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당감동 '홍삼 품은 돼지'] 홍삼과 어우러진 돼지 솜씨 좋은 반찬은 '덤'

입력 : 2018-11-14 19: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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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품은 돼지'의 삼겹살이 익어가는 모습.

부산 동구 수정터널에서 부산진구 백양터널로 가는 길 오른쪽에 돼지고기 식당이 하나 있다. 고가도로로 올라가서는 이곳을 찾기 힘들다. 고가도로 아랫길로 가야 겨우 식당을 볼 수 있다. '홍삼 품은 돼지'다. 한마디로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홍삼으로 숙성한 돼지고기에 수준급 반찬을 앞세운 맛이 일품이어서 알고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음식점이다.

'홍삼 품은 돼지' 손지연 대표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 솜씨 좋은 전업주부였다. 그는 남구 용호동 아파트단지에서 오빠가 운영하는 홍삼제조업체 '진삼가' 대리점을 운영하다 손님을 끌기 위해 반찬가게를 겸업했다. 홍삼을 첨가한 반찬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루 매출이 6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홍삼액
삼겹살에 뿌려 저온 숙성
잡내 사라지고 부드러워

구웠더니 옅은 홍삼향 나
김치찌개·시래기찜 수준급


손 대표는 반찬가게를 4년 정도 운영하다 접기로 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반찬 100개 종류를 2000개 이상 만들어야 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만 했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매일 일하러 다니자 홀로 집에 있던 아들이 적응을 제대로 못 했다.

시래기 찜
손 대표는 과감하게 반찬가게를 접고 집 근처에서 식당을 하기로 했다. 일 부담을 줄이려고 식당 영업시간도 오후 4~11시로 제한했다. 그녀는 삼계탕에 인삼을 넣어 먹는 전통을 생각했다.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인 삼겹살에 홍삼을 넣으면 어떨지 실험했다. 삼겹살을 홍삼에 재어 숙성했다. 하루, 이틀, 사흘 등 시간을 여러 가지로 나눴다. 숙성한 고기를 이웃들에게 대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돼지고기에서 잡냄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홍삼 품은 돼지'에서 사용하는 홍삼은 진삼가 제품이다. 식당 안에는 진삼가 판매장이 있다. 홍삼은 우리나라 전통 방식대로 구증구포로 만들었다. 9번 찌고 9번 말리는 방식이다. 손 대표는 "삼을 9번 찌면 열이 없어지고 장점만 살아난다. 잔뿌리가 잘 보존돼 영양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김치찌개.
'홍삼 품은 돼지'에서 홍삼으로 돼지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은 이렇다. 홍삼액을 분무기에 넣어 고기에 뿌린다. 홍삼 가루와 구운 소금, 기타 양념으로 다시 고기에 밑간한다. 이 고기를 0도 저온 숙성고에 넣어 사흘간 숙성한다. 날씨에 따라 저온 숙성고 온도는 달라진다. 지금은 0도가 가장 적당하다.

손 대표가 삼겹살, 항정살, 목살 세트를 가져왔다. 구운 고기를 맛봤다. 돼지고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아주 미세하지만, 홍삼 향도 났다.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는 막장과 맑은 멸치젓갈 두 가지다. 막장은 된장, 고추장, 마늘, 참기름을 섞어 만든다. 맑은 멸치젓갈은 멸치젓갈에 양념과 땡고추를 넣는다.
항정살·목살이 맛있게 준비된 모습.
'홍삼 품은 돼지' 특징은 반찬가게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반찬 맛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 반찬으로는 먼저 김치찌개와 시래기 찜이 나온다. 두 음식만으로 밥을 먹어도 충분할 만큼 수준급 맛이었다. 여기에 두부구이, 절임류, 백김치, 마늘종, 오이 김치 등이 곁들여진다.

손 대표는 "음식은 맛으로 승부하면 된다.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줄 서는 맛집을 원하지 않는다. 적당한 규모의 손님에게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드리고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 게 좋다. 집밥처럼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홍삼 품은 돼지/부산 부산진구 백양관문로 84 영동빌딩 2층. 051-895-6826. 홍삼 삼겹살·홍삼 목살(국내산 130g) 9000원, 한방 삼겹살·한방 목살·한방 항정살(칠레산 130g) 7000원, 한방 모둠 한판(칠레산 700g)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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