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원전과 더 멀어진 미국

입력 : 2018-11-18 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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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디지털영상본부장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네바다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올리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네바다주는 이 목표를 명문화하는 헌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는 전기 사업자가 일정 비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제도다. 이번 네바다주 주민 투표에서 RPS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올리자는 측이 승리한 것이다.

美 중간선거 당선 민주 주지사
공화 지역 탈환한 7명 공통점
'100% 청정 에너지' 약속
미국 원전 내리막 입증

미일 원자로 개발 협력 보도
한국 탈원전 비판 기사 둔갑
누구 위한 원전 집착인가


생산 전력의 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면 관련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은 자명한 이치. 카지노 업계와 데이터 센터 등 지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투자 자본의 마중물이 되어 연쇄 투자를 부르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중간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정치적 측면이 주목받았으나 기후변화와 에너지 부문에서 중요한 전기가 되는 선거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한다. RPS만 해도 이미 38개 주에서 의무 혹은 자발적 비율을 정해 시행 중인 제도다. 목표 연도나 의무 비중에 차이가 있을 뿐.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뒤 기후행동계획 정책 폐지, 셰일 석유와 가스 본격 개발을 밀어붙여 친환경론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 상당수 주에서 재생에너지 진영은 의미있는 승리를 얻었다.

콜로라도 주지사로 당선된 자레드 폴리스는 '첫 커밍아웃 주지사'라는 점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으나, 실은 그의 당선에서 주목해야할 대목은 '100% 청정 에너지 발전' 공약이다. 2040년까지 콜로라도주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클린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당선자 역시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 실현'을 내걸어 당선됐다.

포브스의 인터넷판은 지난 13일 폴리스와 프리츠커를 포함해 기존 공화당 주지사 지역을 탈환한 민주당 주지사(콜로라도, 일리노이, 메인, 미시간, 위스콘신, 뉴멕시코, 네바다) 당선자 7명에게 공통점이 있다면서 "'100% 청정 에너지' 공약을 내걸어 (적지에서) 당선된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들이 공약 이행에 나설 경우 앞서 100% 청정 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의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045년까지 주내에서 쓰이는 모든 전기를 100% '탄소 없는 발전'으로 충당하는 청정 에너지 법안에 서명했다. 햇빛과 풍력, 지열 등으로만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그 당시 지나친 급진 정책으로 비쳤으나 이내 아군을 얻었다.

에너지의 맥락에서 미국 중간선거를 되짚어 보게 된 건 씁쓸한 일본발 뉴스 한토막 때문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13일 일본을 방문한 참에 차세대 원자로 개발 협력에 관한 양국 각서가 체결됐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읽어보면 담담하다. 각서에는 온난화에 대비해서, 혁신적 원자로를 포함한 연구 개발, 폐로와 폐기물 관리, 안전성 향상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뉴스는 한국에 들어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로 둔갑했다. 미일 양국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청정 에너지'로 규정하고, 혁신적 원자로 등의 개발에 나서기로 했는데,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취하느라 뒤처진다는 식이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 제로'로 가기 위해서였다. 하나 '원전 제로' 정책은 끝내 공표되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개입 때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에 원전 기술의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일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 각서는 그 연장선에 있다.

하나, 미국에서 원전 사업이 내리막을 탄 건 굳어진 사실이다. 지난해 완공이 머지 않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원전은 천문학적 매몰 비용을 안고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이번 중간 선거 결과에서도 그 불가역적인 추세가 읽힌다.

사정이 이럴진대, 한국에는 아직도 원전 타령이 들린다. 이 집요한 원전 집착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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