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한수원의 '원전 거짓말' 40년

입력 : 2018-12-06 19:45:56 수정 : 2019-02-14 19: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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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사회부 차장

원전 취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용이 참 어렵다. 기사만큼은 쉽게 풀어 쓰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이번 '고리1호기 폐기물 피폭선량 허용치 초과'(본보 5일 자 1·3면 보도)에 대한 취재도 그랬다. 자료를 받아들고 몇 날을 전문가들에게 전화해 묻고 또 물었다.

원자력발전이라는 주제가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라 그럴 테다. 그러나 원전 취재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로, 기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태도'를 보태고 싶다. 그들은 분명 좀 더 쉽게 설명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민들에게, 그리고 기자에게도, 쉽게 설명하지 않는다. 아니, 가급적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설명해야 할 때에는 애매모호한 어휘로 되레 진실을 덮는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한수원 측에 수차례 전화로, 메일로, 문자로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며칠을 끌던 한수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소송 중인 내용이라 질문에 답해 줄 수 없다." 그런 한수원이 기사가 나간 직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동안 소송이 끝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은 답변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1979년의 허용치 초과 피폭선량에 대한 한수원의 변명은 '설계시 적용하는 기준과 운영시 적용하는 기준을 혼돈해 사용해서 생긴 일로, 설계 기준은 초과했지만 운영 기준은 초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수원에 물었다. 원전을 지을 때 고려된 피폭선량 한계치의 기준과 운용 때의 기준이 다른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시 별개의 운영 기준이 있었다면, 운전 2년째의 보고서에 운영 기준이 아닌 설계 기준을 적용해 '피폭선량이 기준을 3배 상회한다'고 기술한 까닭은 무엇인가? 한수원의 대답은 다시 "소송 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기자는 일본에 있었다. 누구보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 원전 없이 생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기자에게 '원전'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그러나 이번 취재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허용치를 넘는 피폭은 없었다"며 30년이 넘게 거짓말을 해 온 한수원, 그들은 지금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bell10@

‘한수원’ 관련 반론 보도문

본지는 지난해 12월 7일자 ‘한수원의 ‘원전 거짓말’ 40년’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1979년 고리원전 1호기 폐기물에서 허용치를 초과하는 피폭선량이 측정되었음에도 한수원은 “허용치를 넘는 피폭은 없었다”며 30년 넘게 거짓말을 해 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는 “1980년도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액체 방출에 의한 선량 목표치를 3배 이상 상회한 것은 사실이나, ‘공중인의 개인에 허용되는 선량한도(500mrem/년)를 충분히 하회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고리 원전을 운영하며 선량한도를 초과하는 방사능을 배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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