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갑상선 피폭] 피폭선량 5년치 자료도 누락, 커지는 불신의 쓰나미

입력 : 2018-12-04 22:36:43 수정 : 2018-12-04 22: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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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속 표는 1985년 한국전력이 작성한 '고리원전 주변 주민 연간 피폭선량'으로, 유독 갑상선 피폭선량의 수치만 누락되어 있다. 사진은 고리원전 전경. 부산일보 DB

'1979년 고리1호기 액체 폐기물의 연간 갑상선 피폭선량이 허용한도를 2~3배 초과했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내부 자료 내용은 지금껏 한수원이 일관되게 되풀이해 온 "피폭선량 한도를 초과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이에 고리1호기뿐만 아니라 한수원의 '원전 안전 논리'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실정이다. 이러한 불신은 원전의 과다 피폭이 비단 1979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의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0~1984년 수치 없어
1979년 후에도 과다 피폭 의혹

"피폭선량 한도 초과 없다"던
한수원 안전논리 허구 드러나

■한도 초과 피폭 더 있었다?

'균도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민심'은 고리원전의 과다 피폭이 1979년 이후에도 계속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심'은 그 근거로 1980년 한수원의 전신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환경방사능조사 종합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1985년까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꼽고 있다. 그리고 다시 작성된 '1985년 환경방사능조사 보고서' 중 '고리원전 주변 주민 연간 피폭선량' 표를 살펴보면, 갑상선 피폭선량에 대한 1983년과 1984년의 수치란이 비어 있다. 결국 한전의 보고서들에는 1980~1984년 동안 연간 갑상선 피폭선량 수치가 누락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1979년 측정 이후 갑상선 피폭선량이 줄어들지 않아 수년간 측정 수치를 고의로 빠뜨렸다가 수치가 허용 한도 이하로 줄어든 1985년에서야 이를 포함시킨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이러한 누락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내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의심스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체 폐기물의 경우, 1979년에 비해 1993년 그 양이 급격히 증가했는데도 기체에 의한 갑상선 피폭선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 역시 초과 피폭에 대한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 기체 폐기물의 총방출량은 약 7000억 Bq(베크렐)이었지만, 1993년의 총방출량은 약 213조 2000억 Bq에 달한다. 그럼에도 당해 기체 갑상선 피폭선량은 각각 0.0591mSv, 0.06mSv로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결과"라며 "세밀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체적으로 방출량이 배가 되면 피폭선량도 배 정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소송이 진행 중인 내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법무법인 '민심'이 최근 '균도네 소송' 항소심 변론 재개를 신청하며 법원에 제출한 자료.

■한수원의 '허용한계 1mSv'의 허상

한수원이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정한 '연간 피폭선량 한계 기준치(1mSv)'다. 이 기준치는 원래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만든 것으로, 1999년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원안위가 이를 가져와 국내 기준으로 삼았다.

방사능 피폭과 관련된 사고가 터지면 늘 원안위와 한수원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 기준치다. "이번 사고로 발생한 피폭선량은 ○○mSv로, 이는 연간 피폭선량 한계 기준치 1mSv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로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김익중 교수는 이런 원안위와 한수원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ICRP의 연간 피폭선량 한계 기준치는 자연방사능을 제외한 생활 속에 노출되는 모든 방사능에 대한 피폭선량을 합한 수치"라며 "따라서 개별 사안에서의 피폭선량에 비해 그 수치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수많은 피폭 경험을 한다. 병원 진료 중에도 피폭을 경험하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피폭 경험을 한다. ICRP의 수치는 이런 다양한 생활 속 피폭까지 고려해 1년간 허용할 수 있는 최대 피폭선량을 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원안위와 한수원은 '원인 A'로 인한 피폭은 1mSv 이하라서 괜찮다, '원인 B'로 인한 피폭도 1mSv 이하라서 괜찮다고 말한다. 이처럼 개별 원인 각각이 모두 1mSv 이하라서 괜찮다고 한다면 '이를 다 합쳤을 경우에도 과연 그러한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반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정한 '원자로 1기에서 배출된 액체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와 같은 기준은 '원자로 1기'처럼 개별 원인에 한정된 피폭선량의 기준치를 정한다. 때문에 그 원인(원자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좀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NRC의 기준은 원안위가 ICRP의 기준을 받아들이기 전 한전이 사용해 온 기준이다. 그리고 1979년 고리1호기 액체 폐기물의 갑상선 피폭선량은 이 기준의 2~3배에 달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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