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을 찾아서] 부산 엄궁동 '델리파티세리'

입력 : 2018-08-08 19: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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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대신 우유 넣어 반죽… '고소한' 빵 사랑방

이탈리안 크로켓

'동네 사랑방' 같은 빵집이 있다. 한자리에서 20년 이상 장사했으니 동네 사랑방이 되고도 남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역 주부들은 수시로 빵집을 찾아 커피 한 잔에 빵을 곁들여 먹으며 이웃끼리 수다를 떤다. 남성들은 약속 장소로 이곳을 잡아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부산 사상구 엄궁동 엄궁교차로 인근에 있는 '델리파티세리(대표 김정옥)' 이야기다. 이곳은 빵도 팔고 커피도 파는 카페형 빵집이다.

김 대표가 빵집을 하게 된 건 신혼여행 때문이었다. 그는 신혼여행 때 제과점을 하던 사람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빵집을 해도 제법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한 그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제과점 주인을 잊고 있었다. 처가인 사하구 하단동에 다녀오던 김 대표는 우연히 신혼여행 때 만난 사람이 제과점 하던 곳을 지나게 됐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제과점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 매물로 내놓은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

베이컨말이
김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할 수 없이 '기술자'를 고용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설거지도 하고 양파도 썰면서 보조 역할을 했다.

기술자 '횡포'에 시달리던 그는 제과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낮에 기술자의 뒤에서 제과 기술을 몰래 눈여겨봐 뒀다가 퇴근 후 혼자 연습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제과점에 가서 배우기도 했다.

델리파티세리에서 빵을 만들 때 가장 큰 특징은 반죽에 물 대신 우유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반죽에 우유를 넣으면 물을 넣었을 때보다 빵이 더 고소하다.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맛이 훨씬 좋다. 단점은 재료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갈릭 빠삭이
델리파티세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은 이탈리안 크로켓(고로케), 에그타르트, 롤 샌드위치, 소프트 콘 등이다.

이탈리안 크로켓은 일반 크로켓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속에 피자치즈, 맛살, 햄 등을 넣어 길게 튀긴 뒤 반으로 자른 빵이다. 속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다 보니 맛이 보통 크로켓보다 더 풍성하고 진한 게 특징이다.

에그타르트는 쿠키식으로 만든다. 파이형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바삭하면서 고소한 맛을 더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롤 샌드위치는 둥글게 말아 김밥처럼 자른 빵이다. 사과, 계란, 빨간 파프리카, 오이 피클, 양상추 등을 속에 넣는다. 맛이 상큼하고 시원하다. 사과는 잘게 썰어 넣는다. 사과가 들어가 씹는 식감이 좋다.

소포트 콘은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만든다. 여기에 밤 등 견과류와 건포도를 넣는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델리파티세리 김정옥 대표 부부.
김 대표를 만나러 찾아간 날 빵집은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테이블이 10여 개나 있었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김 대표는 "우리 빵집은 늘 이렇다"며 환하게 웃었다. 델리파티세리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면적이라고는 1층에 12평 정도인 작은 제과점이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1, 2층을 합쳐 100평 규모로 커졌다.

김 대표는 6년 전 가게를 1, 2층으로 넓히면서 빵 만드는 시설을 2층으로 올리고 1층에는 카페를 차렸다. 그는 "제과점이라고 해서 빵만 팔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도 함께 팔아 주민들이 찾아와서 앉아 쉴 수 있는 곳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그 성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커피가 싼 카페에서 맛있는 빵까지 먹을 수 있으니 손님들이 몰리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영업에선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어도 고객 입에 들어가지 않으면 죽은 제품이다. 최선의 재료를 써서 고객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델리파티세리/부산 사상구 낙동대로 770(엄궁동). 051-328-8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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