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깡통시장 '팔자피자'] 쭉~쭉~ 늘어나는 치즈만큼 개성 '톡톡'

입력 : 2018-07-25 19:09:09 수정 : 2018-07-25 23: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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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피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피자들

부평깡통시장에 특이한 식당이 하나 있다. 바로 피자가게다. '이런 곳에서 피자를 사 먹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희한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장을 오가는 젊은 사람들이 수시로 들르는 덕에 가게 주인은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부평깡통시장에서 유일한 피자가게는 바로 '팔자피자(대표 최명철)'다.

브루클린·폭탄 치즈 피자 등
젊은 사람 입맛에 맞춰 개발

영하 25~30도 철판 냉각해 만든
즉석 아이스크림도 '인기'

최 대표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부평깡통시장, 피자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시가지에 살았다. 회사에도 다녔고, 트럭을 한 대 사서 택배 일도 했다. 수입 패션잡화를 도매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우연히 부산에 임시 가게 자리가 나서 광복동에 내려오게 됐다. 임대 기간이 끝났지만, 그는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부평깡통시장에 빈 가게를 발견하고 입점했다.
 
최 대표는 원래 피자를 좋아했다. 시장에 피자가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피자를 팔기로 했다. 피자를 먹을 줄만 알았지 만들 줄 몰랐던 그는 일산의 대형매장 두 곳의 피자코너에서 월, 수, 금요일과 화, 목, 토요일로 나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는 "도우 크기만 같았을 뿐 두 매장의 피자 제조법은 판이했다.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자 기술을 체득한 최 대표는 2015년 8월 마침내 팔자피자를 개장했다. 아들이 객지에 내려가서 고생하는 게 안쓰러웠던 최 대표의 부모도 부산에 내려왔다. 팔자피자라는 이름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피자를 팔자'라는 뜻과 '팔자를 펴 보자'는 뜻이다.

팔자피자 가게는 조그맣다.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이 붙여놓은 작은 쪽지들이 즐비하다. 인기 연예인들이 다녀간 흔적도 있다. 이곳에서는 피자와 베이크, 수제 철판 아이스크림, 아이스 탕후루 등을 판다. 

포장 판매용 피자
피자는 두 가지 모양을 만든다. 손님이 가게에서 먹거나 테이크 아웃용으로 가지고 가는 길쭉한 모양의 피자가 있고, 배달용으로 판매하는 커다랗게 둥근 피자도 있다. 앞으로 1인용 사각형 피자도 만들어 팔 계획이다. 피자 도우 숙성 틀은 직접 주문해서 만들어 가게 1층에 설치했다. 최 대표는 "반죽은 매일 출근해서 아침에 만들어 숙성시킨다. 브루클린 불고기 피자에 넣는 불고기도 오전에 직접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콤비 피자는 페레노리, 양송이버섯, 올리브, 베이컨, 소시지를 토핑으로 올려 만든다. 브루클린 불고기 피자에는 브로콜리와 불고기, 버섯, 양파를 넣는다. 브루클린이라는 이름은 브로콜리를 변형한 것이다. 최 대표는 "불고기 피자에는 재료를 많이 넣지 않는다. 재료가 간단해야 불고기 맛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불고기 피자에서는 다른 맛은 크게 돋보이지 않고 불고기 맛이 매우 강했다. 젊은 층에서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스윗 하와이언 피자에는 파인애플, 방울토마토, 올리브, 양송이버섯을 올린다. 이름 그대로 달콤한 맛이 세다. 폭탄 치즈피자에는 치즈만 네 종류를 사용한다. 모차렐라, 고다, 체다, 파르메산 치즈다. 서로 다른 맛의 치즈가 절묘하게 잘 어울려 쫄깃한 게 특징이다. 치즈를 잘 먹는 젊은이들이 선호한다.
수제 철판 아이스크림
수제 철판 아이스크림은 급속냉각기를 이용해 만드는 아이스크림이다. 둥근 철판 밑에 냉각기가 설치돼 있어 급속도로 바닥을 영하 25~30도까지 얼릴 수 있다. 재료를 철판에 올려 계속 저어주면 1~2분 만에 즉석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부산에서는 처음 시도한 제품이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큰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과일에 설탕 막을 입힌 탕후루
수제 철판 아이스크림에 사용하는 기본 재료는 우유다. 고객은 먼저 액체 상태의 딸기, 바닐라, 초콜릿, 요구르트 녹차, 민트 초콜릿 중에서 하나를 고른 뒤 오레오, 딸기, 바나나, 치즈케이크, 누텔라 초콜릿 잼, 견과류 중에서 토핑을 원하는 대로 올리면 된다. 즉석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인 만큼 적당히 잘 얼어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베이크는 다른 대형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변형해 만들었다. 속에 피자 재료를 넣어 구워 만든 빵이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막을 씌워 굳힌 음식이다. 온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여기에 실패하면 설탕 막이 파삭해지지 않고 치즈처럼 죽죽 늘어나게 된다. 여름에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손님들이 원하면 꺼내 준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과일의 달콤한 맛도 제법 느껴진다.

최 대표는 "부산이 좋아 부산에 눌러앉았다. 부모님이 도와줘 큰 힘이 된다. 항상 떳떳하게 장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늘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팔자피자/부산 중구 부평1길 39(부평동 2가 68-9 1층 A-6호). 051-254-8424. 피자류 8500~2만 원, 베이크 5500원, 철판 아이스크림 3000원, 아이스 탕후루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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