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 쥐어 주는 싱싱한 바다…해운대구 꾼쿡스시

입력 : 2020-06-17 18: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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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연어, 참치, 도미 뱃살 양념, 밀치, 생새우로 이뤄진 점심 B세트 초밥. 진한 양념을 한 밥과 적당한 두께의 신선한 회가 조화를 이룬 맛이다. 광어, 연어, 참치, 도미 뱃살 양념, 밀치, 생새우로 이뤄진 점심 B세트 초밥. 진한 양념을 한 밥과 적당한 두께의 신선한 회가 조화를 이룬 맛이다.

푸른 바다가 눈부시다. 수평선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느긋하게 날아다닌다. 멀리 보이는 오륙도는 잔잔한 파도와 나긋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선착장에서는 작은 어선 여러 척이 심심한 듯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미포의 초여름 풍경은 한가하면서 시원하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산책 삼아 미포선착장 일대를 둘러보다 해운대세무서 건물 3층에 있는 특이한 초밥 가게를 발견했다. 식당 벽에는 재미있는 글이 붙어 있다. ‘나는 꾼이다. 나는 요리사다.’ 주인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곳은 부산에서 삼 형제 요리사로 알려진 김상렬 사장이 운영하는 ‘꾼쿡스시’다.


하루 숙성한 진한 초밥 양념 향긋

중간 두께로 길게 썰어 올린 회 쫄깃

광어 뼈 푹 고아 끓인 미역국도 별미


경남 사천 출신인 김 사장은 대학교에 다니며 취업을 꿈꾸다 요리로 인생 경로를 바꿨다. 지금은 없어진 경주호텔학교에 다시 입학해 요리를 배웠다. 이후 서면 부산롯데호텔, 중앙동 서라벌호텔에서 근무했고, 부산에 처음 들어온 대형매장인 까르푸 남부지역 음식개발 담당자로 10년 넘게 일했다.

꾼쿡스시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점심 B세트와 특초밥을 주문했다. 점심B세트는 초밥과 회, 튀김, 우동으로 이뤄진 메뉴다. 특초밥은 초밥을 종류별로 12점 담아 주는 메뉴다.

점심 B세트의 회는 연어 뱃살, 광어 날개살, 밀치, 참치로 구성돼 있다. 초밥은 광어, 연어, 참치, 도미 뱃살 양념, 밀치, 생새우 등 여섯 점이다. 튀김은 새우, 고구마 등이다. 초밥에 계란이나 유부는 넣지 않는다. ‘진짜 초밥’을 원하는 손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김 사장은 잘 알기 때문이다.


점심 B세트의 튀김. 점심 B세트의 튀김.
광어 뼈를 곤 물로 만든 미역국. 광어 뼈를 곤 물로 만든 미역국.

초밥 양념은 가게마다 다르다. 양념하지 않고 회 맛을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도 있다. 꾼쿡스시는 양념을 꽤 진하게 하는 편이다. 하루 정도 숙성시킨 초물 양념에 설탕, 소금, 다시마를 넣어 만드는 양념이다. 회에는 전혀 양념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진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

초밥에 사용하는 회 두께는 중간 정도다. 김 사장은 “두꺼운 걸 싫어하는 손님도 있다. 회를 중간 두께로 길게 써는 게 먹기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회는 매일 활어로 받아온다. 수족관에 넣어두었다가 매일 아침에 잡아 4시간 정도 숙성시킨 뒤 당일에 초밥용으로 사용한다. 김 사장은 “경험에 따르면 4시간 정도 숙성시킨 회가 가장 먹기 편하다. 무르지도 않고 질기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특초밥에 한치 같은 게 보였다. 종업원이 미리 “코코넛”이라고 일러주었다. 맛을 보았다. 식감이 독특했다. 서걱하고 씹히는 게 생선회 식감과 달랐고, 신선하고 상큼한 맛이 다른 초밥과 또 달랐다. 도미 뱃살 양념도 한 점 먹었다. 졸깃하고 향긋한 양념 맛이 초여름 피로를 씻어주는 듯했다.

늘 좋아하는 광어 회를 한 점 집어 초장에 찍어 먹었다. 초장은 달짝지근한 게 회 맛을 높이기에 딱 좋았다. 초장에는 참기름, 식초, 깨소금을 넣고, 정종으로 농도를 조절한다. 우동 국물은 고소하고 적당히 짭짤한 게 딱 먹기 좋았다. 우동만 별도 메뉴로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은 간장, 청주에 가스오부시를 넣고 끓인 뒤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 두었다가 판매하는 날 다시 끓인다.

저녁에는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오전에 횟감으로 잡은 광어 뼈를 푹 고아 만든 미역국이다. 고소하고 광어 느낌이 깊게 담긴 국이다. 많은 손님이 좋아하는 서비스 메뉴다.

▲꾼쿡스시/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38 미포씨랜드 3층. 051-731-0564. 점심 세트 1만~2만 2000원, 모둠초밥 1만 4000원, 특초밥 1만 7000~2만 4000원, 회 정식 2만 5000원, 정식 코스 2만 6000~4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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