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온떡방] 추석엔 ‘구운찹쌀떡’ 입이 떡, 어떡하지

입력 : 2019-09-04 18:37:1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부산 중구 부평 깡통시장은 말 그대로 먹거리 천국이다. 떡볶이, 순대, 비빔당면 같은 기본 군것질거리부터 스카치에그베이컨, 통수박 주스, 대게 파스타 같은 이색 군것질거리까지 시장 전체에 먹거리가 깔려 있다. 시장을 누비다 마음이 끌리는 것을 골라 먹으면 된다. 대부분 먹거리가 점포 앞 진열대에 깔끔하게 차려져 있어, 길거리 군것질거리치고는 상당히 위생적인 느낌이다. 이러니 전통시장이지만 젊은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구 부평 깡통시장 내 떡집

전국 최초 ‘구운찹쌀떡’ 입소문

노릇노릇 구운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팥소의 달콤함 ‘매력적’

“오랫동안 연구해 만든 유일한 맛”

쫀득함 살아있는 ‘앙꼬절편’

알록달록한 ‘시루떡’도 인기


화려하고 이색적인 먹거리로 채워진 골목 사이에, 떡하니 떡집이 들어서 있다. 다른 군것질거리에 비하면 떡은 맛이 담백하고 모양이 소박하다. 달리 말하면 맛과 모양이 상대적으로 밋밋하다는 뜻으로, 떡으로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가게 앞에 꽤 많은 사람이 멈춰 선다. 알록달록한 시루떡, 윤기나는 양갱 등에도 눈길이 간다. 하지만 일단 붕어빵 기계 같은 것에서 구워져 하얀 떡에서 눈을 못 떼겠다. 소문난 ‘구운찹쌀떡’이다.

“구운찹쌀떡은 직접 개발한 메뉴인데, 이제 유명해져서 다른 곳에서도 파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맛만큼은 유일합니다. 노하우가 있고, 이 기계도 수천만 원 주고 직접 주문 제작한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서온떡방 김동수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쨌든 구운찹쌀떡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에 와 있다는 걸 실감했다. 김 대표는 구운찹쌀떡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한 손으론 정확한 양의 흰 반죽을 뜯어내 기계 틀 위로 쉼 없이 던진다. 마치 로봇처럼 반죽하고 뜯어내고 던지는, 정확하고 절제된 전문가의 손길을 직접 구경하는 것도 먹자골목의 매력 중 하나이다. 흰 반죽은 상당히 찰져 보이는데, 얼핏 보면 초코파이 마시멜로 같기도 하다.

갓 굽힌 구운찹쌀떡을 호떡처럼 종이에 싸서 먹기 시작한다. 노릇노릇한 떡을 씹으니, 바삭함이 먼저 느껴진다. 곧이어 팥소의 부드러운 향이 입안을 메운다.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잘 만들어진 모나카 빵의 느낌도 있다. 하지만 모나카보다 반죽의 찰진 느낌이 더 강하고, 팥소의 달콤함은 더 은은하다. 팥을 끓일 때 사과, 다시마 등도 들어가, 팥소의 달콤함엔 묵직한 느낌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죽의 바삭함은 옅어지고 쫀득함 식감이 배가 되는데, 그렇게 먹는 구운찹쌀떡도 꽤 매력적이다.

이 떡은 ‘부산 구운찹쌀떡’으로 여기저기 소개돼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몇 년에 걸쳐 연구해서 만든 거다. 구워졌을 때 알맞은 찰짐을 위해 반죽에도 여러 노하우가 쓰인다”며 “구울 때 압력, 온도 같은 것이 정확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순간적으로 200~250도를 내는 전용 기계를 구상해 특허까지 냈다”고 말했다.

서온떡방은 김 대표와 그의 아내 추영민 씨가 함께 꾸리고 있다. 요즘은 송편 등 추석 명절 떡 주문이 많아 바쁘다고 한다. 구운찹쌀떡이라는 히트상품이 있지만, 기본 떡도 맛있기로 소문나 있어 명절 떡도 찾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서온떡방이 부평시장에 들어선 건 10여 년 전이지만, 두 사람이 떡을 배우기 시작한 건 수십년 됐다. 두 사람 다 방앗간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추영민 씨는 “양쪽 다 60여 년 전부터 떡을 만들던 집안이었으니,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게 떡”이라며 “어쩌다 보니 비슷한 집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어쨌든 떡에 일가견이 있는 남녀가 인연을 맺고 떡방을 차려 훌륭한 맛을 빚고 있으니, 보통 이럴 때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구운찹쌀떡에 이어 잘 나가는 떡이 ‘앙꼬절편’이다. 서온떡방만은 비법이 담긴 반죽 덕에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고, 팥소 역시 달콤함에 묵직함이 함께 있어 단맛이 덜하다. 김 대표는 “쫀득한 식감을 내려면 일단 손이 바쁘다. 모든 게 수작업이라 고생하는 편이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새벽에 나와 그날 떡 작업을 시작한다. 그래야 제때 떡들이 진열대에 오를 수 있다.


백설기는 부드러움이 강조돼 있다. 치즈, 앙금 등이 들어간 예쁜 설기떡도 있는데 진열대에서 잘 나가는 편이다. 김 대표는 “젊은 층을 위해 개발한 떡이다. 떡집들도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갱도 꽤 인상적인데 보기에도 탱탱한 질감이 느껴진다. 찰져 보이는 것이 젤리바 같은 느낌도 있다. 정작 씹으면 부드러움이 있고,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


호박떡은 유난히 부드러워 손이 계속 간다. 은은한 단맛도 약간 중독성이 있다. 김 대표는 “일반 호박보다 땅콩 호박이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아 집안 어른이 시골서 직접 재배해 공급해 주고 있다”고 맛의 이유를 설명했다.

▶서온떡방/부산 중구 부평1길 39(부평동 2가)/구운찹쌀떡 1500원, 앙꼬절편 2500원 등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