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동 '동보성'] 요리 원리 충실! 시대 맞춘 진화 '자부심'

입력 : 2018-09-12 19:11:17 수정 : 2018-09-12 22: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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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성' 인기 메뉴인 비즈니스 코스 한 상. 오향장육과 탕수육, 삼선 해물(위로부터 시계 반대 방향).

부산 동래구 온천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온천천을 따라 식당, 카페가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그곳에서 이미 13년 전부터 영업해 온 식당이 있다. 다른 곳보다 먼저 장사한 이력에 맛까지 더해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점이다.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에서 온천천로로 접어들면 바로 보이는 '동보성(대표 신종산)'이 바로 그곳이다.

온천천 식당가 터줏대감 중식당
암퇘지 사용한 탕수육 인기 만점
된장 수분 날아갈 때까지 튀겨
불향·고소함 살린 간짜장도 별미


신종산 대표 집안은 3대째 중국음식점을 하고 있다. 신 대표 아버지는 중국 랴오닝성(요령성) 대련 출신으로 경북 안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했다. 신 대표는 26세 때부터 중국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세월이 벌써 36년을 넘었다. 그의 두 아들도 부산에서 중식당을 하고 있으니 3대를 이은 셈이다.

신 대표는 울산 신정동 중식당에서 1년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요리를 배웠다. 그곳에서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 식당 주방장이었다. 그는 신 대표에게 구체적인 조리 기법보다 요리 원리를 가르쳤다. 신 대표는 "평생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원리였다. 지금도 스승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부산진구 서면에서 '동원각'이라는 이름으로 첫 식당을 열었다. 지하철 공사 때문에 식당을 대신동으로 옮겼다가 다시 명륜동으로 이전했고, 13년 전에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오향장육.
신 대표가 밝히는 동보성의 특징은 음식의 간이 강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양이 많다. 간이 강하고 양만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맛이 있어야 한다. 신 대표는 "손님들이 찾는 것을 보면 맛을 인정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신 대표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나가면 방에 들어가 살펴본다. 음식을 많이 남기면 남은 음식을 직접 먹어보기도 한다. 왜 남겼는지,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때로는 손님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탕수육.
신 대표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요리는 탕수육이다. 온천천 일대에 손님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시절에 동보성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동보성 탕수육의 특징은 소스다. 양파와 당근 등 채소를 끓인 물에 설탕, 케첩 등을 넣어 다시 끓여 만든다. 탕수육 맛을 봤다. 소스는 맑고 달콤한 맛이었다. 아주 가볍고 달콤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암퇘지를 사용하는 고기는 신선하면서 고소했다. 
삼선 해물.
간짜장도 인기 메뉴다. 간짜장은 해물을 많이 넣은 삼선간짜장이다. 간짜장에서 포인트는 면에 얹는 '장'이다. 신 대표는 "된장(춘장)은 콩으로 만든다. 단순히 볶는 데 그치지 않고 튀겨야 맛이 제대로 나온다"고 말했다. 된장을 수분이 증발할 때까지 튀겨야 독특한 불 향이 나고 고소해진다고 한다. 간짜장은 약간 달았고, 해물 맛이 진하게 풍겼다. 면이 다른 면 요리와 달리 상당히 가늘었지만, 매우 쫄깃해 씹는 느낌이 좋았다. 
'동보성' 인기 메뉴인 비즈니스 코스 한 상.
동보성에서는 코스 요리가 주요 메뉴다. 저녁에 회식하거나 가족끼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4만 원짜리 비즈니스 코스를 맛보여주겠다며 음식을 차례대로 가지고 왔다. 먼저 게살 수프다. 백목이버섯을 넣어 끓인 수프다. 이어 냉채가 뒤를 따른다. 오향장육과 해파리냉채, 삼품냉채로 구성돼 있다.

다음 순서는 전가복이다. 가족이 다 행복하다는 뜻을 가진 음식이다. 주방장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만든 요리다. 동보성에선 전가복에 전복과 송이, 새우, 해삼 등을 넣는다. 전복은 전남 완도에서 가져온다. 약간 매콤하면서 진한 소스 맛이 특징이다.

깐풍새우도 나왔다. 수분이 적당히 밴 겉은 약간 바삭하면서 부드럽고, 속에는 새우 살이 가득 차 있다. 그다지 맵지 않으면서 고소한 겉 맛과 속의 향기로운 새우 맛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산 송이볶음과 고추잡채가 상에 올랐다. 송이볶음은 살짝 익혀 향이 매우 강했다. 아주 물렁물렁하지 않고 사각사각 씹는 맛도 제법 있었다. 고추잡채는 매콤했다. 약간 짜면서 간이 매우 강한 게 특징이다.

신 대표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닌다. 주로 야시장이나 전통시장에 들른다. 그곳 음식을 맛보고 장점을 배워 적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10년 전 대만에서 버블티를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사업에는 실패했다며 그는 껄껄 웃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동보성/부산 동래구 온천천로 193. 051-552-9229. 비즈니스 코스 요리 3만~5만 원, 점심 특선 요리 4만(2~3인)~6만(3~4인) 원. 삼선간짜장 7000원, 탕수육 2만 3000~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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