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쟁점 예산과 법인세·교육세 인상안을 둘러싼 추가 협상 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일이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만 1년이 된다. 우리 현대사를 장식한 숱한 고비들이 있었으나 1년 전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그 이후의 대한민국을 전혀 다른 국가로 환골탈태하게 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헌정 질서를 헌법의 정신에 걸맞도록 신속하게 회복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그 저력을 만방에 떨쳤다고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으나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한 정치권의 행태와 마주하는 중이다. 선거 앞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는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모습에서는 미래 청사진을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비상계엄 이전에 여당이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이 보이는 분열적 퇴행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다 됐지만 국힘은 아직까지도 계엄에 대한 사과 여부조차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의 개인적 사과 의사 표시는 있었으나 당론은 아직도 분열된 상태다. 심지어 사과를 할 경우 여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까지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문제를 놓고는 당내 강성 친윤들이 아직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수준이라 향후 당론 결집 방향에 따라 당의 앞날이 달라질 우려도 큰 상황이다.
국힘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틈을 타 민주당은 다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확정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일 최고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안 처리, 특검 연장 등 소위 ‘내란 청산’ 3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3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나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대부분 법정에 섰고 판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나서도 국정 수행보다 내란 몰이에 더 치중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판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대통령의 그 행위를 놓고 탄핵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가 내렸다고 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 결정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반헌법적 수단 선택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전횡이 국정 마비와 국익 저해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낳았을 수 있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 결정 이후에도 국힘은 아직 계엄의 반헌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당은 전횡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서로가 강성 지지세력만 바라보며 극단을 치닫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을 겪고도 그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에 중도의 상식적 국민들은 계엄 때만큼이나 절망하고 있다.