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대관람차 건설에 거제시 ‘안절부절’

입력 : 2025-08-11 18:00:52 수정 : 2025-08-11 2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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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135억 투자 홍익관광개발
지세포 테마파크 개발도 참여
마산해수청 딴죽에 좌초 위기
소송 패소 땐 거제 사업 백지화
50억 대 손해배상 뒤따를 수도

홍익관광개발이 제안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조감도.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가 핵심이다. 부산일보DB 홍익관광개발이 제안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조감도.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가 핵심이다. 부산일보DB

경남 남해군이 민간사업자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 대관람차 건설을 추진하자 거제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업자가 거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개발 주요 투자사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로 지세포 개발이 좌초 위기인 상황에(부산일보 2024년 11월 5일 자 11면 등 보도), 인접한 통영시와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거제 사업은 아예 백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거제시가 거액의 배상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해군은 최근 홍익관광개발과 ‘남해 송정 대관람차 개발사업’ 업무협약 체결했다. 홍익관광개발이 135억 원을 들여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산 352-14번지 일원에 대관람차를 세운다. 직경 90m 크기로 현 시점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 6월 가동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홍익관광개발이 거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세포 해양테마파크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세포 다기능 어항 부지에 해양관광·레저시설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대상지는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15-44 일원 3만 1988㎡다. 이곳은 해수부가 248억 원을 들여 지세포 앞바다 15만 3000㎡를 매립해 확보한 개발 용지 중 일부다.

숙박, 레저, 위락시설이 들어설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파란선). 부산일보DB 숙박, 레저, 위락시설이 들어설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파란선). 부산일보DB

2008년 첫 삽을 떠 2014년 공사를 마무리한 해수부는 거제시에 관리권을 넘겼지만 부실 시공에 따른 각종 하자에다 조선업 불황까지 겹쳐 하세월 하다 2019년 홍익관광개발을 민간투자 사업자로 선정했다. 홍익관광개발은 홍익여행사가 지세포 개발을 위해 지분 투자 형태로 설립한 법인이다. 해수부 소유 용지를 임대 개발하는 방식으로 총 1000억 원을 투자해 대관람차와 176실 규모 숙박 시설, 청소년 유희장, 산책로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바다에 건립될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가 핵심이다. 규모 역시 직경 120m로 남해보다 크다.

이를 토대로 거제시, 해수부와 관련 인허가 협의에 착수했다.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엉뚱한 곳에 발목이 잡히면서 꼬박 6년째 하세월이다. 해수부 산하 기관인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뒤늦게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사업자가 낸 시행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어촌어항법에 따라 어항 내 대상 용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어항개발계획에 반영한 뒤 시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거제시가 계획 승인도 안 된 상태에 성급하게 공모를 진행했다는 이유였다.

홍익관광개발이 제안한 사업도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어항 기능에도 맞지 않다’며 사업자 공모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거제시와 홍익관광개발은 상급기관인 해수부가 고시한 사업 계획과 그동안의 협의 과정이 담기 회의록 등을 제시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호소했지만 마산청은 꿈쩍하지 않았다.

거제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 개발 계획도. 부산일보DB 거제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 개발 계획도. 부산일보DB

결국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홍익관광개발은 지난해 마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10월께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소송에서 패하면 지세포 사업은 백지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거제시에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를 수도 있다. 공모 주관 기관이자 협약 주체인 탓에 귀책사유가 인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홍익관광개발이 그동안 그동안 각종 인허가 절차와 환경·재해영향평가에 투자한 비용만 50억 원 상당이다.

계속 추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홍익관광개발은 대체지 물색에 나섰다. 거제와 이웃한 통영이 1순위다. 이미 지난 3월 통영시에 제안서를 냈고, 건립 부지도 확정했다. 케이블카와 루지, 어드벤처타워가 있는 도남동 일대다. 홍익관광개발 관계자는 “거제와 통영은 사실상 하나의 시장이라 (양쪽을) 모두 개발하긴 어렵다”면서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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