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집5649] 단단하고 신선하다, 달고기 품은 생선가스

입력 : 2019-11-13 18: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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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스. 생선가스.

아는 사람도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보다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쳤을 때 더 반갑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 더 기쁘듯, 예상하지 못한 맛이 더 반갑고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맛을 끌어리는 많은 요소 중에 ‘의외성’이라는 것도 있다.

남구 유엔로 UN조각공원 인근 위치

큰 간판 없이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식당

바삭한 튀김 옷 속 묵직한 생선살

명태살 대신 비싼 달고기로 만들어

“이윤은 줄여도 맛은 포기할 수 없어”

토마토 베이스로 만든 수제 소스

묵직한 느낌 등심 돈가스도 대만족

함박스테이크·씨푸드덮밥도 인기

이층집5649는 부산 남구 유엔로 UN조각공원 인근에 있다. 부산박물관과 부산교통방송국을 잇는 대로변엔 크고 작은 식당들이 꽤 있지만, 그 사이 이층집5649는 그리 눈에 띄는 식당은 아니다. 규모가 크지 않으며, 1층에 위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커다란 입간판이 놓인 것도 아니다. 입소문만으로 영업하는 경양식 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동네 경양식 식당의 맛은 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거다. 적당히 튀겨진 고기에 달짝지근한 소스를 적당히 버무리면 왠만해선 적당히 한 끼를 때울 수 있다는 거다.

수프. 수프.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목재 위주로 심플하게 꾸며진 25평 남짓의 가게. 한쪽 벽은 모두 창이 나 있어, 햇살이 실내로 쏟아지고 있다. 레스토랑 같은 고급스러움은 덜하지만, 아담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이다.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고 기다리니, 먼저 널따란 컵에 담긴 수프가 나온다. 일반적인 크림수프보다 약간 밝은 느낌이다. 수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담백한 맛, 흔히 말하는 ‘우유’ 맛이 짙다. 수제 수프다 보니 잡스러운 맛이 섞여 있지 않아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등심돈가스 등심돈가스

‘등심 돈가스’가 나왔다. 커다란 두 덩이의 고기가 밝고 얇은 튀김 옷을 입고 있다. 그 위로 짙은 갈색의 소스가 뿌려져 있고, 파슬리가 다시 흩어져 있다. 전형적인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운 돈가스다. 수제 소스는 달짝지근하지 않은 대신 묵직함이 있다. 스테이크 소스의 느낌도 살짝 있으면서, 토마토가 베이스가 된 만큼 과일 향의 끝 맛도 있다. 동네 경양식 돈가스를 예상했다가 만난 의외의 맛이 반갑다.

돈가스를 다 비울 때까지 고기의 질감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도 만족스럽다. 웬만한 돈가스는 꼭 질긴 부분이 포함돼 있고, 간혹 씹어 삼킬 수 없는 비계 등을 갖고 있다. 이층집5649 김동현 대표는 “좋은 등심을 받아오는 게 기본인데, 등심 안에서도 비계나 붉은 부분을 일일이 손질한다”며 “부드러움을 유지하지만, 버리는 게 많은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주인장 입장에선 손해여도, 맛을 보는 손님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생선가스의 맛은 더 의외였다. 깨끗한 튀김 옷을 입은 건 다른 생선가스와 비슷하지만, 바삭한 튀김 옷 속의 생선살의 질감이 묵직하니 좋다. 생선살은 잘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담백하다. 묵직한 느낌 때문에 생선살의 밀도가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수제 타르타르소스 역시 신선한 맛이 나면서도 새콤한 맛이 과하지 않아, 조화가 좋다.

씨푸드칠리덮밥 씨푸드칠리덮밥

생선가스의 가장 큰 비법은 재료에 있었다. 흔한 명태살 대신 달고기를 쓰고 있다. 달고기가 튀김으로 맛은 좋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김 대표는 “달고기가 명태살보다 몇 배 비싸지만, 명태살로는 아무리 해도 한계가 있다. 이윤은 줄여도 맛은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층집5649에는 김 대표와 김 대표의 부인, 두 사람만이 일한다. 바쁜 날에만 아르바이트생을 부른다. 부부가 전 직원인, 20여 명 정도의 손님만 받을 수 있는, 전형적인 아담한 식당이다. 가게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어 오래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 부부는 직전까지 10년간 롯데백화점 광복점 푸드코트 등에서 식당을 운영했었다. 처음엔 생선구이 정식으로 시작해 메뉴를 조금씩 늘리며 손님을 모았다. 이때 생선가스, 철판돈가스 등을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아 이층집5649를 결심했다.

김 대표는 “점포 재계약 시기와 맞물려 고민하다, 백화점을 나오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백화점 안에선 맛을 내는 것에 여러 제약이 있다”며 “처음엔 돈을 벌려고 조리업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좋은 맛을 내는 것 자체가 즐거워져 이래저래 연구와 공을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층집5649는 눈에 띄지 않는 가게지만, 차차 입소문이 나 지금은 인근 대학생이나 가족 단위 고객 등을 단골로 꽤 확보했다.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만큼이나 함박스테이크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소스의 맛은 과하지 않고 패티가 상당히 부드럽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비율을 5대 5로 패티를 만드는데, 이 정도면 식당의 패티론 소고기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씨푸드칠리덮밥도 인기 메뉴다. 볶음밥은 담백하고, 오징어·쭈꾸미·새우 등 씨푸드는 맵싸하다. 매운맛이 있어 튀김 음식에 곁들이면 궁합이 좋지만, 조미료 등으로 매운맛을 내는 것이 아니어서 속이 불편하지 않는 매움이다.

▶이층집5649/부산광역시 남구 유엔로 217/등심돈가스 8000원, 철판등심돈가스 9000원, 생선가스 9000원, 함박스테이크 9500원, 씨푸드칠리덮밥 9000원 등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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