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어장' 원도심 하늘과 맞닿은 횟집

입력 : 2019-09-25 17:44:40 수정 : 2019-09-25 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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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원도심 하늘과 닿은 하늘어장은 부산의 맛과 멋을 보여준다. 부산의 원도심 하늘과 닿은 하늘어장은 부산의 맛과 멋을 보여준다.

부산의 원도심 중구 남포동에 인근 주민조차도 잘 모르는 횟집이 있다. 2006년에 문을 열어 13년 넘어 영업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가는 사람만 가는 집이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지만 한 번 온 사람은 없는 집으로 유명하다.

옛 남포문고 건물 옥상 13층 위치

남항대교·자갈치 시장 등 한눈에

수족관 보관 활어 주문 즉시 손질

신선하고 쫄깃한 씹는 맛 ‘일품’

중앙대로변인 옛 남포문고 건물 옥상인 13층에 위치해 관심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조차 싶지 않다. 하지만 엘레베이터가 열리고 하늘어장에 들어서면 깜짝 놀란다. 100평도 넘는 가게의 창과 천장이 모두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앉은 자리에서 부산 원도심 명물인 송도, 남항과 남항대교, 자갈치 시장, 영도와 영도대교, 부산대교, 부산항대교, 용두산공원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깊은 밤, 부산 앞바다와 원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빛의 향연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여기저기서 이 광경을 담으려는 휴대폰 카메라 소리가 들린다.

황준영 매니저는 “고객들이 빗소리를 듣고 내리는 비마저 느끼게 해주려고 천장까지 유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는지, 낮에 온도가 올라가 에어콘을 아무리 틀어도 영업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하늘어장은 오후 3시부터 예약을 받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영업한다.

하늘어장에는 다른 놀랄 거리도 있다. 자세히 보면 바닥이 1m이상 올라갔다. 서너 평 정도의 수족관을 밑으로 팔 수 없어 전체 130여 평의 바닥을 위로 띄운 것이다. 다른 횟집에 비해 크고 안정감 있는 수족관에는 광어, 농어, 돔 등 고급 어종이 헤엄치고 있다. 이 수족관에 보관된 활어를 주문 즉시 손질해서 내놓는다.

특이한 의자도 볼 수 있다. 뒤에 가방을 두고 옷을 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늘 가방과 옷 때문에 불편해 하는 손님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연구해 만든 것이란다. 지난해 실용신안까지 받았다고 한다.

드디어 모듬회가 나왔다. 중간크기 엇썰기로 나온다. 광어, 농어, 돔과 다른 계절 생선이 올라와 있다.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었다. 바로 잡은 만큼 육질이 신선하고 쫄깃쫄깃한 씹는 맛이 일품이다.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고 천천히 사라지듯 목을 넘어갔다. 자칫 회에서 느껴지는 걸리는 맛과 향이 전혀 없었다. 초장으로 먹으니 살짝 신 맛이 더해지면서 회맛이 더 청량하게 다가온다. 전혀 텁텁하지 않다.

황 매니저는 “모든 활어는 차로 10분 거리인 공동어시장에서 매일 들여온 것이다. 모듬 회로만 팔기 때문에 잘 안팔리는 생선의 재고가 전혀 없다. 지금 먹는 회가 오늘 경매된 회라고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하늘어장의 영업 콘셉트는 부산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곁반찬으로 기장 해산물·꽁치찌개, 동래 해물파전, 송도 고등어 구이, 조방 낙지볶음, 국제시장 당면 등 부산의 유명 음식들이 나온다. 물론 맛도 다 평균 이상이다. 이들 요리의 맛을 내기 위해서 한식 요리사를 따로 채용했다고 한다.

매운탕은 약간 서울식이다. 구수한 고기 국물에 채소와 생선 뼈가 푸짐하게 들어가 부드러운 맛이다. 여기에 재피가루와 마늘 다데기를 넣으니까, 입이 화득거릴 정도의 강한 맛이 살아난다. 매운탕에는 바로 끓인 기장 전복죽이 함께 나오는데 고소한 맛과 짬쪼름한 감칠맛이 오래 남는다.

▶하늘어장/부산 중구 구덕로 40 옛 남포문고 13층/모듬 회 2인 기준 6만 원, 회 추가 3만 원, 모듬 해산물 4만 5000원. 글·사진=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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