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곰탕] 후룩 한입, 빈속 채우는 깊은 정성

입력 : 2019-05-01 18: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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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곰탕의 국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삶는 정도가 좋아 적당히 부드럽다. 손이 많이 가는 소머리수육을 맛볼 수 있는데, 구수한 맛이 인상적이다. 나라곰탕의 국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삶는 정도가 좋아 적당히 부드럽다. 손이 많이 가는 소머리수육을 맛볼 수 있는데, 구수한 맛이 인상적이다.

곰탕의 국을 떠먹을 때 우리의 혀는 두 가지 맛을 기대한다. 육류와 각종 식재료가 빚어내는 감칠맛과 국을 장시간 우려냈을 때 나오는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때, 우리의 혀는 만족스러워한다.

요즘에는 양념이 다양해서인지 감칠맛이 강조되는 곰탕을 자주 맛본다. 양념 소스나 수프까지 들어가 혀를 즐겁게 해주는 곰탕도 있다. 그러나 감칠맛을 강조하다 보면, 곰탕만의 깊은 맛을 잃기 쉽다. 깊은 맛이 없는 곰탕은 배 속을 채워주는 뭔가가 빈 기분이다.

부산진구 도시철도 양정역 인근

사골 등 48시간 우려낸 깊은 맛

기름 떠내는 작업만 5시간 걸려

풍성한 살코기 속 든든한 소꼬리 곰탕

탱글탱글 쫀득한 식감 도가니 곰탕

잡내없이 부드러운 수육 모듬 ‘인기’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양정역 인근의 ‘나라곰탕’의 국엔 깊은 맛이 있다. 다소 뽀얀 빛깔인 것으로 보아, 살코기와 함께 사골도 오랜 시간 우려낸 것을 알 수 있다. 한 입 떠먹으면, 담백한 맛이 전해지고,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차츰 느껴진다. 양념으로 만들어진 맛이 아니라 고기와 사골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다. 잡내 없는 깔끔한 맛인 것으로 보아, 국의 재료도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강한석 대표는 “48시간을 우려낸다. 소 다리 살과 사골 등을 푹 삶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며 “기름기를 자주 떠내고, 뼈를 계속해서 갈아준다”고 말했다.

원래 진한 국의 깊은 맛은 의지의 산물이다. 신선한 고기와 뼈를 긴 시간 삶으면서, 재료를 자주 갈아주면 어느 정도 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자기만의 레시피로 특별한 식자재를 더해 함께 우려내면 맛은 완성된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단가를 맞추기도 어렵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소스 같은 것으로 깊은 맛을 흉내 낼 수밖에 없는 거다. 강 대표는 소머리를 삶을 땐 기름을 떠내는 데만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먼저 맛본 것은 소꼬리 곰탕이었다. 일단 살코기가 풍성해 속이 든든하다. 고기의 색은 검지 않고 적당한 갈색을 띠고 있다. 부드러운 질감이고, 뼈와 잘 분리돼 먹기가 편하다. 강 대표는 “삶는 시간이 중요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질겨지고, 반대면 살이 퍼석해 뼈에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도가니 곰탕은 탱글탱글한 연골의 쫀득한 질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관절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 젤라틴을 통째로 먹는 기분이다.

의외로 국의 깊은 맛에 맛깔스러움을 더해 주는 건 부추였다. 국에 풀어 먹으면, 담백했던 국의 감칠맛이 배가 된다. 여러 식자재가 함께 버무려지는데, 생강이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한다. 하지만 생강향은 짙지 않다. 맵싸하지도 않으면서도 입에 감기는 맛이 있다. 강 대표는 “담백한 국과의 궁합이 좋다. 밑반찬으로도 많이 드시는데, 부추 반찬을 다시 달라고 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나라곰탕은 2016년 문을 열었다.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식당이지만, 국의 맛이 꽤 깊다는 소문이 나 있다. 강 대표는 “중학교 졸업할 쯤부터 식당에서 일했으니, 이 일을 한 지는 40년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강 대표는 꽤 큰 육류 체인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직원 60여 명의 고깃집을 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어 “이전 식당들도 맛있다는 소문이 나 손님이 꽤 많았는데, 사업이란 게 변수가 꽤 많더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사업을 축소한 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돌아와 차린 게 나라곰탕이라고 한다.

수육 모듬도 놓치면 아쉬운 메뉴다. 한 접시 가득 살코기가 올라오는데 잡내 없이 부드러운 질감이라 쉽게 목을 넘어간다. 특히 소머리 살이 인상적이다. 소머리의 잡내를 잡고,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냈다. 살코기와 연골 부위가 만나 있어, 씹는 맛도 풍성하다.

강 대표는 “소머리 수육은 아마 많이 못 먹어봤을 거다”며 “털을 다 제거하고 기름기도 덜어내야 하는데, 예삿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설명을 듣다 보면, 노력이 없으면 맛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소머리곰탕/부산 부산진구 동평로420번길 13/곰탕 7000원, 꼬리곰탕 1만 5000원, 도가니탕 1만 5000원, 모듬수육 4만 5000원/051-865-6336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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