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울주군 '고등어와 친구들'

입력 : 2012-12-27 08:05:46 수정 : 2012-12-28 09:40:3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최고의 식감 고등어회… 구이·조림도 일품

"살아 있는 고등어떼를 본 일이 있니?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공지영은 고등어를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살아 있는 고등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또 죽자마자 부패가 빠르게 일어나서 그렇다.

고등어가 요새 대풍이다. 먹을 수만 있다면 고등어는 식도락가들에게 최고의 회인데…. 언양 부근에 고등어 회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고등어 요리전문점 '고등어와 친구들'이다. 원통형 전용 수조에서 고등어떼가 은빛의 자태를 뽐내며 유영한다. 이 전용 수조는 오랫동안 깨끗한 수질 상태를 유지해 고등어가 한 달 이상 살 수 있단다. '고등어와 친구들'은 얼마 전 일본의 수산 유통·요식 업체에 국내산 활고등어와 이 전용 수조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고등어·갈치·방어회…. 시원하고 힘 있어 보이는 메뉴판이 입맛을 당긴다. 좀 전까지 헤엄치던 고등어가 회가 되어 돌판 위에 나왔다. 유영은 고등어의 본능일까. 고등어는 조각조각 썰렸지만 여전히 헤엄치는 모습이다. 이 집 고등어 회의 식감은 최고다. 어떤 고급 어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 특히나 탄력 있는 뽀얀 뱃살은 사랑스럽다. 일본 유통업체 관계자가 "이렇게 맛있는 고등어는 처음 맛본다"며 수입했다니 어쩌면 고등어 한류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식감에 비해 간은 좀 싱거운 점이 살짝 아쉽다.

고등어 회만 먹기가 부담스럽다면 고등어 회 초밥이 있다. 한 마리 500g짜리 큰 녀석이 기름이 많아서 초밥용으로 적당하다. 더 크면 고소하긴 해도 살이 물러서 못쓴다. 살아 있는 고등어로 요리한 구이는 맛이 어떨까. 낚시꾼이 아니라면 결코 모를 맛이다. 구이도 살아 있는 걸로 하지 않으면 살이 퍼석해진다.

고등어조림의 맛있는 냄새가 방을 접수한다. 이렇게 졸깃한 고등어 살이 들어간 조림은 참 오랜만이다. 부산공동어시장 구내식당에서 먹던 고등어조림에 버금간다(역사와 깊이 면에서 차이는 난다). 생선은 선도가 '갑'이다. 백만권 대표는 "고등어가 하찮은 생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줘 고등어를 요리로 먹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어는 월동을 위해 살이 찐 초가을부터 늦겨울까지 가장 맛이 좋다.

고등어·갈치·모둠회 소 3만·중 4만·대 5만 원, 고갈비 1만 5천 원, 고등어구이 정식 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자정. 울산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1601의 5. 052-247-000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