다. 팥빵을 만드는 당일 반죽을 꺼내 앙금을 넣고 구워낸다. 빵은 적당히 졸깃하고 고소해서 씹는 맛이 좋고, 팥은 달거나 쓴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차분했다.

부산마늘바게트는 메종드콘을 존재하게 한 인기 상품이다. 해비치를 운영할 때 부산마늘바게트가 히트를 친 덕에 가게가 성장할 수 있었다. 부산마늘바게트는 만드는 데 여섯 시간이나 걸린다. 전날 만들어 숙성한 반죽으로 아침에 바게트를 만든다. 설탕과 버터는 넣지 않는다. 메종드콘의 바게트를 잘라보면 가운데 공기구멍이 많이 뚫려 있다. 그만큼 살아 있는 반죽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바게트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초코초코해
초코초코해는 초콜릿을 넣은 미니 케이크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밀가루와 노른자를 먼저 넣는다. 여기에 코코아와 흰자를 나중에 투입한다. 손으로 반죽을 만져 묽게 만든다. 이 반죽을 구워낸 뒤 잘라서 초콜릿을 바르면 완성이다. 겉은 초콜릿이 둘러싸고 있고, 속에는 초콜릿에 푹 절은 빵이 들어 있다. 브라우니와 맛이 비슷하지만, 초콜릿 농도가 훨씬 진하다.

한 대표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건강에 좋다.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소화에 애를 먹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앞으로도 손님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빵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메종드콘/부산 영도구 절영로 30 삼세메디컬센터 1층(영도점·051-413-5282), 부산 서구 보수대로 236 1층(대신점·051-248-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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