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 '불타는소'] '가성비' 잡은 씹는 맛

입력 : 2018-08-01 19:12:57 수정 : 2018-08-01 22: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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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소' 테이블에서 맛있게 소고기가 익어 가는 모습.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 앞 초량로와 초량상로 교차로에 초량돼지갈비골목이 있다. 지금은 식당들이 다소 줄었지만, 과거에는 서민들이 값싸게 돼지갈비를 즐기던 맛의 명소였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부산고등학교 학부모 등도 자주 찾던 지역이다.

이곳에 특이한 소고기 식당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소고기 가격이 이렇게 쌀 수 있나"하면서 한 번 놀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맛있어"라면서 두 번 놀랄 수 있는 음식점이다. 올해로 3년째 영업하고 있는 '불타는소(대표 윤양희)'다. 이 식당은 원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었지만, 지난해 독립 식당으로 거듭났다.

소고기 100g당 3500~4000원
쫄깃한 갈빗살·한약 넣은 양념 일품
남은 뼈로 만든 갈비찜, 냉면도 별미

소고기 모둠 세트와 진갈비.
■싼 가격에 맛있는 고기

불타는소의 고기 가격을 보면 두 눈을 한 번 비비게 된다. 잘못 봤나 싶어서다. 소고기 100g당 가격이 3500~4000원에 불과하다. 미국산 수입 소고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너무 싸다. 부챗살 1200g이 4만 원이다. 뼈가 붙어 있는 소갈비(양념), 살코기인 소갈빗살(양념), 부챗살(양념) 총 1200g이 4만 3000원이다. 소갈빗살 600g과 부챗살(양념) 600g을 더해 1200g에 4만 3000원이다. 가장 비싼 소고기는 생고기인 진갈빗살이다. 600g에 4만 9000원이니 100g당 8000원 꼴이다.

가격표를 본 뒤 의구심이 들었다. 싼 고기의 특징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질기고, 냄새나고, 퍼석한 그런 특징들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 고기를 주문했다. 소갈빗살, 부챗살, 소갈비 3종 모둠과 진갈빗살이었다.

먼저 양념한 소갈빗살을 불판에 올려 구웠다. 감초, 당귀, 계피 등 한약 재료를 끓인 물에 간장을 넣어 만든 양념이었다. 양념은 그렇게 강하지 않고 약한 편이었다. 고기를 양념에 버무려 숙성하지 않고 손님에게 내기 전에 절인다고 한다. 윤 대표는 "갈비를 너무 오래 숙성하면 색이 변하고 지나치게 달기 때문에 바로 버무려 내는 게 훨씬 맛있다"고 말했다.

고기는 질기지 않고 쫄깃한 정도였다. 쫄깃하다는 단어 때문에 약간 질긴 게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질기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씹는 맛이 있다는 이야기다.
적당하게 잘 구운 소고기.
역시 양념을 한 부챗살을 구웠다. 소갈빗살과 다른 양념이었다. 간장을 기본 재료로 한 뒤 간 배, 양파에 소금을 넣어 간을 한 하얀 양념이었다. 양념 재료가 다른 만큼 맛도 확실히 달랐다. 소갈비는 뼈가 붙은 갈비다. 여기에 사용하는 양념은 소갈빗살, 부챗살 양념과 또 조금 달랐다. 한방 재료를 끓인 물에 배, 양파, 대파를 갈아 넣은 뒤 끓여 만들었다.

두 부위 모두 맛있는 부챗살, 갈비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소갈비를 다 먹고 나면 남은 뼈로 소갈비 찜을 만들어 준다.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고, 포장해 가져갈 수도 있다. 진갈빗살은 마블링이 많아 부드럽다.

불타는소의 냉면도 별미다. 면은 받아서 쓰지만, 육수, 양념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요식업 분야 회사에 다니는 윤 대표의 남편이 퇴근한 뒤 만든다. 간장에 과일, 고춧가루, 매운 고추, 블루베리, 더덕, 매실 등을 넣는다. 어지간한 냉면 전문점에 못지 않은 맛이다.
별미인 냉면.
■박리다매로 단골 유치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를 이렇게 저렴하게 팔 수 있을까. 적게 남기는 대신 단골을 많이 유치해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소고기가 싸다는 말을 듣고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러시아 손님도 더러 온다. 윤 대표는 "고기 마진이 매우 적다. 술, 음료수 등을 팔아 이윤을 남긴다. 4년째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1000~3000원을 올린 게 전부다. 싸게 팔아서 단골을 많이 유치해 박리다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건비도 최대한 아낀다. 낮에는 윤 대표 아버지가 일을 도와주고, 저녁에만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쓴다. 남편이 저녁에 퇴근해 일을 도와준다. 밑반찬 종류도 몇 가지 안 된다. 모둠 채소와 파절임, 무초절임, 약간의 샐러드뿐이다. 모두 윤 대표와 남편이 직접 만든다.

윤 대표는 불타는소를 열기 전에 호텔 식음료 부문에서 10년 정도 일해 식당 운영 방법과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남편은 요리사다. 가게 운영은 윤 대표가 맡지만, 양념 등 조리법 개발과 고기 확보는 남편이 도와준다.

그는 "마진을 많이 남기려고 하면 손님들이 금세 안다. 손님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면 당장 싸게 팔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불타는소/부산 동구 초량상로 106. 051-441-5592. 소갈비·소 갈빗살·부챗살(1200g) 4만 3000원, 소 갈빗살·부챗살·주꾸미(1200g) 4만 2000원, 부챗살(1200g) 4만 원, 진갈빗살 600g 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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