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생의 신념'이 담긴 음식이라면 맛이 없을 수 없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 '소양강춘천막국수' 이선옥 대표는 그런 심정으로 처음 식당을 시작했고, 여전히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에게 음식은 유일한 생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식당 운영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02년의 일이었다. 그는 경기도에 사는 친구와 함께 여주 천서리에 있는 막국수 식당에 갔다. 거기서 처음 막국수를 먹고 그 맛에 홀딱 반했다. 부산에는 막국수를 파는 식당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는 '나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면 부산에서 장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메밀 반 섞어 만든 면발 쫄깃쫄깃
48시간 곤 정성 가득 막국수 육수
녹두 100% 빈대떡도 입맛 충족
부산에 돌아온 이 대표는 그때부터 막국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일하며 어느 정도 돈을 모은 그녀는 장사에 뜻을 품은 지 10년 만인 2012년 드디어 동래 명륜동1번가에 식당을 열게 됐다. 바로 지금 장사하고 있는 자리다.
당연히 처음 하는 장사여서 제대로 될 리 없었다. 1년 만에 모았던 돈을 몽땅 다 까먹고 말았다. 한 달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주방장을 내보내고 직접 주방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게 두려웠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렸다.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막국수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었다. 두 번째 해에 적자 폭이 크게 줄더니 세 번째 해부터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이곳의 인기 음식은 막국수, 들깨칼국수, 녹두빈대떡, 돼지고기 수육이다. 올해부터 콩국수도 개시했다. 모두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좋아하고,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면은 메밀을 50% 섞어 만든다. 밀가루만 넣은 면보다 부드러운데다 쫄깃한 맛도 살아있다. 들깨칼국수 면만 조금 굵고, 막국수, 콩국수 면은 매우 가늘다.
막국수 육수는 사골, 닭발, 소고기 사태를 48시간 곤 물이 기본이다. 여기에 사과, 배, 양파, 대파, 생강, 감초, 마늘, 무, 통후추를 넣어 다시 1시간 끓인다. 양념은 사골국물에 사과, 배, 오이, 대파, 양파를 갈아서 고춧가루를 넣고 비벼 만든다. 정성이 들어간 육수답게 맛이 유별나다. 쫄깃한 면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깊은 맛이다.
매콤하면서 고소한 들깨칼국수. |
면이 매우 가느다란 콩국수. |
녹두빈대떡. |
아침에 삶는 돼지고기 수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