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전문점 ‘프롬티’] 차와 함께하는 한 끼, 고급스러운 티 좀 냈어

입력 : 2019-06-19 18:41:57 수정 : 2019-06-20 11: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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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티의 ‘소식’은 정갈한 음식을 호지차와 곁들여 먹는 메뉴이다. 프롬티의 ‘소식’은 정갈한 음식을 호지차와 곁들여 먹는 메뉴이다.

차 전문점 ‘프롬티’는 방문할 때마다 낯설다. 해운대 중동 어느 골목에 있어 주변에 산과 바다가 없지만, 매번 도시를 벗어나는 기분이 든다. 대나무숲이 건물이 절묘하게 에워싸고 있어, 도심과 단절된 이질적인 공간에 들어선 듯하다. 2층 테라스에서도 보이는 건 대나무 숲뿐이라, 저 너머 바쁜 도시의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차를 마시기 전 이미 숲속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등에 취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밥과 차 한 상에 올리는 ‘소식’ 주문

인삼 버섯 냉채·새우 연근 튀김 등

정갈하고 알록달록한 상차림 ‘눈길’

진한 맛 말차·달지 않은 양갱도 인기

오늘은 한 끼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주말 프롬티의 점심 메뉴, ‘소식’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는 작을 소가 아니다. 채소 소다. 소식은 차와 함께하는 채소 위주의 식사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밥과 차를 한 상에 같이 올리는 메뉴이다. 이경주 대표는 “찻집에서 음식을 먹는 게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영국을 비롯해 차 강국들에선 차와 식사를 동시에 즐긴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코스 요리인데, 먼저 식전 요리라 할 수 있는 마중 식이 나왔다. 참외 냉수프, 치즈 곶감 샐러드 그리고 아담한 주전자와 찻잔이 정갈하게 놓인다. 주전자엔 호지차가 담겨있다. 하얀 수프, 알록달록한 샐러드, 그리고 검은 톤의 찻잔. 누가 봐도 깔끔하고 예쁜 구성이다. 이 대표는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게 분위기나 소품 등을 봐도 이 대표의 미적 감각에 충분한 신뢰가 간다.

채소 위주의 식사라고 마냥 담백하거나 심심한 맛이라고 예상하면 안 된다. 냉수프는 시원하면서도 입에 감기는 맛이 있다. 꼭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하다. 설탕 같은 조미료가 들어간게 아니다. 부드럽게 간 참외, 오이 그리고 우유로 만든 거다. 참외와 오이가 만나면 멜론 맛이 난다. 수분 보충에도 좋을 듯하다. 참깨소스와 곁들인 샐러드는 깔끔한 맛인데, 직접 만든 수제치즈가 짠맛이 없으면서도 부드러워 인상적이다.

여기에 호지차를 곁들이니, 신선한 맛들과 은은한 녹차 향이 만나 오묘함을 자아낸다. 호지차가 맛의 중심을 잡아줘 음식 맛의 깊이를 더해준다. 호지차는 카페인이 매우 낮아 부담이 없으면서 음식과의 조화가 좋다고 한다.

본 음식이 나온다. ‘연어 아보카도 구운 밥’은 구운 밥이 알맹이를 품고 있는 모양이 꼭 타르트 빵 같이 예쁘다. 바삭한 밥과 연어와 아보카도의 신선한 맛이 만나는 음식이다. ‘현미 누룽지’엔 으깬 감자가 있어 든든하다. 여기에 명란이 들어가 입맛을 돋운다. ‘인삼 버섯 냉채’는 인삼 향이 강하지 않아 좋고, 두부 쌈은 채소의 씹히는 질감이 오롯이 전해지며, 초석잠 장아찌는 개운한 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새우 연근 튀김이 인상적이다. 연근 두 조각 사이에 다진 새우와 참나물을 넣어 함께 튀긴 음식이다. 튀김옷은 매우 얇고, 연근 사이의 알맹이는 부드럽다.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순차적으로 느껴지는데, 부드럽게 다져진 새우에서 정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런 음식을 호우지 차와 곁들이며 음미했다.

에피타이저 격인 맺 음식은 바질 수박 케이크, 매실 토마토, 호박 식혜 소르베 그리고 하우스 티로 구성됐다. 입가심에 제격이다. 매실액에 절인 방울토마토의 탱탱함이 꽤 오랫동안 기억된다.

전체적으로 한식 코스 같지만, 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맛이 자유롭게 조화된 요리된 메뉴이다. 음식 구성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일 먹을 수는 없다. 이 대표는 “토, 일요일 낮 12시 이전까지 예약을 한 사람에 맞춰 그날 음식을 준비한다”며 “차와 음식을 곁들이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마음에 앞으로 소식을 늘릴 계획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여 년 전부터 차의 세계에 빠져, 바리스타와 차 전문 자격증을 따며 긴 시간 요리 연구를 해 왔다. 갤러리와 찻집을 결합한 공간을 운영해 오다 2017년 프롬티를 열었다. 프롬티는 고급스러운 차와 디저트 음식 등으로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차 관련 10회 교육도 인기다.


홍차나 스콘 등이 맛난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엔 말차·양갱·호지차 세트가 꽤 인기다. 말차의 진한 맛과 달지 않은 수제 양갱이 인상적이다. 이 대표는 “차는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맛이 변하고, 알아갈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프롬티/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8번길 22(중동)/소식 1만 8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하우스티 7000원, 호지차 1만 원, 얼그레이 9000원/051-754-2261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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