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과다 피폭, 원전 공동소송 새 국면으로

입력 : 2018-12-05 19:44:19 수정 : 2018-12-06 13:42:2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고리1호기 액체 폐기물에 의한 갑상선 피폭선량이 허용치를 넘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방사능 피해 소송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이진섭 씨와 아들 균도 씨의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속보=1979년 고리1호기 액체 폐기물에 의한 갑상선 피폭선량이 허용치를 훌쩍 넘어선 사실(본보 5일자 1, 3면보도)이 밝혀지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현재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진행 중인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공동소송'의 원고 618명 중 74명이 과다 피폭이 있었던 1979년 고리원전 인근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원고 74명 1호기 인근 거주
갑상선암과 폐기물 피폭 
인과관계 인정 가능성 커져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공동소송'은 2014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그 소송이 시작됐다. 618명이나 되는 원고가 모인 계기는 바로 '균도네 소송' 덕분이었다.

'균도네 소송'은 고리원전 인근 주민인 이진섭(52) 씨가 원전으로 인해 온 가족이 질병에 걸렸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이 씨는 대장암, 이 씨의 부인 박금선(52) 씨는 갑상선암, 아들 균도(26) 씨는 선천성 자폐성장애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4년 1심 재판부는 한수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 박 씨에게 1500만 원과 밀린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승소한 박 씨처럼 원전 인근에 거주하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모집했고, 그 결과 고리·월성·한울·한빛원전 등 4개 원전 인근 지역에서 618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모였다. '균도네 소송' 변호인단은 이들의 공동소송 역시 기꺼이 떠맡았다.

5일 공동소송 변호인단에 따르면 소송의 원고 618명 중 고리원전 인근 주민은 모두 251명이며 그중 74명이 1979년 고리1호기 과다 피폭 당시 인근에 거주하고 있었다. 74명 중 여성이 64명으로 월등히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40대가 11명, 50대가 28명, 60대가 18명, 70대 이상이 17명이다.

공해 등 환경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피해의 원인이 된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내로 배출되더라도 그 오염물질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 보상을 해야 한다. 앞선 '균도네 소송' 1심의 경우, 제한구역 경계 내 피폭선량이 허용치 이내였음에도 재판부는 박 씨의 갑상선암 발병과 피폭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피폭선량이 허용치를 넘어섰던 1979년의 피폭 경험을 가진 74명의 갑상선암 환자들의 경우 그 인과관계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현재 공동소송은 9번의 재판기일을 진행한 후 잠시 소강상태다. 재판부에서 선행사건인 '균도네 소송'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후 재판을 속개하자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한편 '균도네 소송' 항소심은 모든 변론 과정을 마치고 12일 선고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원고 측은 '고리1호기 과다 피폭' 등의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하고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그러나 피고인 한수원 역시 5일 참고서면 형태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변론재개 없이 12일 예정대로 선고키로 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