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거제동·부전동 한방장어구이] 흙내 잡은 민물장어… 늦여름 보양 '최고'

입력 : 2018-08-29 20:12:40 수정 : 2018-08-29 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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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장어구이' 주방에서 장어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다.

부산 거제동과 서면에 가게를 두고 민물장어를 파는 식당이 있다. 온종일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방장어구이'다.

김금옥 한방장어구이 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남편과 함께 이동통신 일을 했다. 사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마침 서울에서 장어 식당을 하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장어 잡는 방법, 굽는 요령 등을 배웠다.

전라도 양식장서 장어 직거래
아침에 잡아 3시간 숙성한 뒤
양념 두 번씩 발라 척척 구워내

장어뼈에 18종 한약재 넣은 양념
맛 세지 않고 고기 맛 잘 살려
장어탕·추어탕·누룽지탕도 인기


김 대표는 부산에 내려온 뒤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는 연산동에 테이블 11개를 갖추고 가게를 차렸다. 유흥가 밀집 지역이었다. 장사는 잘됐다. 부산에 바닷장어 식당은 많았지만, 민물장어 가게는 드문 게 주효했다.

처음에는 장어를 김해에서 받아왔다. 가게가 커지면서 장어 물량 확보에 애를 먹자, 남편이 직접 전라도 양식장에 가서 장어 키우는 일을 배우면서 유통 과정을 익혔다. 이후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양식장에서 장어를 받아 쓴다. 장어는 산소를 넣은 비닐봉지에 넣어 차에 싣고 온다. 한 번에 200㎏ 정도씩 대량으로 공급받는다. 때로는 택배로 부쳐오기도 한다.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장어.
한방장어구이에서는 장어 세 줄을 기본으로 판다. 가격은 3만 9000원이다. 장어를 아침에 잡아 3시간 숙성한 뒤 5층 작업실에서 만든 양념을 발라 구워서 손님상에 올린다. 고기를 앞뒤로 뒤집어 가며 양념을 두 번씩 바른다. 손님들은 더운 날씨에 장어를 굽느라 뜨거운 숯불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장어를 구울 때 나는 냄새 때문에 고통받을 이유도 없다.

양념은 장어 뼈를 기본 재료로 만든다. 뼈를 24시간 고아 곱게 간 뒤 황기, 당귀 등 18가지 한약재를 넣어 다시 4~5시간 끓인다. 여기에 간장, 고추장 등을 넣어 양념 맛을 조절한다.

김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의사로부터 한약재에 대해 배웠다. 사람 체질에 따라 한약재 적응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 한약재나 넣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삼을 빼고, 한약재도 종류별로 적당량 조절해 투입한다"고 말했다.

주방에서 갓 구운 장어 양념구이가 상에 올랐다. 아침에 잡은 장어를 구워 고기는 매우 부드러웠다. 구이라기보다는 삶은 고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장어의 단점인 느끼한 맛이 덜하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양념은 맛이 세지 않고 고기 맛을 살려주는, 그야말로 '양념' 역할에 머물렀다.

김 대표는 "민물장어에서 흙냄새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맛의 관건이다. 우리 식당 장어에서는 흙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래깃국 같은 장어탕.
상에 시래깃국 같은 국물이 놓여 있다. 김 대표는 "장어탕"이라며 웃었다. 한방장어구이의 장어탕은 장어 대가리로 끓인다. 여기에 김해 농촌에서 재배한 무청을 넣는다. 장어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구수한 시래깃국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무청 사이로 가끔 장어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여름 보양식인 장어탕의 영양과 맛을 동시에 잘 잡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를 다 먹은 뒤 식사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추어탕과 누룽지탕이다. 추어탕에 들어갈 미꾸라지는 직접 손질해 주방에서 끓인다. 미꾸라지를 깨끗이 씻어 해감한 뒤 압력솥에서 1시간 정도 고아 소쿠리로 걸러내 만든다. 한방장어구이의 추어탕은 맑은 탕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장어를 굽는 직원들.
손님들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전역에서 찾아온다. 지난해 1월에는 주차장이 널찍한 건물을 지어 가게를 사직동 인근 거제동으로 옮겼다. 사직동은 창신초등학교 출신인 김 대표 고향이다.

김 대표는 "부산에는 바닷장어가 워낙 강세다. 민물장어를 파는 것은 모험이라고 했다. 대부분 김해 불암동 등에 가서 민물장어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박리다매를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민물장어 식당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한방장어구이/부산 연제구 아시아드대로 8(051-503-3353·사직점),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27(051-819-0066·서면점). 장어구이 한판(2인 기준) 3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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