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고은사진미술관장 "한국 사진의 지금 상황 보여 주기에 초점"

입력 : 2018-07-31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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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방향과 컬러를 내세우기보다 한국 사진의 지금 상황이 어떤가를 보여주는 데 전시의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색깔이 드러나겠지요."

강홍구(61) 고은사진미술관장은 신중했다. 제3대 관장으로 취임(2월 1일)한 지 6개월이 됐지만 여러 질문에 말을 아꼈다. "전반적인 시스템에 적응하는 단계이고 기존 전시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어렵사리 향후 미술관 운영에 대한 복안을 들을 수 있었다.

초등교사에서 사진가로 변신
전시 관련 부분적 개편 예고
영상·설치작업 연계 준비

강 관장은 전시와 관련해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개편할 뜻임을 밝혔다. 6년째 이어오고 있는 '부산참견錄(록)'에 대해서는 "고은사진미술관의 '시그니처(Signature) 전시'인 만큼 10년간 운영한 후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시작된 이 기획전의 첫 번째 작가로 선정돼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가지며 고은사진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다.

또 다른 연례기획전인 '중간보고서'에 대해서는 '손질'을 예고했다. 강 관장은 "전시 기획 의도가 '40대 사진가의 성과를 점검한다'는 것이었는데 다소 폭이 좁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를 기준으로 대상을 제한하는 것보다 한국 사진 전체의 단면이나 중요한 측면을 조명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넓은 시각' '사진판 전체의 흐름'을 특별히 강조했다. 고은사진미술관이 한국 사진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큰 만큼 그에 걸맞은 운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그는 "민간 갤러리에서도 사진전을 많이 열지만, 전체적인 큰 흐름에서 '이런 작품도 한번 선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전시를 개최하려 한다. 우리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진과 영상, 설치작업과의 연계를 모색할 뜻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사진이 영상, 설치로 확장되는 경향이 강해 할 수 있다면 그러한 흐름도 수용해 시야를 넓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을 기본으로 한 협업(Collaboration)을 점진적으로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956년 전남 신안 생인 강 관장은 1976년 목포교대를 졸업한 후 6년간 전남 완도군의 한 섬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뒤늦게 1984년 홍익대 회화과에 입학했고 1990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며 사진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디지털 사진을 매체로 한 작업을 주로 해온 그는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들과 장소성,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자본, 권력의 지배 방식과 그에 관한 사람들의 무의식적 반응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2006년 '올해의 예술가상', 2008년 '동강 사진 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루나 포토 페스티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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