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맛집-스콜] 100년 된 벽돌로 올린 건물, 미식을 내놓다

입력 : 2019-08-28 18:48:04 수정 : 2019-08-28 19: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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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조식 ‘캘리포니아의 아침’ 등 스콜의 음식은 각각의 식자재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다. 미국식 조식 ‘캘리포니아의 아침’ 등 스콜의 음식은 각각의 식자재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다.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실내에 빛을 쏟아내는 유리 천장, 넓은 테라스형 정원, 대리석 느낌의 바닥, 여유로운 홀 등 모든 게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다. 고상한 여유로움이 흐르는 식당일수록 비싼 게 일반적인 것 아니겠는가. 메뉴판을 펼치고 브런치 메뉴를 살피는데, 대부분 1만 원대 초반이다. 분위기에 압도당해, 지갑이 너무 가벼워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오해였고 기우였다.

‘스콜’의 홍누리 실장은 “100년 이상 된 벽돌을 수입해 건물을 지었다. 오래된 벽돌이 고풍스러운 데다 유해성분이 적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며 “분위기 탓에 비쌀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는 분들은 가성비가 좋다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면 북쪽 영광도서 너머 위치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 눈길

대부분 1만 원 대 가성비에 놀라


펍·다이닝 레스토랑 합쳐진

‘개스트로펍’ 지향

스크램블드 에그

부드러운 소시지 등

고급 호텔의 조식 연상


아보카도 치즈버거

명란 오일 파스타 등

런치 메뉴도 인기

스콜은 낯선 공간이다. 부산의 중심이라는 서면에 있기는 하지만, 서면 교차로 북쪽 영광도서 너머에 있다. 서면 안에서도 유동인구가 적은 편이고, 그나마 오가는 이도 중장년 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풍미와 화사함을 겸비한 스콜 건물은 왠지 낯설어 보인다.

식당 성격도 낯설다. 수입맥주가 유명해 일종의 펍이기도 하고, 전문 셰프가 따로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 같기도 하다. 스콜은 ‘개스트로펍’ 을 지향한다. 개스트로노미(gastronomy)는 미식을 뜻하며, 개스트로펍은 펍의 문화와 다이닝 레스토랑의 고급 식사가 합쳐진 곳이다. 홍 실장은 “문을 연 지 3년째인데, 입소문이 꾸준히 나다 보니 자연스레 이 거리에도 젊은 층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먼저 ‘캘리포니아의 아침’을 맛보기로 했다. 둥근 접시에 수제 소시지, 베이컨, 스크램블드 에그, 감자, 버섯, 토마토 등이 풍성하게 놓인다. 잘 차려진 고급 호텔의 미국식 조식이 연상된다. 음식 자체가 전체적으로 윤기가 나, 먹음직스러운 모양새다. 수제 소시지는 부드럽고, 베이컨은 굽기가 적당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바삭하다. 수비드 기법으로 조리된 감자는 질감이 살아있고, 스크램블드 에그는 짜지 않아 부드럽게 넘어 간다. 이런 음식은 기름진 재료가 많아 자칫하면 느끼함이 맛을 압도할 수 있다. 스콜의 미국식 조식은 식자재의 고유한 느낌이 잘 보존돼 풍성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식자재 하나하나 요리하면서 정성을 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시드니의 아침’은 가벼운 느낌의 호주식 조식이다. 딸기와 바나나 등 과일은 신선한 맛이 가득하고, 견과류와 그린요구르트도 각각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연출한다. 아보카도가 듬뿍 올라간 팬케익은 리코타 치즈로 요리돼, 부드러우면서도 달지 않은 감칠맛이 있다.

‘파리의 아침’은 망고와 번이 주 식자재이다. 빵의 천국인 프랑스식 아침 식사인 만큼, 특히 번의 맛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롤빵의 질감과 은은한 버터 향이 상당히 조화롭다. 홍 실장은 “빵은 물론이고 소스도 주방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며 “메인 셰프를 포함해 8명의 요리사가 꼼꼼하게 요리를 내놓고 있다”고 했다.

들어가는 정성과 투자 그리고 맛을 고려하면, 가격을 꽤 올려 받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누가 봐도 스콜은 바닷가 같은 풍광 좋은 곳에 짓고 가격을 올려 받는 게 경제 논리에 부합할 듯하다. 홍 실장은 “시작 자체가 좋은 음식으로 개스트로펍의 문화를 심어보자는 취지였다”며 “그래서 가격 부담을 낮추고, 음식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면 외곽에 속하는 이 거리에도 젊음의 기운을 불어 넣겠다는 게 스콜의 목표라서, 가격대를 최대한 조정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보카도 치즈버거. 아보카도 치즈버거.

브런치 메뉴 외 일반적인 런치 식사류에서도 이런 정성이 엿보인다. 아보카도 치즈버거는 빵이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소고기 패티가 고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특히 소스 비중이 작아 텁텁한 끝 맛이 없다. 소스가 듬뿍 뿌려지는 패스트푸드 버거와의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패티와 아보카도의 맛이 그대로 전달되며 명란 드레싱의 끝 맛도 살아있다. 감자튀김은 굵은 게 특징이며, 검게 타지 않으면서도 바삭해 식감이 좋다.

명란파스타 명란파스타

명란 오일 파스타는 모양이나 맛이 웬만한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 못지않다. 오일 파스타 특유의 덤덤한 맛에 이어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끝 맛이 여운은 남긴다. 명란은 장석준 명란 명장의 회사로부터 납품받는다. 홍 실장은 “당연히 어떤 식자재든 최고급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이런 맛이 난다”고 했다.

북유럽에서 스콜은 ‘건배’를 의미한다. 스콜을 준비하는 동안 직원들이 개스트로펍 메뉴 개발을 위해 북유럽 세미나를 갔다가, 그곳 사람들이 맥주 앞에서 ‘스콜’을 외치는 걸 보고 가게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스콜의 의미보다, 북유럽까지 단체로 맛 공부하러 간 게 더 인상적이었다.

▶스콜/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32(부전동)/캘리포니아의 아침 1만 4000원, 시드니의 아침·파리의 아침 1만 3000원, 오리지널 치즈버거 1만 원, 아보카드 치즈버거 1만 3000원, 명란오일파스타 1만 4000원, 런치 피자 1만 원 등/오전 11시 30분 영업시작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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