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96>금도가 너무 크다

입력 : 2023-02-01 17: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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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팀장

이 글 제목 때문에 미리 말하지만, ‘금도’는 지켜야 할 선, 뭐 그런 게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금도(襟度):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병사들은 장군의 장수다운 배포와 금도에 감격하였다.)

바꿔 말하면 포용력이나 도량이라는 뜻. 그러면, 대체 누가 이 글 제목처럼 금도가 너무 크냐고. 바로 국립국어원이다.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미싱(mishin): 바느질을 하는 기계. =재봉틀.

괄호 안에, 원어가 마치 영어인 것처럼 ‘mishin’이라고 달아 놓았지만, 사실은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다. 일본에선 ‘sewing machine(재봉틀)’에서 machine만을 가져와 미싱(ミシン)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재봉틀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저렇게 일본말을 사전에 올려야 했나, 싶다. 금도도 정도가 있는 법.

*나이롱환자(←nylon患者): 환자가 아니면서 환자인 척하는 사람을 익살스럽게 이르는 말.

표준사전 올림말(표제어)에는 이런 것도 있는데, 여기 나온 ‘나이롱(ナイロン)’ 역시 ‘나일론’의 일본말. ‘가짜환자, 엉터리환자’가 ‘나이롱환자’에 밀릴 만큼 이상한 말인가. 국립국어원과 표준사전은 일본어식 외래어에 왜 이렇게나 관대할까.

*파마(←permanent): 머리를 전열기나 화학 약품을 이용하여 구불구불하게 하거나 곧게 펴 그런 모양으로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만드는 일. 또는 그렇게 한 머리.

이 말 역시 영어 ‘permanent wave’에서 permanent만 가져와 파마(パ-マ)로 쓰는 일본식 표기를 그대로 인정한 것.(놀랍게도, ‘퍼머’로 쓰면 틀린다.)

아래 말 역시 일본말 영향을 받았다.

*샤쓰(←shirt): 서양식 윗옷. 양복저고리 안에 받쳐 입거나 겉옷으로 입기도 한다. =셔츠.

이러니 당연히 와이셔츠 외에 ‘와이샤쓰’도 표준사전에 올라 있는 것. 자, 여기까지만 해도 ‘이래도 되나’ 싶은데, 표준사전에는 이런 말까지 올라 있다.

*고데(kote[만]): 불에 달구어 머리 모양을 다듬는, 집게처럼 생긴 기구. 또는 그 기구로 머리를 다듬는 일.(고데로 머리를 손질하다….)

이래 놓고 국립국어원 누리집의 ‘온라인가나다’에는 또 아래처럼 답변을 달아 놓았으니,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알고 계신 것처럼 ‘고데기’의 ‘고데’는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어 투 순화 용어 자료집에 따르면 ‘불고데’는 ‘(머리)인두’로 순화된 바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2022. 6. 4.)’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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