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미조뒷고기] “극강의 가성비” 15년째 대학가 입맛 저격

입력 : 2019-07-03 18:17:43 수정 : 2019-07-04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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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신입생이 되면 학교 급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직접 이 식당 저 식당을 둘러보게 된다. 다채로운 맛을 경험해보기 시작하며 맛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시기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10대 입맛을 간직하고 있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좋아한다.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아 음식의 가성비도 따져야 한다. 이렇게 힘겹게 맛집을 찾아내면 줄기차게 그곳을 방문해 추억을 쌓게 되고, 졸업 뒤 옛 단골집을 방문하게 되면 그 시절 기억도 자연스레 소환된다.

항정살·삼겹살 등 다양한 부위 나와

이틀 숙성된 고기, 잡맛 없고 부드러워

직접 담근 새우젓 곁들이니 감칠맛 더해

새콤달콤 냉면·건더기 푸짐한 된장찌개

단골들 요청에 별도로 만든 메뉴 ‘별미’

부산 영도 해양대 정문 인근의 ‘미조 뒷고기’의 메뉴판을 보면, 대학가 맛집으로서의 기본 조건이 충족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즘 소주나 맥주 한병에 3000원 하는 고깃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성비가 극강”이라는 소문이 난 이유이다. 메뉴판에서 눈을 떼 널찍한 창밖을 보니, 영도 바다와 해양대 캠퍼스가 어우러져 있다. 술을 부르는 풍경이다.

미조뒷고기 임현욱 대표는 “대학생 손님이 많지만 태종대를 찾는 관광객, 이웃 주민도 꽤 찾아 주신다”며 “싸고 풍성한 것만으론 15년을 버티기 힘들지 않겠는가. 손맛도 좋다고 다들 평가해준다”고 말했다.

모듬 고기가 둥근 불판에 놓인다. 목살, 간받이살, 항정살, 삼겹살 등 담백한 부위와 기름기가 있는 부위가 골고루 섞여 있다. 뒷고기라는 게 명확한 정의가 있는 건 아니다. 혹자는 남은 잡육이라고, 혹자는 소고기의 특수부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미조뒷고기 뒷고기는 항정살도 나오는 게 특징이다. 가게 벽면엔 “뒷고기는 맛있어서 뒤로 빼돌리는 고기”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고기를 하나씩 먹어본다. 잡맛이 없고 꽤 부드러운 질감이 전해온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입에 감긴다. 고기는 이틀간 숙성된 것이라고 한다. 임 대표는 “무엇보다 좋은 고기를 받아 오는 게 중요한데, 문을 연 15년 전부터 이미 고기를 취급해와 안정적인 가성비와 품질을 맞출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놨다”고 말했다.

보통은 기름이나 소금에 고기를 찍어 먹지만, 미조뒷고기에서만큼은 젓갈에 계속 젓가락이 간다. 직접 담근 새우젓갈이다. 주인장도 그렇고 각종 후기에도 그렇고, 고기를 젓갈에 찍어 먹을 것을 추천한다. 젓갈이지만 그리 짜지 않고 약간 새콤한 정도로 감칠맛이 있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맛을 입혀주기에 적당한 정도다. 황태포나 오이무침 등 각종 밑반찬도 직접 담그는 것들인데, 정갈하다. 임 대표는 “최대한 집밥의 느낌을 주려고 반찬을 만든다. 대학생도 이런 느낌의 반찬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기의 맛이나 밑반찬의 정갈함 등을 빚어내는 데 있어, 임 대표의 장모 역할이 크다. 35년 넘게 외식업을 해 온 장모가 2005년 미조뒷고기를 열었다. 그때부터 해양대생들의 단골식당이 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태종대를 찾는 관광객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딸과 사위가 합류하면서 식당은 1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확장한 게 지금의 모습이다. 여전히 장모가 직접 주장에서 요리와 맛을 감독하고 있으니, 음식에 긴 세월 숙성된 손맛이 녹아있는 셈이다.

미조뒷고기의 진짜 별미는 냉면과 된장찌개다. 물냉과 비빔냉면을 고민하다, 그 중간인 ‘물비빔 냉면’을 주문했다. 고기가 익어 가고 있을 때, 이미 냉면이 나왔다. 적당한 국의 양에 풍성한 오이와 배, 그리고 삶은 계란과 커다란 토마토 조각. 일단 보기에도 고기에 딸린 냉면이 아니라 메인 음식 같은 느낌이다.

적당히 비빈 뒤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감칠맛이 입안에서 퍼진다. 고급 냉면의 담백함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입에 감기는 맛이다. 달콤한 맛이 전해지는데 다대기에 양파, 무 등이 들어가고 과일류도 많이 첨가됐다. 그래서 설탕이 만드는 개운하지 못한 달콤함과는 다른 느낌이다. 특히 사각사각 씹히는 배가 혀를 즐겁게 한다.

면발은 칡냉면 종류인데, 얇은 편이라서 부드럽다. 임 대표는 “직법 면발을 뽑아낼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우리 방식의 냉면에 맞게 별도로 주문 제작하고 있다. 면발도 다른 집과 다르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대로, 면과 고기를 함께 입안에 넣어 보는 것도 꽤 별미였다.


된장찌개도 유명하다. 커다란 뚝배기에 된장찌개가 담겨 나오는데, 건더기가 풍성하다. 두부·버섯·호박 등이 국밥의 밥처럼 쌓여 있다. 건더기만 건져 먹어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다. 건더기가 많으니 국물이 시원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적당히 칼칼한 맛이 있으면서도 짜지 않다. 임 대표는 “멸치로 육수를 한 번 낸 뒤 그 물로 다시 된장찌개를 만들고 있어, 맛이 더 깊다”며 “된장찌개 먹으러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게 2000원이고 세트메뉴엔 서비스라고 하니, 대학 선배가 신입생들에게 배부르게 한턱내기 딱 좋을 듯하다. 냉면과 된장찌개는 단골들의 요청으로, 점심엔 별도 메뉴로 판매가 되고 있다.

▶미조뒷고기/부산 영도구 태종로 724(동삼동)/뒷고기 한판 1만 2000원, 삼겹살·갈매기살 6000원, 미조세트 3만 원, 비빔·물·물비빔 냉면 4000원, 된장찌개 고기에 추가 시 2000원·별도 메뉴 공기밥 포함 5000원/051-403-0272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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