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 안락동 순이네곱창' 부드럽고 고소한 곱창이 곱다

입력 : 2020-02-19 18: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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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동 서원시장 ‘순이네곱창’의 대표 메뉴인 솔잎양념곱창구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안락동 서원시장 ‘순이네곱창’의 대표 메뉴인 솔잎양념곱창구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14년째 강의하는 곱창집 여사장이 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고, 현실의 아픔도 겪어본 숨은 실력자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서원시장에 있는 ‘순이네곱창’의 곽정순(57) 대표가 바로 그 사람이다.

곽 대표는 대학교 강의를 하다 식당을 차렸다. 대개 음식점을 경영하다 강단에 서는 것과는 정반대다. 곽 대표는 부산여대 호텔외식조리학과를 40대 중반에 졸업했다. 2014년에는 동아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민들레를 첨가한 절편의 항산화 활성 및 품질 특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식과 중식 대학 강의를 맡은 지는 올해로 벌써 14년째다.


김해 주촌 도축장서 곱창 공수해 사용

솔잎으로 누린내 잡은 ‘솔잎곱창구이’

구수하고 진한 국물 ‘한우곱창전골’

치즈에 곱창 찍어 먹는 방식도 인기


곽 씨는 처음에는 수영구 광안리에서 콩나물국밥과 삼겹살을 파는 가게를 했다. 남편 한상열(60) 씨가 “조리를 전공했으니 창업해 보라”고 권해 가게를 열게 됐다. 장사는 꽤 잘 됐지만, 건물주가 집세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접어야 했다.

곽 대표는 대학에서 강의를 오래 했지만 실제로 장사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그는 “콩나물집을 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식당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요리의 기본이나 음식 만드는 요령이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장소를 옮겨 동래구 안락동 서원시장에서 곱창 식당을 열었다. 그것이 지금의 ‘순이네곱창’이다. 곱창집 개업에 앞서 부산 시내 여러 맛집을 다니며 벤치마킹했다. 문현동 곱창골목에도 여러 번 갔다.


곱창 초벌구이 장면. 곱창 초벌구이 장면.

곱창은 경남 김해 주촌면 도축장의 거래 업체에서 받아오는 국산을 쓴다. 국산이 수입보다 배나 비싸지만 맛이 훨씬 빼어나다. 다른 양념이나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 연육 작업을 하지 않아도 고소한 맛이 강하다. 곱창 재료 준비는 한 씨가 담당한다. 손질은 아무것도 안 넣고 한다. 밀가루만 넣고 밟으면 된다.

솔잎양념곱창구이를 주문한다. 곱창을 삶을 때 솔잎을 첨가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솔잎이 곱창 누린내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솔잎을 많이 넣지는 않는다. 대량으로 투입해도 향이 안 난다. 대신 색만 까매진다.

양념장 주 재료는 국산 고추장이다. 여기에 단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약재 삶은 물을 넣는다. 또 베트남산 땡초가루와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땅콩가루도 첨가한다.

먼저 시래깃국이 나온다. 약간 매콤하다. 곱창을 먹기 전에 입맛을 올리기 좋을 듯하다. 밑반찬으로 나온 알타리 무도 달콤한 게 맛있다.

곱창을 찍어 먹을 소스는 세 가지다. 된장, 고추장, 크림 소스다. 된장 소스는 된장, 배, 땅콩가루, 참기름 등을 섞어 만든다. 된장 냄새는 강하지 않고 땅콩 맛이 느껴진다. 고추장 소스는 곱창구이에 사용하는 양념장인데 감초 향이 좋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크림소스는 마요네즈, 배, 땅콩가루, 레몬 등을 넣어 제조한다.

곽 대표 설명대로 곱창은 생각 이상으로 부드럽다. 물론 그렇다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것은 아니다. 쫄깃하지만 질기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곽 대표 특유의 솜씨로 만든 양념장이 향긋한 감칠맛을 더해준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 ‘퐁듀(치즈)’라는 게 보인다. 하나를 주문했다. 모차렐라 치즈와 일반 치즈를 섞어 만든 것이다. 곱창을 여기에 찍어 먹으면 매콤한 맛이 줄어든다. 이색적인 맛이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한우곱창전골. 한우곱창전골.

이번에는 한우곱창전골이 나온다. 전골 국물은 한우 사골을 고아 만든다. 전골 양념장은 곱창구이 양념장과는 달리 고춧가루로 만든다. 매운 고추와 안 매운 고추를 3 대 2 비율로 섞는다. 이렇게 하면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 뒷맛이 지저분한 느낌 없이 깔끔하다.

한우곱창을 볶을 때 누린내를 잡기 위해 파인애플, 마늘, 참기름을 넣고 볶는다. 여기에 양념장을 넣고 다시 볶다가 육수 두 국자를 붓고 야채를 넣으면 된다.

한우 사골로 만든 덕인지 한우곱창전골 국물은 짙고 구수하다. 많이 맵지는 않고 약간 얼큰한 느낌을 준다. 한우곱창도 질기지 않고 적당히 쫄깃해 먹기에 좋다.

곽 대표는 2012년 6월에는 조리 기능장이 됐다. 여성이 첫 응시에서 합격한 경우는 처음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부산조리사협회가 선정하는 ‘명인’ 자리에 올랐다. 지금은 조리기능사 문제 검토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곽 대표는 “장갑을 끼면 퉁퉁 부어오른 손이 안 들어갈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내가 음식을 사 먹으면 이 음식을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으로 요리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순이네곱창/부산시 동래구 충렬대로 359번길24(안락동 서원시장). 051-621-8899. 솔잎곱창양념·소금구이 8000원, 한우곱창전골 2만 5000~3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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