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키친] ‘저탄고지’ 몸에도 좋고 입에도 달고

입력 : 2019-05-29 18: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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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전문식당인 키토키친의 키토피자는 탄수화물을 줄였지만 치즈의 담백함과 볼로네즈 소스의 달콤함을 잘 살려 기존 피자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탄고지 전문식당인 키토키친의 키토피자는 탄수화물을 줄였지만 치즈의 담백함과 볼로네즈 소스의 달콤함을 잘 살려 기존 피자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에 좋으면 입에 쓰다’는 옛말은 대체로 맞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식단의 최대 문제점은 맛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거다. 달지 않고 지나치게 밋밋하거나, 심지어 쓴 음식도 있다. 역으로 입에 착착 감기는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가 있었던가?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브런치 식당

‘저탄수화물 고지방’ 내세워 입소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자는 게 핵심”

차전자피가루 사용한 흑갈색 도우에

당 없는 소스·치즈 사용한 ‘키토피자’

채 썬 호박을 면처럼 만든 ‘쉬림프 쥬들’

볼로네즈 소스·가지 조화 ‘가지 플라워’

“맛과 건강을 다 챙기는게 식당 모토”

부산 부산진구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에 건강 식단을 표방하는 브런치 식당이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심지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각종 소스와 채소 등이 버무려져 있는 게 브런치 음식인데,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

저탄고지 전문식당 ‘키토키친’에 들어서면 하얀 실내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반겨준다. 벽면에 적힌 ‘저탄고지가 상식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저탄고지란 저탄수화물 고지방의 줄임말로, 당을 생성하는 탄수화물은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에는 비교적 관대한 다이어트 식단이다.

키토키친 진영희 대표는 “탄수화물은 혈중 포도당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에너지로 쓰고 남은 포도당이 결국 살로 간다”며 “밀이나 쌀 같은 탄수화물 식자재는 쓰지 않는다. 일반 설탕같이 정제된 당분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은 탄수화물과 만나지 않으면 살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저탄고지 예찬론자들의 설명이다. 의학적으로 타당한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저탄고지의 방점은 ‘저탄’에 찍혀 있다. 지방을 많이 먹자는 게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현대인의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 모든 걸 다 떠나서 중요한 건 맛이다. 탄수화물을 줄인 음식이 역시나 밋밋한 맛이라면, 말짱 도루묵 아니겠는가.

꽤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 일단 대표 메뉴인 ‘키토피자’를 주문했다. 건강한 음식을 논하면서 피자를 주문한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신기한 일이기는 하다.

피자의 전체적인 생김새는 도우가 얇은 이탈리안 피자와 비슷하다. 치즈도 듬뿍 올려져 있고, 소고기 등이 버무려져 있는 볼로네즈 소스도 얹어져 있고, 붉은 토마토가 색감도 입혀주고 있다. 다만 도우의 색이 흑갈색이다.

한 조각을 먹어보니, 소스가 강하지 않은 피자 맛이다. 치즈의 담백함과 소스의 감칠맛이 섞여 있는 피자의 풍성한 맛을 느끼기엔 손색이 없다. 치즈의 점성이 낮아서인지, 도우와 알맹이가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진 대표는 “도우는 일반 빵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최소화한 곡물로 만들었다. 치즈나 소스 등도 당이 없는 최고급 재료를 수입해 쓰거나 직접 만들어 쓴다”고 말했다. 소고기와 고급 무당 소스 등을 이용해 피자의 맛을 살리면서도 탄수화물만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진 대표는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피자 같은 음식이 너무 먹고 싶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손님이 자주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쉬림프 쥬들 쉬림프 쥬들

‘쉬림프 쥬들’은 신기한 음식이다. 면 요리 같은데, 면이 없다. 호박을 길고 얇게 채를 친 뒤 볶아, 마치 면처럼 만들었다. 호박면 위에 새우가 얹히고, 역시나 무당의 양념이 살짝 뿌려진다. 젓가락으로 국수 면 섞듯 호박 면을 말아 먹어도, 면발이 끊기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면발과 새우의 질감이 주는 맛이 꽤 인상적이다.

가지 플라워 가지 플라워

‘가지 플라워’는 일단 예쁘다. 볼로네즈 소스와 연근을 구운 가지가 둘러싸고 있는데, 꽃송이와 꽃잎을 연상시킨다. 쫄깃해진 가지의 즙과 볼로네즈 소스 등의 풍성한 맛이 조화롭다. 진 대표는 “탄수화물을 줄이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이 꽤 오래 매달렸다”며 “맛과 건강을 다 챙기는 게 식당 모토다”고 말했다.

사실 저탄고지 전문식당을 먼저 제안하고 지금도 식단과 영양 평가 등에 관여하는 이가 외과의사인 딸이라고 한다. 많은 환자를 접하다 보니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는 음식을 경계하게 됐고, 오랫동안 건강한 식단을 연구해온 것이 키토키친의 문을 열게 된 배경이라는 거다. 물론 한 끼를 이렇게 먹는다고 몸이 급격히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양의 식사에도 불구하고 탄수화물이 적어서인 속은 확실히 편했고 혀도 만족스러웠다.

▶키토키친/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65-4/키토피자 2만 1000원, 가지플라워 1만 5000원, 쉬림프 쥬들 1만 8000원, 화이트오믈렛 1만 6000원 등/051-807-0707.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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