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동 ‘꼬리집’] 47년 내공이 우려낸 진하고 고소한 국물 “캬!”

입력 : 2019-11-27 18:24:08 수정 : 2019-11-28 0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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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삶아낸 소꼬리곰탕. ‘꼬리집’의 꼬리곰탕은 진하고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푹 삶아낸 소꼬리곰탕. ‘꼬리집’의 꼬리곰탕은 진하고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아버지는 20년 전 단독주택을 하나 샀다. 전세살이로 전전하다 거의 20년 만에 산 보금자리였다. 당신은 마당 한쪽에 아궁이를 하나 만들었다. 위에는 대형 솥을 걸었다. 이후 자식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솥에 소뼈를 고거나, 닭을 삶았다. 지금도 고향 집 마당 한구석에 놓인 솥을 보거나 식당에서 곰탕을 사 먹을 때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하지만 어느 곰탕도 아버지가 끓여준 맑은 국물 맛을 내진 못했다.

열일곱 살 때부터 소꼬리 요리 배워

수안동에서만 30년째 지킴이

사골·갈비·잡뼈 넣어 끊인 곰탕 국물

뼈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살점

도가니는 이에 전혀 달라붙지 않아

“긴 세월 한결같은 마음으로 장사”

부산 동래 수안동 수안역 근처 한 식당에서 ‘아버지의 국물’을 찾았다. 알고 보니 30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소꼬리 요리만 해온 곳이라고 한다. 당연히 오랜 세월을 파고든 ‘내공’이 국물에 잔뜩 배어 있는 곳이다. 바로 ‘꼬리집’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 무렵 일행과 함께 꼬리집을 찾았다. 식당에는 아직 적지 않은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방에서는 어르신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 듯했다. ‘홀’ 손님들은 꼬리곰탕을, 모임을 하는 방에서는 여기에 수육을 곁들여 먹고 있었다.

노영수 사장·부인 강순천 씨 노영수 사장·부인 강순천 씨

이 집 주인은 소꼬리 요리만 47년 동안 해 온 사람이다. 거의 반백의 세월이다. 노영수(66)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고향은 경북 상주다. 어릴 적 충북 청주로 이사를 했다. 노 사장은 열일곱 살 때부터 식당에서 일했다. 충북도청 앞 식당에서 소꼬리 요리를 4년간 배웠다.

스물세 살 무렵 부산에 있던 청주 친구로부터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촌 누나가 부산 서면에서 ‘꼬리집’이라는 식당을 하는데 같이 일하자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17년간 일한 그는 30년 전인 1989년 현재 위치에서 ‘꼬리집’을 열었다. 그를 부산으로 내려오게 한 친구도 사상에서 ‘꼬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꼬리집’이라고 치면 두 곳이 나오는 이유다.

꼬리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단연 꼬리곰탕이다. 국물 색깔이 다른 곰탕 식당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아버지가 솥에서 종일 끓여낸 그 국물 색깔과 비슷했다. 먼저 소금을 타지 않고 국물 맛을 보았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국물에서 흘러넘쳤다. 굳이 소금을 넣지 않고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소꼬리 고기도 먹어보았다. 푹 삶은 덕분인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살점도 뼈에서 잘 떨어졌다.

같이 간 일행이 꼬리수육과 모둠수육을 주문했다. 꼬리수육은 소꼬리에서 나오는 고기로만 구성된다. 모둠수육은 소 양과 사태, 도가니로 이뤄져 있다. 고기는 부드러웠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릴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적당히 씹는 느낌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고기에서는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투명해 보이는 도가니도 질기지 않았다. 이에도 전혀 달라붙지 않아 먹기에도 편했다.

곰탕 국물과 수육엔 김치, 무채 나물이 함께 들어온다. 두 반찬 맛이 별미다. 시골의 맛이랄까. 김치는 노 사장이, 무채 나물은 부인 강순천(62) 씨가 만든다고 했다. 노 사장은 “경남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사촌 동생에게서 채소를 받아와 사용한다. 배추는 청방배추를 사용한다”고 했다.

더하여 나온 숭늉 맛도 일품이다. 색이 진했다. 마셔보니 누룽지 가루로 끓인 여느 숭늉 맛과 달랐다. 이 맛있는 숭늉은 식당에서 직접 만든 누룽지로 끓인다고 했다.

푹 삶아 낸 소꼬리. 푹 삶아 낸 소꼬리.

꼬리곰탕은 사골, 갈비뼈, 잡뼈를 넣어 끓인다. 먼저 잠시 끓여 물을 버린다.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에 갈비기름을 조금 넣고 다시 끓인다. 갈비기름을 넣으면 곰탕 국물이 매우 고소해진다는 것이다. 수육은 3시간 정도 삶는다. 물과 고기 외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없다. 수육 소스는 간장, 식초, 물에 설탕, 파, 다진 고추를 넣어 만든다.

꼬리집에서는 전골도 판다. 소꼬리에 사태, 양곱창, 애기보, 도가니를 넣은 뒤 애호박, 쑥갓, 버섯, 파도 추가한다. 국물은 꼬리곰탕에 사용하는 국물을 넣어 끓인다. 전골은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다.

노 사장은 “47년 동안 꼬리곰탕만 만들었다. 꼬리집을 운영한 시간도 30년이다. 아무나 이 긴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왔다”며 지난 세월과 자신의 음식에 대한 깊은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꼬리집/부산 동래구 명륜로 98번길 16(수안역 국민은행 뒷골목). 051-555-9454. 도가니탕 1만 2000원, 꼬리곰탕 1만 3000원, 꼬리곰탕(특) 1만 6000원, 모듬수육 2만~2만 5000원, 꼬리수육·도가니수육·모듬전골 4만~5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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