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나루터] 전복문어코다리찜, 내 맘속 1등 ‘찜’

입력 : 2019-10-30 18: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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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정식을 먹으러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인근의 식당을 찾았다. ‘홍나루터’의 ‘황제밥상’이라는 메뉴다. 다소 유치해 보이는 메뉴 이름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다소 조잡한 음식들의 조합은 아닐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재밌는 메뉴 구성이지만, 메인 음식 하나하나에 꽤 성의가 담긴 진지한 맛으로 기억돼 다시 찾게 됐다.

맵지도 달지도 않은 은은한 양념

“들기름 사용 필요한 만큼 만들어”

문어·전복 육수 어우러져 깊은 맛

코다리찜과 불고기·오징어볶음

함께 차린 점심정식 ‘황제밥상’ 인기

가리비·조개·로브스터 푸짐하게 담긴

해물찜 ‘황제탕’은 술안주로 ‘제격’

먼저 가리비, 새우, 콩나물, 상추, 생선까스, 미역국 등 횟집 밑반찬을 연상시키는 반찬들이 깔린다. 곧이어 중앙에 커다란 코다리찜이 놓이고, 잇달아 옹기에 담긴 불고기와 오징어볶음도 등장한다. 코다리찜을 중심으로 불고기백반과 오징어볶음이 결합한 독특한 점심상이다.

“원래 코다리찜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점심 메뉴로 불고기백반이나 오징어볶음을 찾는 손님도 꽤 생겼다. 결국 한 번에 이 맛들을 다 먹어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져 정식 밥상으로 내놓게 됐다”

자연스레 먼저 손이 가는 건 코다리찜이다. 양념 소스는 짙은 색이고, 코다리는 살이 차올라 있다. 맵기는 조절이 되지만, 기본 맛으로 양념을 조절했다. 코다리 살을 찢어 양념을 곁들인 뒤 입안으로 넣는다. 그리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은 것이, 입맛에 맞다. 간혹 코다리찜을 먹다가 적잖게 속이 부대낀 적도 있었다. 홍나루터 코다리찜의 양념은 너무 가볍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아 편하게 넘어간다.

먹기 좋게 코다리의 뼈를 발라낸 뒤부터 쉼 없이 코다리 살이 입에 들어간다. 콩나물을 곁들이기도 하고, 김과 상추 등에 싸 먹기도 하고, 불고기나 오징어볶음을 쌈에 같이 얹어서 먹기도 한다. 먹는 방식에 따라 맛이 변화니, 먹는 재미가 있다.

홍나루터 김근재 대표는 “제일 중요한 게 양념이다. 꽤 오래 공을 들여 직접 만든 양념이다. 자극적이기보다 좀 묵직하면서 깊은 맛을 내고 싶었다”며 “양념은 필요한 만큼 수시로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고, 식용유 없이 고급 들기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2~3년 전부터 코다리찜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식당은 많이 생겼지만, 맛은 크게 두 가지로 수렴된다. 매운맛이거나 달콤한 맛이다. 사실 해풍을 맞고 살이 탱탱해진 코다리는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 대신 맵고 달콤한 맛을 강조한 양념을 버무리면 비교적 요리가 쉬운 편이다. 그래서 어차피 코다리찜은 양념 맛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신 코다리 본연의 질감은 약해지고, 금세 질릴 수도 있다.

홍나루터 코다리찜도 양념 맛이 중요하지만, 은은한 감칠맛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코다리찜뿐만 아니라 불고기 역시 부드러운 육질이 살아있고 오징어볶음도 탱탱한 질감이 온전히 느껴진다.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의 양념은 코다리찜 양념에 비해 감칠맛이 더 강조돼 있는데, 3가지 메인 음식을 함께 즐기니 꽤 조화로운 맛이다.

코다리찜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는 ‘전복문어코다리찜’이다. 말 그대로 코다리찜과 문어, 전복의 만남이다. 같은 양념이지만, 문어와 전복의 육수가 살짝 우러나기 때문에 코다리찜 자체의 맛도 더 묵직해진다. 문어 역시 탱탱한 느낌이 살아있고, 전복은 부드러움이 좋다. 홍나루터가 해물찜 전문점이니, 문어와 전복도 신선한 것들로 공급이 가능하다. 다른 코다리집에선 연출하기 힘든 메뉴일 듯하다.

원래 김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프렌차이즈 해물찜 가게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프렌차이즈 특성상 단가 위주의 시스템에 한계가 느껴지고, 맛에 대한 욕심이 나 직접 가게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부산진구 서면 등에서 해물찜과 동태탕 가게를 했고, 4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코다리집들이 부산 전역에 덩달아 많이 생겼으나 최근에 많이 사라졌다. 홍나루터는 입소문 덕에 여전히 성업 중이다.

홍나루터는 사실 코다리찜 이상으로 풍성한 해물찜으로 유명하다. 널따란 철판 그릇을 가득 채운 해물찜은 시각적으로도 이미 배를 부르게 한다. 그만큼 푸짐하게 상이 채워진다.

특히 ‘황제탕’이 유명한데, 술안주로 제격이다. 들어가 있는 식재료들도 다양하고 양도 푸짐하다. 문어, 오징어, 가리비, 조개 같은 해삼물은 기본이고 로브스터까지 곁들여 쪄진다. 심지어 삼계탕처럼 닭 한 마리가 들어가 있으니, 정말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만 많은 건 아니다. 국물은 식자재가 풍성한 덕에 맛이 깊고 신선하다. 기본적으로 재료가 신선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님 앞에서 조개 같은 해산물을 까서 탕에 넣는데, 이때 냄새가 나는 것들을 과감히 버린다.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곳에서 해산물을 받아도 냄새가 나는 것들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건 무조건 안 쓰고 있다. 그래서 다른 가게에 비해 재룟값이 좀 들어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홍나루터/부산 연제구 신촌로 5(연산동)/황제밥상 4인 기준 3만 원, 코다리정식 8000원, 불백 8000원, 코다리찜 2만500원부터, 전복문어코다리찜 4만 원부터, 바다의 왕제(해물탕) 5만 8000원, 황제탕 8만 5000원 등.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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