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불고기] 멈추지 않는 젓가락질, 산더미처럼 쌓인 불고기로

입력 : 2019-08-21 18: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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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도 사랑했고, 팝의 전설 마이클잭슨도 좋아했다. 한국인이 아니라도 ‘코리안 바비큐’라 불리는 불고기는 누구나 좋아할 법하다. 부드러운 소고기와 입에 감기는 양념이 버무러져 대중적인 맛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고기 음식이다 보니 언젠가부터 고급 음식으로 취급 받으면서, 가격이나 가게 분위기가 점점 대중적이지 않아지며 멀어지는 느낌이다.

150g에 1만 원대 초반 부담없는 가격

단맛과 숯불 향의 조화 ‘언양불고기’

불고기 중심으로 파·숙주·버섯·양파 등

수북이 쌓인 ‘산더미불고기’도 인기

부산 중구 부평시장과 가까운 곳에 꽤 대중적인 불고깃집이 있다. ‘미스터불고기’라는 상호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15평가량의 홀에 놓인 원형 테이블, 약간은 어두운 실내 분위기, 가게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인형 피겨 등은 대학가의 삼겹살집 같은 느낌이다. 하상찬 대표는 “큰길가에 있는 식당이 아니다 보니 주로 단골이 찾아온다. 오후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불고기를 안주 삼아 술 마시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면서 단골이 온다”고 말했다.

잔에 맥주를 채우고, 테이블에 놓인 밑반찬을 먹으며, 언양불고기를 기다린다. 밑반찬은 상추, 고추, 파절임, 묵무침 등 조촐하지만 있을 것이 다 있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백김치가 아삭하면서도 살짝 시큼한 맛이 우러나는 게 꽤 인상적이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적당한 맛이다.

드디어 둥근 접시에 양념된 불고기가 담겨 나왔다. 한우 불고기지만 150g에 1만 원대 초반이라, 큰돈을 쓰지 않고도 접시에 고기가 가득했다. 하 대표는 “외국산을 쓰면 가격을 낮출 수 있겠지만, 국내산과 부드러움이 확실히 다르다”며 “고급 불고깃집에서 쓰는 투플러스 한우는 아니지만, 좋은 양념을 사용해 고기 맛에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고 말했다.



불에 오른 고기의 붉은 기가 사라지고, 육질이 질겨지기 전 본격적으로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역시 불고기는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양념이 너무 달지 않은 선에서 달짝지근함을 전해 준다. 양념과 함께 절인 고기는 충분히 부드러웠고, 여기에 숯불 향까지 더해지니,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훌륭한 미각을 가진 이라면 투플러스로 만든 불고기와의 세밀한 육질 차이를 느끼겠지만, 대부분은 구별하지 못할 거다. 충분히 맛깔스럽다. 언양불고기의 감칠맛을 느끼다 보면 불고기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한우를 구워먹는 방법은 하나지만, 양념이 들어가는 불고기는 종류가 다양하다.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서울불고기 등 지역별로 조리법이 다르고 맛의 특징도 뚜렷한 편이다. 그래서 산더미불고기를 추가했다. 동판에 구워 먹는 서울불고기다.

동판은 중심부가 얕은 곡선형태로 솟아있고, 그 위로 불고기를 중심으로 생파·숙주·버섯·양파 등이 수북하게 쌓인다. 동판의 가장자리엔 육수가 채워져 있다. 시각적으로 꽤 풍성한 느낌이다. 하 대표는 “중요한 게 육수다. 꽤 많은 재료를 넣어 육수를 만드는데, 달지 않으면서 개운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더미불고기는 먹는 재미가 있다. 불고기 자체의 달짝지근한 맛을 즐길 수도 있고, 풍성한 생파와 곁들여 먹으면 알싸한 맛도 더해진다. 육수에 살짝 혹은 듬뿍 적셔 먹으면 마치 샤부샤부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술안주로 괜찮다.

어느 정도 먹고 나니, 하 대표가 “가게 단골은 이런 식으로 먹는다”며 큰 냄비를 들고 온다. 여기에 남은 산더미불고기와 육수 등을 넣으니 전골처럼 되었다. 당면도 추가로 넣어 준다. 숟가락으로 육수를 떠먹으니 하 대표가 왜 개운한 맛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훌륭한 술 안주다. 어느새 술도 맥주에서 소주로 종목이 바뀌었다. 개운한 국물은 소주를 부르는 법이다.

미스터불고기가 부평시장 인근에 문을 연 지 만 4년이 되었다. 가성비 좋게 한우 불고기를 먹을 수 있어, 꾸준히 단골이 늘고, 시나브로 입소문이 난 식당이다. 술 안주에 가까운 음식들이지만, 아이들이 불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 손님들도 꽤 있다고 한다. ‘코리안 바비큐’가 세계적인 음식이다 보니, 부평동 시장에 놀러 온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한우만 있는 건 아니다. 돼지불고기는 연탄 양념구이로, 주방에서 구워져 나와 먹기가 좋다. 돼지양념구이 역시 태생적으로 술을 부르는 맛인데, 여기에 연탄 향이 더해져 맛깔스러움이 한층 좋다. 고기도 얇지 않게 썰려 씹는 맛이 있다.

▶미스터불고기/부산 중구 중구로 29번길43(부평동)/언양불고기 150g 1만 2000원, 산더미불고기 150g 1만 3000원, 돼지불고기 130g 7000원, 해물된장찌개 5000원 등.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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